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후보 조기확정? '경쟁력 있는 후보'가 중요"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 연쇄인터뷰⑥] 서울시당위원장 출마하는 박홍근 의원

등록 2016.08.07 20:22수정 2016.08.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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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당의 시도당 또는 부문위원장 선거는 사실 '그들만의 리그'였다. 상당한 권한을 가진 위치지만, 중앙정치에 영향력이 크지 않아 국민적 관심이 미치는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지도부 구성을 전국 최고위원에서 권역별 최고위원으로 개편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제는 시도당·부문 위원장이 당 최고위원을 겸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3일부터 팽팽한 양자 구도를 이루고 있는 서울시당·경기도당, 여성위원장 후보들의 연쇄인터뷰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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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박홍근 의원(재선, 서울 중랑을)은 내년 대선에 대해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손을 잡거나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연말연초에 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데 야권 후보는 문재인·안철수로 상수화돼 있다"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 후보들의 특징은 계파색이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영주 의원에 비해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박홍근 의원(재선, 서울 중랑을)의 경우 19대 시절에 '민평련'을 탈퇴하기도 했다. 1992년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진보개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사안에 따라서는 중도실용의 목소리도 경청하자는 입장.

박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 대해 "최소한 3자구도, 많게는 4자, 5자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손을 잡거나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연말연초에 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데 야권 후보는 문재인·안철수로 상수화돼 있다"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 의원은 "3자 구도를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면 우리 당 후보가 35~45%의 지지율을 얻어야한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후보를 빨리 만드는 게 아니라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드는 방법"이라면서도 "(4년 전처럼) 9월은 너무 늦고, 2002년 노무현처럼 4월 말에 후보로 확정하면 후보 흔들기 등의 문제가 생기니 7, 8월경엔 후보가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뒤 1000배 사죄,  대선 지면 개인정치는 무의미"

다음은 일문일답

- 출마의 변.
"초선 때는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에 매진했다. 지난 대선에서 진 뒤 초선의원 20명을 조직해 눈 쌓인 국회 정문 앞에서 1000배 사죄를 했고, 이후 김기식과 함께 초선 의원 33명을 모아 계파에서 벗어나자는 혁신선언을 했다. 민평련을 계파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오해를 살까봐 민평련도 나왔다. 작년 친노·비노 갈등이 심할 때도 수도권 의원 모임을 만들어 조정역할을 했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 정치보다는 가급적 당 내부에서 조정 역할을 맡고자 했다.


재선이 됐으니 조정보다는 목소리를 좀 더 내고, 정무적 활동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개인 의정활동 보다는 당을 수권세력으로 만들어 정권교체에 기여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으로서 의미가 있는지 문제의식이 생겼다. 지난해 당내 갈등이 심할 때 저는 당의 화합과 혁신을 위해 20대 총선에 불출마할 용의도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선에 지면 개인의 정치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그 자세가 필요하다."

- 김영주 의원에 비해 너무 늦게 시작한 것 아니냐.

박홍근 의원은...
- 1969년 전남 고흥 출생
- 1992년 경희대 총학생회장
- 1994년 경희대 문학 학사
- 2001~2005년 KYC한국청년연합 공동대표
- 2012년 문재인캠프 청년위원장
- 2013년 민주통합당 비대위원 겸 전국청년위원장

"사실 서영교 의원이 먼저 출마를 준비한다고 해서 나도 (그의 출마를) 양해했다. 그런데 서 의원의 출마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돼서 7월 초에 당내 그룹인 '더좋은미래'에서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물론 김 의원이 먼저 출발했고, 선수도 높고, 특정 계보와 오랜 시간 활동했으니 조직력에서는 우위를 점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저를 도와주는 분들은 연합군이다. 친노·비노 구도를 뛰어넘어 진보적 색채와 호남 인사에 이르기까지 계파에 속하지 않은 분들이 곳곳에서 도와주고 있다. 결국은 '어떤 명분을 갖고 있느냐, 뭘 할 수 있겠냐'의 문제다. 예전과 달리 대의원, 권리당원들의 의식이 높아져 예전처럼 오더(지시)가 먹히지 않는다."

"여소야대 만든 총선이었지만, 솔직히 내년 대선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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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의원은 "대선 3자 구도를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면 우리 당 후보가 35~45%의 지지율을 얻어야한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후보를 빨리 만드는 게 아니라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남소연


- 출마선언문에서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지난 대선의 실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철수를 포함한 야권 내 결집,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잘 이뤄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완전히 융화되지 못했다. 또 국민들에게 우리가 승리한 뒤의 비전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국민들에게 달라질 부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우리 실력의 문제였다. 고질적인 계파 문제로 단합하지 못했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던 게 죄스럽다.

예전에 비해 당내 갈등이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번에 최소한 3자구도, 많게는 4자, 5자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총선 결과에서 보듯 국민들은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세력, 인물, 비전만 제시하면 된다.

솔직히 내년 대선이 걱정된다. 국민들은 준비돼 있음에도 야권 세력은 나뉘어있고, 후보들도, 특히 문재인·안철수의 경우 과거에 비해 불신이 더 깊어진 것 같다. 지지층 균열도 심하다. 총선에 여소야대 지형이 만들어졌지만, 후보가 문재인·안철수로 상수화된 것도 걱정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손을 잡는다던지, 반기문 UN사무총장이라는 준비 안 된 인물이 연말연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든지, 붐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계파 문제가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좋은 의미에서 노선의 차이다. 중도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실용론과 진보의 정체성을 견고히 한다는 원칙론의 차이가 늘 당내에 존재했다. 양자 중 어느 쪽이 무조건 옳다고 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개인적으로는 진보개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는 입장이지만, 때론 중도실용도 필요할 수 있다.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데, 마치 서로를 물과 기름처럼 생각하는 게 문제다.

이해관계도 분명히 작용한다. 당직을 차지하면 자기 정치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일부 세력이 주요 당직을 독식하며 나머지가 소외된다는 불신도 존재한다. 물론 지금의 경우 그런 불신은 현격히 줄었다. '또 우리끼리 싸우면 대선에 지고 문 닫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류건, 비주류건 불신의 골이 깊어지지 않게 소통을 잘하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니다."

- 대선을 앞두고 더민주의 선택지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2012년 박근혜처럼 조기에 대세를 굳혀 확장성보다는 안정감 있게 가자, 아니면 2002년 노무현처럼 대안 인물로 바람을 일으켜보자... 어느 쪽인가?
"3자 구도를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면 우리 당 후보가 35~45%의 지지율을 얻어야한다. 표의 결집과 함께 확장성이 동시에 있어야 하는데,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저는 후자의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최종 후보가 돼도 결국 당 바깥의 야권 지지층 결집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을 밟아야 더 강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후보를 빨리 만드는 게 아니라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드는 방법이다."

"9월은 너무 늦고 4월은 너무 빨라, 7·8월경 후보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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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홍근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진보개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사안에 따라서는 중도실용의 목소리도 경청하자는 입장이다. ⓒ 남소연


- 4년 전 문·안 단일화 시기가 늦어 후보를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가정할 때 언제쯤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4년 전처럼) 9월은 너무 늦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4월 27일 후보로 확정됐는데, 그때도 너무 일찍 선출돼 흔들기 등 문제가 많았다. 둘 사이의 접점을 생각해볼 때 7, 8월경엔 후보가 정해져야 한다."

- 본인이 서울시당위원장 자리에 올라 최고위원이 된다면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저의 강점은 오랜 시간 청년운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할 때 전국 11개 대학생단체·청년단체를 만들어 '2030유권자네트워크'를 조직했다. 당내에서도 청년위원장만 세 번을 맡았고, 최초 청년 관련 국회연구모임인 '청년플랜 2.0'도 만들었다. 이런 네트워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또 나는 호남 출신이다. 호남이라고 무조건 떠받들 순 없지만 우리 당의 정치적 뿌리가 호남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 당이 5.18정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호남민심의 회복이 안 되고 있다. 호남지역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의당과 비등비등하다. 총선 때는 1인 2표(지역구, 비례대표)이니 교차투표라는 선택지가 있었으나, 대선 때는 1인 1표다. 투표를 아예 안 해버리거나 전략적 투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거다. 아무래도 내가 호남 출신으로 서울에서 정치하는 사람이니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호남 소외를 이야기하며 호남 몫을 챙길 대선후보를 원하는 것 같더라.
"일단 호남의 숭고한 가치와 정신을 우선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호남이 더민주를 따갑게 질책하는 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 그게 우리 숙원'이라고 요구함에도 정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수권능력을 갖춰 민주, 생존권, 평화, 통일의 문제와 관련해 답을 달라는 거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지역발전에 대한 욕구, 호남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이 갖고 있는 그 욕구도 채워줘야 한다. 그 동안 호남이 영남에 비해 지역발전, 인사등용에서 소외된 점이 있으니, 누가 대통령이 되건 간에 투자와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다."

- DJP연합 때 JP의 입장에서 요구했던 '각료 나누기' 수준의 연정을 생각하는 것같다.
"지금 연정을 논의하는 건 이르다. 나중에 야권 후보가 정해지면 대선 전략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다. 벌써부터 연합을 이야기하고, 내각 자리를 논하는 것은 지지층의 기운을 빼는 일이다. 지금 우리 당은 스스로 변화하고 힘을 키워, 독자적 수권세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부적인 이야기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 지난해 10만 온라인 당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당원들은 선거 때마다 동원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기존 시당을 평가해봤다. 중앙당과 각 지역위원회의 중간 지점에 있는 건데, 좀 모호한 부분이 있더라. 현장은 시당은 법적 기구이지만 지구당은 아니다. 시당에 예산, 인력이 있고 사업을 많이 하는데, 지역위원회는 그걸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당원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거다. 서울시당위원장이 되면 욕을 좀 먹더라도 지구당 부활을 주장할 거다. 그리고 철저히 지구당을 지원하는 형태로 탈바꿈해야 한다. 예전처럼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 취급받지 않도록 엄격히 규율하면 된다. 밑바닥부터 생활정치에 훈련된 조직이 있어야 중앙정치와 맞물릴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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