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산성-명암간 도로에서 최근 일주일 새 차량 전도사고가 3건이나 발생하자 충북지방경찰청이 2.5톤 화물차량에 대한 긴급통행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용역결과 등에 따라 2.5톤 이상 차량이 영구적으로 이 도로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육성준 기자
충청리뷰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얻은 산성-명암도로에 '긴급통행제한'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다.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사고 원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최근에는 일주일 새(8월3일~8월9일) 3건의 사고가 발생하며 정점을 찍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0일부터 2.5톤 이상의 화물차 통행을 제한했다. 청주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00억 원대 이상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청주시가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벗을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익명을 요구한 한 도로전문가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돈을 더 들여서라도 터널 위치를 내렸어야 했다"고 잘라 말했다. 2009년 11월 개통된 산성-명암간 도로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됐다. 2002년 착공한 이 도로는 착공 전부터 필요성 여부를 놓고 이견이 많았고, 착공 후에도 건설 방식이 바뀌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당초 도로설계는 남원ENG가 맡았다. 남원ENG는 개착식으로 설계했지만 이후 한남금북정맥 보존과 자연훼손 최소화 방침이 서면서 터널로 건설방식이 변경됐다. 현재의 모습으로 도로폭 20m, 길이 3.97㎞로 건설된 산성-명암간 도로에는 총 길이 2527m의 터널(4개)이 뚫렸다. 총 공사비는 730억 원 가량 소요됐다.
터널의 위치를 낮췄어야 한다고 주장한 도로전문가는 "터널의 위치를 낮추면 터널의 길이는 길어진다. 당연히 건설비도 증가한다. 정확한 사업비는 따져봐야겠지만 최대 2배 정도의 비용이면 더욱 안전한 도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널을 낮게 건설하면 전체적인 도로의 높이가 낮아지고 경사도가 완만해져 결국 꼬불꼬불 구부러진(선형) 도로 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청주시가 찾은 원인은 무엇일까.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첫 번째 사고는 2010년 4월 30일에 발생했다. 명암타워 인근 교차로에서 직진하는 차량의 측면을 들이받는 측면직각 충돌사고였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2시경 시내 방향으로 내리막 차선을 운행 중인 4.5톤 화물차가 우회전을 하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였다. 사고 당시 화물차에는 굴착기가 실려 있었고, 이 굴착기가 떨어지면서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를 덮쳤다.
산성-명암간 사고의 대부분은 내리막 차선의 끝부분인 명암타워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총 41건의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76명이 다쳤다. 특징적인 것은 차로를 이탈해 시설물을 들이받은 단독사고가 14건에 이르고, 화물차량에 의한 사고가 21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찰 사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긴 내리막 구간으로 인한 제동장치 고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게중심이 높은 화물차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동부우회도로와 산성도로를 연결하는 도로의 구조적 문제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잘못된 편구배, 육안으로도 식별돼"한 도로전문가는 "자전거 트랙 경기장인 벨로드롬을 생각하면 쉽다. 트랙의 안쪽은 낮고 바깥쪽은 높게 만들어져 있다. 원심력에 의해 이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회전구간에서 생긴 원심력은 직선구간에서까지도 작용한다. 그래서 벨로드롬은 회전구간 뿐만 아니라 직선주로에서도 7~13도의 경사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해당 도로는 육안으로도 식별될 만큼 편구배(편경사)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심력은 곡선반지름이 작을수록 차량 속도에 비례해 작용한다. 꾸불꾸불한 내리막길을 달려와 맨 마지막 직각으로 틀어야 하는 우회전에서 가장 큰 원심력이 작용한다. 무게중심이 높은 차량일수록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와 관련해 설계업체의 설명을 들어보려 했지만 산성-명암간 도로를 설계한 수도권업체 동신기술개발은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정일용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 박사는 "산성도로는 두 군데로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리막길 1.7㎞는 위험의 본질이 아니다. 그런 유형의 도로는 많다. 핵심은 좌전도 되는 우회전 교차로다. 건설 당시 편구배에 대한 시설기준을 지켰을 것으로 본다. 시설기준은 적정속도와 무게 등을 감안해 만들어지고, 이를 지켜서 건설했다고 해도 실제 사고가 안 난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여러 요인 중 속도와 무게라는 변수는 건설 과정에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정한 무게의 차량이 적정한 속도로 달린다면 예상 가능 하지만 운전자 개개인의 운전 습관과 과적 여부에 따라서 이 같은 계산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과적 화물 차량에 맞춰 편구배를 준다면 일반 차량은 오히려 안쪽으로 쏠려 불안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사고 원인으로 잘못된 운전습관과 과적을 꼽았다. 또한 선형의 변화로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내리막길의 경사도는 정해진 속도로 운전하면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청주시도 충북지방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제시한 원인에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단기안으로 브레이크 고장 차량이 멈출 수 있는 길이 80m, 폭 10m의 긴급제동시설을 내리막 구간 2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 긴급통행제한으로 실시하고 있는 2.5톤 이상 화물차량의 우회도 정식 통행 제한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기로 했다.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에 따라 행정예고한 뒤 주민공람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할 수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로선형을 변경하는 안 등 단기적 방안과 입체교차로 등 장기적 방안을 놓고 연구용역을 통해 최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전문가들은 단기안으로 해결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입체교차로나 대체노선은 적어도 10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대부분의 사고 유발차량이 화물차인데, 산성-명암 도로에 화물차 통행량이 얼마나 된다고 100억 원대 사업비를 투입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현재 도로여건에서 어떻게 하든 안전하게 공사를 해보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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