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비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인터뷰] 좀비소설 한차현 소설가

등록 2016.08.16 10:56수정 2016.08.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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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Z일 수도 있고 동해일 수도 있고 가네야마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남 대장일 수도…."

소설가 한차현이 지난 6월, 좀비 소설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를 출간했다. 소설에는 착취 당하는 좀비가 등장한다. 좀비는 힘을 가진 0.01% 세력의 필요로 만들어진다. 환락과 권력 유지, 생명 연장을 위해 실험대에 오른다. 1930년대 가네야마의 실험에 의해 탄생한 좀비는 2016년에는 더욱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태어나고 이용 당하며 죽는다. 소설 속 좀비 동아리 운영자 중학생 동해는 말한다.


'저 좀비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었을까요.'

"30년대는 일제강점기잖아요? 소설의 기본적인 역사관은 '대한민국은 일제 친일반민족행위자들과 그 후손이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에요. 사육 당하는 좀비, 착취를 당한다고 할까요? 좀비가 일반 사람들이에요. 자기 뜻과 전혀 무관하게 납치되어 와서 좀비로 변하든지, 좀비의 먹잇감이 돼요. 좀비가 되면 동료 시민들의 살을 뜯어 먹죠. 뇌 연수에서 환각물질을 착취당하면서도 죽고요. 자료를 구하면서 봤는데, 납치되고 실종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서민들이잖아요? 큰 이슈가 되는 계층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납치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0.01% 세력과 맞서 싸우는 킬러 Z와 남   대장 일행. 여의도타워M 꼭대기에서 일어나는 가면 환각파티.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 지난 8월 2일 종로구 익선동에서 소설가 한차현을 만났다.

친일반민족 문제들을 다루고 싶었어요

a  소설가 한차현

소설가 한차현 ⓒ 김광섭


좀비 탄생의 배경은 1930년 일제강점기다. 가네야마 일본식 이름으로 바꾼 의사 김건호는 외동딸 가쓰란의 이상 변이를 지켜보던 중 '경성 죽첨정 단두유아 사건'을 접하고 사람들을 생체실험에 동원한다. 그리고 발견한 의문의 갈색 점성물질.


'아들의 간질을 다스리고자 죽은 아이의 뇌를 생각했던 윤명구의 생각은 훌륭했어. 간질 역시 뇌의 잘못된 작용으로 인한 질병이니까.'(212쪽)

"친일반민족 문제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다루고 싶은 이야기였고요. 경성 죽첨정 단두유아 사건과 얼추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여섯 명의 사람이 정신을 차린 곳은 지하 3층 샤워장이다. 그들은 납치되었다. 좀비의 공격도 받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작업복을 입은 자들에 의해 실험실로 끌려가기도 한다.

"샤워실 아이디어는 영화 <쏘우>에서 따왔어요. 샤워장이 몸을 깨끗이 정화하는 공간이면서도 굉장히 음습하고 으스스한 공간인 것 같아요. 소설의 세 축인 일제시대, 여의도타워M과 샤워실을 포함한 지하 2층 대형 쇼핑공간, 지하 1층 관제소가 좀비 타워의 일부인 거죠.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일 수도 있겠죠. 피라미드처럼요. 샤워장은 맨 밑바닥에 있고,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같은 사람은 쇼핑 공간을 왔다 갔다 하죠. 그 위에는 엘리베이터를 지배한 거대한 사람들이 있고요."

좀비는 이성을 빼앗긴 사람들

a  좀비 소설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좀비 소설 ⓒ 김광섭

소설에는 킬러가 등장한다. 그들의 표적은 좀비가 아니다.

"여기서 사악한 존재들은 좀비를 사육하고 마약을 유통하고, 시민들을 납치 하는 세력이죠. 비뚤어진 기득권의 대항마의 하나로 설정한 세력이에요. 킬러들이 너무 부각이 안 되어 궁금하고 아쉬웠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들은 다음 소설에 등장시키고 싶어요."

가면을 쓴 0.01%가 즐기는 환각파티가 목표다. 가면을 쓴 자들은 좀비보다 더 좀비 같은 모습이다.

"좀비는 이성을 빼앗긴 사람들이죠. 가면을 쓴 사람들은 이성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썼고요. 좀비도, 가면 쓴 사람도 이성을 잃었지만 가면을 쓴 사람들은 자의에 의해 즐기려고 선택한 것이고, 좀비는 타의에 의한 거죠."

킬러들의 고군분투 뒤에서는 더 큰 악의 실체가 드러난다.

'일본에도 진출하고 미국에도 진출하고 중국 인도에도 진출하고. 70억 인류 아닌가. 이 좁아터진 나라에서만 장사를 할 이유가 없잖아.'(411쪽)

"구효서 소설가가 말했는데요. 한 줄을 쓰면 또 한 줄을 쓰는 게 진정한 산문 정신이라고 해요. 어떻게든 원고 매수를 채우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게 소설이잖아요? 영감만 번뜩인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축구를 본다. 그간 매 작품에 축구 이야기를 넣은 그는 FC서울의 팬이다. 킬러 Z는 FC서울의 '아디' 이름이 새겨진 홈 레플리카 유니폼을 입고 있다

"K리그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FC서울 시즌권을 갖고 있고요. 저의 강력한 취미 생활이죠. 리그 경기가 없는 겨울에는 우울증이 걸릴 정도에요. 세계 최고 인기 종목이잖아요. 강대국의 지표인 것 같기도 해요. 부강한 나라는 축구 인프라가 잘 되어 있잖아요? 7부 리그까지 운영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잘 정착이 되어야 국가대표 축구도 발전이 될 것 같아요."

술도 마신다.

"술 한두 잔만 마셔도 글을 못 써요. 그래서 술을 먹을 때 목표가 다음날 오후에는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만큼만 마시죠. 엉덩이도 쓰고 허리도 쓰지만 간을 팔아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해요."

영화 <부산행>과 비교하며 봐도 좋을 소설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 '남 대장, 아니, 남OO입니다'는 소설의 뒷이야기를 상상케 하는 구절이다.

"궁금한 게 있어요. 우리나라 전 대통령들이 임기가 끝나면 다 구설수에 오르는데 그 사람은 왜 그렇게 조용한지."

스포일러가 담긴 대사로 궁금한 사람은 직접 소설에서 남OO의 실체를 확인하자.

"부산행을 아직 보지 않았는데, 곧 볼 거예요. <부산행>을 먼저 본 분은 소설과 비교하면서 봐도 좋을 것 같고,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에브리북 사이트(everybook.co.kr)에서 연재 중인 90년대 가요 같은 사랑을 다룬 소설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를 끝내면 연쇄살인범을 다룬 소설을 쓸 계획인 그는 거리에서 영감을 얻는다.

"거리에는 일단 사람이 있잖아요. 골방에 갇혀서 세상을 만들기는 힘들고요.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도 얻어요. 소설을 쓴다는 게 액티브한 일이 아니잖아요? 엉덩이 힘, 허리 힘으로 쓰지만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서 에너지도 얻고 용기도 얻고 영감도 얻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한차현 지음,
답(도서출판), 2016


#한차현 #좀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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