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열린 '나비 문화제'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가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있다. 오른쪽은 길원옥 할머니.
연합뉴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지금껏 위로금 받겠다고 이렇게 싸우고 있습니까. 우리가 무슨 돈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 어렸을 적 끌려가서 그 고생을 하고 돌아왔는데, 위로금 몇 푼 준다고 용서가 되겠습니까. 사죄하는 말 한마디 없이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울분 섞인 김복동(91) 할머니 말에 청중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김 할머니는 이어 "지금 정권을 쥔 아베 신조(일본 총리)가, '민간인이 아니라 우리가 한 일이 맞으니 할머니들 용서해주십시오' 이렇게 공개 법적 사과하고 배상하면, 그래서 위안부라는 꼬리표를 떼 주면, 우리는 오늘이라도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해 재차 박수를 받았다.
"공식 사과하면 오늘이라도 용서할 수 있다"1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 앞(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사회는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씨가 맡아 진행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김할머니는 이날 발언에서 12·28 한일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도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같은 여자로서 원만하게 해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가"라며 "(피해자인) 우리와 상의 없이, 자기들끼리 전화로 속닥거리더니 '위로금 줄 테니까 소녀상 철거하라'고 하지 않나"란 설명이었다.
김 할머니는 지난 12일 <뉴시스>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돈 몇 푼 받으려고 수십 년 동안 싸워온 게 아니다, 아베가 정식으로 사과해서 명예를 회복시켜 줘야 한다"며 "우리(피해자)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합의하는 등 우리나라 정부가 오히려 일을 망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피해 생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함께한 이날 문화제에서는 도종환 시인(더민주 국회의원)의 시 낭송, 대금 연주와 연극, 재일교포 가수 이정미씨의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됐다. 문화제에는 종교인·학생 등 시민 1500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00여 명)과 함께 추미애·유은혜·박홍근·홍익표·박주민·남인순·손혜원·심재권 등 국회의원도 다수 참석했다.
주최 측은 문화제에서 지난해 12·28 한일 합의 전면무효를 주장했다. "이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굴욕적 합의에 저항하겠다"는 견해였다.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의 한 수녀도 "매주 수요일마다 20년 넘게 빠지지 않고 집회를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통화로 그렇게 (합의)했다는 것은…"이라며 "대한민국이 국가가 맞는가"라고 물었다.
지난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한일 합의에 따라, 국내 절차가 완료 되는 대로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한화 약 109억 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10억 엔 출연이 끝나면 위안부 피해자 관련 법적 문제는 사실상 종결된다.
NHK,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출연금 지급이 완료되면 한일 협정에 따른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은 완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NHK는 또 "일본에서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출연금의 성격이 배상금이 아니라 '치유금'에 맞춰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교도통신은 "과거 한국 정부의 청구권이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위안부 출연금이 배상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양국 정부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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