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세월호 청문회 방해하고 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4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 박종운 변호사

등록 2016.08.31 17:07수정 2016.08.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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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화문을 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2014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세월호 유가족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단식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적극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2014년과 지금 유가족의 요구는 근본적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으로 동일하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특조위는 3차 청문회를 우여곡절 끝에 9월 1일~2일 이틀간 김대중 도서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청문회에서 다뤄지는 쟁점이 무엇인지 듣고자, 지난 29일 광화문의 세월호 광장에서 특조위 상임위원으로 안전사회 소위원장을 맡은 박종운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세월호 3차 청문회, 김대중 도서관에서 여는 이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 박종운 변호사 ⓒ 이영광


- 9월 1일부터 3차 청문회가 진행되는데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청문회 장소로 여의도에 있는 사학연금회관 강당 등을 대관하고 잔금까지 지불했는데, 갑자기 취소를 당했어요. 교육부에서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여요. 이후에 홍대입구역 부근에 있는 김대중 도서관으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필요로 했던 장소보다 워낙 좁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해수부에서 며칠 전에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종료됐기 때문에 청문회 개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서 그것을 본 조사 대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 안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어요. 협소한 공간, 증인들 대부분이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청문회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인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어요. 그래서 3차 청문회는 과거 청문회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청문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청문회가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려요.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장도 야당이 가져갔는데 국회를 장소로 섭외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했나요?
"3차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20대 국회에 요청하였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어요. 오늘(29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께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국회 내에 장소를 알아보시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촉박해요.

설사 이제 와서 국회 내에 공간이 있다고 한들 청문회 개최 기간을 다시 정하지 않는 한 이번에 국회 내부 공간에서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이제라도 청문회 공간으로 제3회의실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저희야 반가운 일이지만, 때 늦은 감이 있죠."


- 해수부는 청문회에 대해 "증인·감정인·참고인이 출석하는 청문회는 명백한 조사활동으로, 조사활동 기간 내에 시행해야 한다"며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은 이미 종료됐으며 종합보고서와 백서의 작성·발간을 위한 기간에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던데요?
"해수부가 그러한 취지의 보도자료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틀린 내용입니다. 세월호 진상규명법에 의하면 '진상규명조사'와 '청문회'는 각 제1절, 제2절 등 별개의 절에 규정하고 있어요. <제2절 청문회> 제31조(청문회의 실시) 제1항을 보면, '위원회는 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원회의 의결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조사활동 기간에만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거나 하는, 청문회 실시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요. 위원회가 존속하는 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언제든지, 위원회의 의결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청문회 실시의 법적인 근거가 있고, 그에 따르면 조사활동 기간 내에만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는 식의 제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위원회의 의결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해수부의 보도자료는 법 해석을 잘못한 것입니다. 그러한 잘못된 내용의 보도자료 때문에 조사 대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청문회에 불출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결국 해수부는 세월호 특조위의 청문회 실시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

"증인 안 나와도 청문회는 정상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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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416광장에서 '국회를 규탄하고 야당에 세월호 특별법 개정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전면적인 단식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최윤석


- 이번 청문회에서 다뤄지는 쟁점은 무엇이 있나요?
"3차 청문회에서는 이전 청문회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다루게 됩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조치와 책임'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미흡한 진상규명에 대해 다룰 것이고요. 구조·구난 및 정부대응의 적정성 문제, 언론보도의 공정성/적정성 문제, 피해자를 대하는 국가 조치의 문제점, 인양 문제, 해경 주파수공용통신(TRS)에 대해서도 다룰 것입니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검/경의 수사 내용 중 부실했던 부분이라거나 재난에 대한 청와대의 역할에 관한 것이 있죠. 또한 특조위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의 보도내용에 개입한 부분, 구조에 실패한 해경 및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병언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언론의 초점이 유병언으로 옮겨가게 된 경위를 알아보는 거죠.

그리고 수사를 진행한 검사들은 123 정장을 기소하려고 했는데 윗선에서는 반대했다는 등의 여러 사실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과연 청와대는 이런 재난에 대해 어떤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야 되는지 재난 컨트롤타워와 관련된 쟁점도 다루게 됩니다.

인양과 관련해서는 온전한 선체인양을 통해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데, 그것과 관련해서도 현재 인양 진행 상황을 점검해보려고 합니다. 만약에 해수부 인양추진단 공무원들이 불출석하게 되면 저희가 확보한 자료를 통해서라도 진행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론 특조위가 해경으로부터 일부 확보한 TRS 자료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현재 4월 16일~29일 치만 확보되어 있습니다. 확보된 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라거나 과거에 조사되었거나 발표된 내용과 다른 것은 없는지, 청문회를 통해 밝히게 됩니다. 그래서 3차 청문회는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나 자세의 문제, 그리고 국가의 조치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따져보는 청문회가 될 것입니다."

- 신청한 증인은 누구인가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당시 민정수석, 홍보수석, 국가안보실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되었는데, 출석할지는 의문이에요. 또 해수부, 해경 공무원들이나 청해진해운의 선원 중 일부, 탑승객 중 일부, 피해자, 특히 인양과 관련해서는 해수부 인양추진단 소속 공무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했어요. 그분들이 출석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여러 전문가 참고인들과 피해자 가족 참고인들이 출석할 것이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는 정상적으로 진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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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남소연


- 인양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이 된가요?
"제 기억으로는 6번 정도 실패한 후에 선수들기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었어요. 현재는 선미 부분 아래쪽에 리프팅 빔을 설치하는 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기와는 방법이 달라요. 갯벌 위에 침몰해 있기 때문에 선미 아랫부분 갯벌에 구멍을 내어 리프팅 빔을 집어넣는 작업을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리프팅 빔이 설치 완료되면, 리프팅 빔에 줄을 연결하여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세월호를 들어 올려서 수중 바지선에 싣고 그 바지선이 해상으로 올라와서 목포항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금 저희가 우려하는 건, 성공적으로 인양이 이뤄져야 미수습자를 수습할 수 있고 침몰 원인을 밝힐 수 있는데, 현재도 부력제를 집어넣는다는 이유로 100여개의 구멍을 뚫고, 닻처럼 무거운 부분은 잘라내는 등 선수들기를 하면서 세월호 선체에 손상이 있었어요. 또한 최근에 인양 과정에서 물빠짐을 위해 배 바닥에 30~40개의 구멍을 뚫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세월호 선체는 이미 상당한 훼손이 이뤄진 거로 보여 참으로 걱정스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체가 무사히 인양되어서 미수습 가족을 수습하고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오늘(29일) 해수부에서, 선체를 인양한 다음에 객실 부분과 화물 공간 부분을 잘라내고 객실 부분을 바로 세워서 작업해야 안전하고 신속한 미수습자 수습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는데요. 우리가 우려하는 건 그런 과정에서 실제로 많은 유실물이 발생하거나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 인양은 언제쯤 이뤄질 거로 보세요?
"해수부가 구체적인 인양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해요. 그래서 특조위는 해수부에 대해, 인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 구체적인 인양 일정을 발표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9월 말이 될지 10월 말이 될지 알 수는 없는데, 해수부는 어떻게든 인양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어요."

"추미애 신임 대표에게 기대 중... 과정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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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이 13일째 진행되고 있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신임대표가 단식 중인 유가족들을 방문해 대화를 마치고 안아주고 있다. ⓒ 이희훈


- 광화문에 가면 마치 지금이 2014년인가 싶을 정도로 유가족과 특조위원들이 단식하고, 시민도 동조 단식을 하고 있어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세월호 특조위에서는 지난 7월 27일부터 위원장님을 시작으로 단식하고 있어요. 유가족분들도 유경근 집행위원장, 어머니들이 단식하고 계시고, 일반 시민들께서도 매일 동조 단식을 하고 계시고, 또 장훈 분과장을 비롯한 몇 분은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특조위가 만들어졌는데도 조사를 제대로 다 하기도 전에 문을 닫게 만들려는 정부의 의도는 잘못된 것이에요. 특조위가 진상규명조사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특히 침몰원인을 밝혀낼 가장 주요한 증거인 세월호 선체는 조사도 못 하는 상태에서 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단식을 하시는 것이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런 상황 인식 하에서 '이건 국회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 유가족분들이 스스로를 희생해서 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더민주가 더 열심히 할 테니 단식을 멈춰 달라'고 말씀하셨어요. 가족들 입장에선 너무 감사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동안 야당이 여러 차례 국회에서 해결해 보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과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추 대표나 더민주를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에서 단식을 계속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 건강은 어떤가요?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장훈 분과장은 13일째 단식(29일 기준)이라 많이 힘들죠. 7일 단식을 하신 이석태 위원장님도 연세가 있으셔서 더욱 힘이 드셨고, 저도 업무를 하는 도중에 3일 단식을 했기 때문에 견디기가 쉽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13일 동안, 그것도 무더운 환경 속에서 단식하는데, 골방에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언론 인터뷰도 하고 여러 집회에서 발언도 하는 과정에서 13일이란 시간이 경과했기 때문에, 몸이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

-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추미애 의원이 선출되었어요. 친문 성향에 강성으로 꼽히잖아요. 세월호에 대한 문제를 풀 수 있을까요?
"어느 분이 대표가 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떻게 활동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고 그 법에 의해 특조위가 구성되었는데, 국회에서 만든 법을 정부가 잘못 해석해서 그런 것이든 아니면 의도적이든, 세월호특조위를 사실상 강제로 해산시키려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게 국회의원들이죠. 본인들이 만든 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행정부가 하게 되면 그에 대해 분노하고 바르게 집행되도록 만들어야 하지요.

사실 추 대표가 어떤 태도를 가지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런데 오늘 유가족 단식 농성하는 자리에 오셔서 하신 말씀으로 볼 때는 추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세월호 참사 및 세월호 특조위와 관련하여 활발하게 활동을 하시면서 이 문제를 정부 여당과 잘 풀어나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집니다. 때로는 싸우면서 때로는 협상을 해 나가면서 풀어가게 될 것 같은데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9월 말이면 백서 기간도 끝나요. 법이 개정 안 되면 사무실도 문을 닫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나요?
"정부 주장에 따르면 9월 30일에 종합보고서/백서 작성 기간이 끝납니다. 정부 입장을 그대로 관철시킨다면 10월 1일부터 세월호 특조위가 해산되는 과정을 겪게 돼요. 그래서 저희는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세월호 특조위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8월이고, 9월 이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특조위가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하게 된 것입니다.

'6월 30일 조사활동 기간 종료, 9월 30일 활동 기간 종료 및 이후 해산'은 정부 측의 주장이지만 정부에서 권력을 가지고 행정적인 조치를 하게 되면 그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9월 이내에 야 3당이 합심해서 여당과 함께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야 현재의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해나가면서 진실규명이나 안전사회종합대책, 피해자지원대책 같은 업무를 수행해나갈 수 있습니다.

시기를 놓치게 되면 현재의 세월호 특조위가 아니라 제2의 특조위를 법 개정이나 제정 등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기 때문에, 그 전에 현재의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충분히 잘할 수 있도록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거나 아니면 특별법이 개정되어 공포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종운 #세월호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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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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