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플랑들안방의 세월호라는 불리는 옥시참사! 바람이 불며 팽목항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강홍구
농성장은 하나의 섬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일상인들과 분명 인접해 있으면서도, 쉽게 다가가기 힘든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 특정 사건에 갖는 경험치와 이해관계가 다름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우리는 타인의 삶에 관심 갖기에는 너무나 바쁜 각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를 증명할 숫자는 차고 넘친다. 직장인들은 연평균 216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근로(OECD 2위)에 시달린다. 20대 청년들도 여유가 없다. 정부통계만으로도 10%를 넘고, 체감은 2배 이상인 청년실업의 압박감 때문일 것이다. 생존을 위해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는 500만에 달하는 자영업자와 50%에 육박한 노인빈곤에 시달리는 장년층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너무 비자발적으로 바쁘다. 때문에 상당수의 농성장들은 외딴 섬처럼 고립되기 일쑤다.
지난 22일 여의도 증권가에도 작은 섬이 하나 만들어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아래 가피모)과 옥시제품 불매를 주도한 전국 15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 시작한 옥시불매 항의농성이 어느덧 첫 주말을 맞고 있다. 24일 오전부터 설치한 천막 덕분인지 이제는 제법 멀리서도 표시가 났다.
자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정면으로는 옥시가 입주한 웅장한 고층빌딩이 버티고 있고, 농성장 좌측에는 애연가들이 수시로 몰려나와 담뱃불을 나누는 비공식 흡연터가 있었다. 뒤로는 8차선 차도에서 끊임없는 차량소음이 발생했다. 때문에 한 참가자는 농성장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멍해질 때가 있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는 가끔 건물 안에서 멀뚱멀뚱 농성장 쪽을 바라보는 사람과 눈이 맞을 때면, 동물원에 온 것도 아니고 기분이 참 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