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대변인이 지난 2009년 12월 30일 오후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1층 입구에서 "대통령님은 저 그림을 보고 내가 아닌 것 같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일화를 전하고 있다.
권우성
18일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유언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7주기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통일 문제에 일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 버려서 김 전 대통령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다시 곱씹어 보고자 그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을 만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7주기를 맞는 소회와 함께 남북 문제, 그리고 국민의당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지난 16일 최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어느덧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7주기를 앞두고 있어요. 국회의원 신분이라 감회가 예년과 다를 것 같아요."제가 20년 전에 국회에서 3년 반 동안 환경노동위 소속 보좌관 생활을 했어요. 20년 만에 국회에 들어온 거죠. 김대중 대통령이 하늘에서 보시면 기뻐하실 것 같아요. 김 대통령의 유지를 마지막 비서관으로서 잘 받들어 나가야 하는데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이 저를 볼 때 김 대통령을 생각하며 볼 거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의원님 하면 '김대중'이 늘 따라다니니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게 있을 것이고, 그걸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그렇습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로 정치를 시작했고 그것의 도움을 받아 국회에 들어왔죠.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저의 어깨를 누르고 있어요. 책임감을 느낀다는 거죠. 김 대통령이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큰 업적을 남기신 분이라서 그 뜻을 잘 받들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떤 때는 중압감마저 느껴요."
- 김 대통령 하면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가 떠오릅니다. 이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셨잖아요. 그러나 현재는 이것들이 모두 무너져 버렸어요. 그래서 김 대통령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김대중 대통령에겐 두 가지 인생의 모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민주주의, 둘째는 분단국의 정치인으로서 한반도의 통일 문제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정치를 했습니다. 특히 통일에 대해서는 '평화적 통일'을 주장했습니다. 1960~1970년대에 정치인들에게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일부 좌파적인 생각으로 공격을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김 대통령은 항상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빨갱이다'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그것을 이겨냈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죠. 민주주의라는 것은 야당이 여당 되고 여당이 야당 되는 것인데,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 정권 교체를 최초로 이룩해 민주주의 시대의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참여정부까지 민주주의가 꽃피기 시작하고 남북관계가 평화와 화해, 협력의 관계로 들어서서 '통일의 날도 머지않았다'는 꿈을 꾸게 되었죠.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들어와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이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2009년 5월 김 대통령은 역사가 후퇴하는 것을 보고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 위기' 등 3대 위기를 얘기했죠. 막무가내로 가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2009년 노무현 대통령과 일종의 공동 투쟁 전선을 꾸미려고 구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의 강압에 의해서 그렇게 죽음의 길을 선택하시고. 3개월 후에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만약 살아계셨다면 지금이라도 흩어져 있는 야당, 시민사회, 또 국제 사회 힘까지 빌려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고 또 보수정권들을 견제하는 많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어떤 메시지를 주실까요?"어제(15일)가 광복 71주년이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의 역사에 대해 '칠전팔기'란 표현을 자주 쓰셨어요. 우리 민족은 그런 저력을 발휘해서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외환위기도 극복하고 산업화도 이루고 지식 정보화 국가도 만들고, 대결과 갈등의 남북관계도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만들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비록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희망을 갖고 양심으로 나서자'는 메시지를 주셨을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불안 상황에서 김 대통령의 특유의 국제 사회 네트워크를 총동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 또 북한 정부에 압력을 가해서 한반도 상황을 추슬러 나가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특히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으셨어요. 그 결과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이었죠.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 즈음 통일은 몰라도 남북이 더욱 협력하지 않을까 기대했었죠.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2008년에 중단됐고 개성공단마저 중단되어 남북관계는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인데."지금 남북관계는 당장이라도 남북이 포격하고 총을 쏘는 국지전 상태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극도로 위험하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런 위기적 상황에 무감각해졌는데, 지금은 안보 위기 중에 최고의 안보 위기 상황입니다.
8년 전인 2008년에 금강산 관광이 끝나버렸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의 지렛대이자 최고의 성과입니다. 앞으로 개성공단과 같은 것 서너 개가 북한에 만들어지면 사실상 통일을 꿈꿀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생각이 짧고 비전이 없는 박근혜 정부가 단칼에 잘라 버렸어요. 수많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 또 관련 업체들에게 피눈물 나게 하는 일입니다. 폐쇄는 정말 박근혜 정부가 민족 문제를 바라보는 데에서 얼마나 짧은 견해를 가졌는지, 얼마나 무모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북한도 잘했다고 할 수 없어요. 북한은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를 잘하면서 대화와 협력, 협상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주변국에 큰 위협이 되는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반복해서 쏘는 것은 잘못입니다. 북한도 그런 태도를 버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6자회담이나 국제사회의 협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해야 합니다. 특히 남북공조를 기반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힘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협치, 사드 논란... 청와대의 밀어붙이기는 여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