▲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이재한 감독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시사회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철민, 이정재, 이범수, 감독 이재현, 배우 진세연, 정준호, 제작자 정태원.
이희훈
30일 오전 12시까지, '일베'에 올라오는 <인천상륙작전> 관련 글들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대부분 홍 지사나 류 고문의 글과 대동소이한 논리요, 이와 비슷하게 흥행을 위해 "우리 영화를 응원해야 한다"는 글들도 다수를 이룬다. "<인천상륙작전>을 천만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글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영화의 완성도나 미학과는 별개로 진영과 이데올로기가 넘실대는 이러한 '묻지마 지지'는 사실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인천상륙작전>의 크레딧에는 KBS와 KBS미디어가 올라와 있다. KBS는 <인천상륙작전>에 30억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전체 제작비는 170억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자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김인규 KBS 전 사장과 영화화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KBS는 영화의 개봉 하루 전인 26일 주연배우 이정재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송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라고 하지만, 영화의 화면과 제작발표회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배우 이정재는 KBS1 <뉴스라인>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에 투자한 방송사가 홍보에 동참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들뜬 곳은 KBS 뿐만이 아니다. 1억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광역시 역시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천보훈지청은 <인천상륙작전>의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CJ 계열사인 인천 지역 6개 CJ CGV와 함께 '<인천상륙작전> 감상문 쓰기 대회'를 진행 중이다. "인천시민과 학생들의 호국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관광 마케팅 관련 홍보도 적극적이다. 이미 인천시는 개봉 2주 전부터 "관광코스 홍보, 특별전시회, 기념행사 등을 담은 '영화 인천상륙작전 마케팅 계획'을 수립했다"며 대대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친 바 있다. 보훈단체 관계자 등을 초청한 특별시사회를 진행한 것은 물론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8월 10일까지 '인천상륙작전 특별전시회'도 개최 중이다.
인천시와 공영방송 KBS, 일부 정치인과 '일베'까지 <인천상륙작전>을 띄우기 위해 안달이라도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와 인천시는 영화에 자본을 투자한 만큼, 홍보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둘러싼 찬반이 과연 진영논리에 의한 것인지, 과연 선전·선동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화관 밖 시계까지 뒤로 돌린 <인천상륙작전>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홍 지사와 같은 주장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른바 "우파 진영에서도 우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주장들 말이다. <화려한 휴가>를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민주화 운동을 다루거나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두고 그 반대급부로 '우파' 영화도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었다. 급기야 "반공영화도 나쁘지 않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지상파 뉴스에 등장했다.
반면 '평점 3점' 논쟁은 <디워>로부터 촉발된 평론가 집단의 권위에 대한 관객들의 반발도 아니다. 일부에서 "왜 '우파' 영화엔 평이 박한가"를 두고 그 이유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을 뿐이다. 그런 논리 안에서 평론가나 기자들, 영화잡지가 '좌파'가 되기도 하고, 봉준호 감독이나 영화계 전반이 '좌파코드'에 물든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은 지난 27일 개봉 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 요소를 꼽자면, 지난해 <연평해전>에 이어 전쟁영화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것이기도 하고, 리엄 니슨 캐스팅의 덕이 꼽히기도 한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은 업계 1위다.
더불어 KBS나 인천시와 같이 대대적인 홍보도 무시 못 할 뿐 더러, 무엇보다 일주일 전 개봉한 <부산행>이나 할리우드 영화 <제이슨 본>의 화력이 줄었거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만큼 170억짜리 대작의 흥행은 어느 한 요소로 정의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이나 적지 않은 관객들이 완성도에 혹평을 내리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적지 않은 물음들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작품성이나 완성도와 관계 없이 기대 반응과 (호평을 내릴) 예상 관객을 미리 점친 뒤, 공영방송이 제작비의 1/6에 가까운 자본을 투입하고, 광역시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런 행태들 말이다.
이른바 '텐트폴'이라 불리는 거대 배급사의 주력 상업영화에까지 지극히 '관'스러운 행태들이 '애국'을 내세우고 싶은 일부 관객들과 결합하고 있는 2016년의 현실. 한국 전쟁영화의 세계관을 퇴행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천상륙작전>은 어쩌면 영화보다 영화관 밖 현실의 시계를 되돌려 놓은 것에 더 큰 의의를 둬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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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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