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얼마나 많기에... 이름이 '지구 규모'?

교토 '지구규모라면', 일반 라면에 비해 2~3배

등록 2016.08.11 10:47수정 2016.08.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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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토 지구규모라면집에서 맛본 라면입니다. 가장 싼 것으로 한 그릇에 750엔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라면하면 한국 사람은 인스턴트 라면을 떠올립니다.

교토 지구규모라면집에서 맛본 라면입니다. 가장 싼 것으로 한 그릇에 750엔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라면하면 한국 사람은 인스턴트 라면을 떠올립니다. ⓒ 박현국


10일 낮 교토 남쪽 후시미 24번 국도변에 있는 지구 규모 라면집(地球規模ラーメン)에 다녀왔습니다. 이 라면집은 말 그대로 지구 규모 크기로 라면을 팝니다. 자기들 말대로 보통 라면집에서 라면 일인분이 200그램인데 비해서 자기들은 400그램 기본에 600그램 이상이라고 말합니다.


라면 무게를 달아서 확인할 수 없지만 라면 양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라면집에서 그렇게 장사를 해도 남느냐? 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가격 대비 착한 라면의 비밀은 서비스의 거품을 빼는 데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보통 식당 종업원 두 명이 일을 합니다. 한 명은 주방에서 열심히 라면을 만들고, 한 명은 손님을 접대하고, 손님이 먹고 가면 그릇을 치우거나 그릇을 씻고, 나간 자리를 닦기도 합니다.

라면집 직원은 라면을 만드는 것과 만든 라면을 가져다주는 일 외에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물이나 물수건, 젓가락 따위 모든 것을 손님이 직접 모아놓은 곳에 가서 가져다 써야합니다. 그리고 필요 없으면 가져가지 않아도 됩니다. 식당은 그렇게 넓지도 않습니다. 긴 공간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라면을 만들거나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고, 다른 한쪽은 길게 앉아서 라면을 먹습니다.

카운터를 경계로 한쪽은 먹거리 라면을 만드는 주방, 한쪽은 손님이 앉아서 라면을 먹는 곳입니다. 주방과 손님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공간의 효율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간 활용을 극대화시켰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돈을 내는 것도 자동판매기가 맡습니다. 손님은 먼저 식당 입구에서 자동판매기로 자신이 먹을 라면 값을 내고 딱지를 삽니다. 보통 라면은 간장 맛, 된장 맛, 소금 맛, 강한 돼지고기 맛 따위가 있습니다.

다만 이 집에서는 이 세 가지와 라면 국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라면 국물 없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 딱지를 식탁에 놓고 자리에 앉아서 라면을 기다리면 라면을 만드는 직원이 확인하고 라면을 만들어서 내줍니다. 라면이 손님 앞에 놓이기 전에도 손님의 뜻에 따라서 마늘 다진 것이나 고추 가루 따위를 넣을 것인지 묻기도 합니다.  

a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역시 라면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지구규모라면집 앞입니다.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역시 라면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지구규모라면집 앞입니다. ⓒ 박현국


라면 양이 많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나 인건비를 줄인 라면집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라면집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구 규모 라면집 라면 맛은 어떠할까요? 라면은 밀가루로 만든 면 먹거리입니다. 면의 색깔이나 식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지구규모라면집 라면 면발은 다른 라면집보다 약간 거칠고, 색깔도 약간 검습니다. 그것이 개성일 수도 있습니다.


라면에 들어가는 재료도 조금 다릅니다. 다른 라면집 라면에 들어가는 죽순 장아찌 멘마(メンマ, 麺麻, 麺碼, 支那竹, シナチク)가 들어가지 않고, 양배추가 들어갑니다. 숙주나물이나 삶은 돼지고기 따위는 다른 라면집과 거의 같습니다. 원한다면 참마를 간 것이나 삶은 온천 달걀, 삶은 돼지고기를 더 넣을 수도 있지만 따로 돈 백 엔씩을 내야 합니다.

제가 이 지구규모라면집을 찾아간 시간은 12시 반 무렵이었습니다. 밖에 있는 대기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식당 안 17개 정도 되는 식탁 의자에는 손님이 거의 다 찼고, 손님이 나가면 새로운 손님이 이어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여자 손님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 라면집은 지구 규모로 양은 많이 주지만 보통 부드러운 라면에 길들여진 여자 손님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나 봅니다. 그래도 많은 양의 라면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개성적인 맛도 즐기고 싶다면 찾아가볼 만한 라면집이었습니다.  

a            라면집 벽에 쓰여 있는 글씨입니다. 왼쪽 위부터 삶은 온천 달걀 백 엔, 참마 간 것 백 엔, 이 라면집 라면 먹는 법은 온 힘을 다해서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이랍니다.

라면집 벽에 쓰여 있는 글씨입니다. 왼쪽 위부터 삶은 온천 달걀 백 엔, 참마 간 것 백 엔, 이 라면집 라면 먹는 법은 온 힘을 다해서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이랍니다. ⓒ 박현국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오후 6시부터 밤 12시, 일요일은 조금 짧습니다.
가는 법> 교토, 게이한 전철 후지노모리 역에서 24번 국도쪽으로 가면 24번 국도 북쪽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구규모라면 #교토 라면 #라면 먹는 법 #라면 #인스턴트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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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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