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각종 문화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무궁화 거리', '시네마거리' 등 '전시행정' 논란... 청주시 "지속발전 가능, 전시행정 아니다" 해명

등록 2016.09.05 12:55수정 2016.09.05 12:55
0
원고료로 응원
a  ▲ 청주시가 1억 5000만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 사진/육성준 기자

▲ 청주시가 1억 5000만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 사진/육성준 기자 ⓒ 충청리뷰


최근 청주시가 잇따라 선보인 각종 조성사업들이 '세금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주시는 지난 6월 27일 제2순환로 지북교차로에서 가마교차로 구간 도로변에 3억 4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무궁화 특화거리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무궁화 1600그루를 심었다. 청주시는 또 지난 8월 23일, 청주시 성안길 일원에 예산 2억6000만 원을 들여 '성안길 시네마거리'를 조성했다. 유명 영화배우까지 초청해 사인회를 열고 고적대 퍼레이드까지 펼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청주시는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도심관광 인프라 확충과 새로운 관광콘텐츠 발굴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청주시민 6만여 명이 가입한 SNS 그룹을 통해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낸 것. 청주시의 기대와는 다르게 시민들의 반응은 '세금낭비'라는 비난과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a  ▲ 무궁화거리에 정작 무궁화가 없다.

▲ 무궁화거리에 정작 무궁화가 없다. ⓒ 충청리뷰


무궁화 없는 '무궁화거리'

청주시가 세금 3억4000만 원을 들여 지북교차로 인근 3.2km에 무궁화 특화거리를 만들었다. 시는 지난 5월부터 동부우회도로, 손병희 유허지, 청주 가로수길 등에 있는 무궁화 1600그루를 이곳에 옮겨 심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식재함으로써 시민들이 도심에서 자연스럽게 무궁화를 보고 느끼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무궁화거리에 있어야 할 무궁화는 보이지 않았다.

무궁화 개화 시기는 7월부터 8월까지다. 계획대로면 활짝 피었어야 한다. 해당부서 관계자는 "새로 식재를 하면서 올해는 개화하지 못한 거 같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해명에도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분평동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무궁화 거리라고 하면서 무궁화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애초부터 왜 수억 원을 들여 무궁화 거리를 조성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내인 없는 안내소, 영화 촬영 계획없는 시네마 거리

a  ▲ 4000만원을 들여 진행한 시네마거리페스티벌. 사진/육성준 기자

▲ 4000만원을 들여 진행한 시네마거리페스티벌. 사진/육성준 기자 ⓒ 충청리뷰


지난 8월 23일 청주시가 세금 1억5000만 원을 들여 만든 성안길 '시네마거리'가 세금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드라마 촬영명소 인지도 재고와 새로운 관광 콘텐츠 발굴, 도심관광코스 명소화를 위해 조성했다는 시네마거리. 현재 이곳에는 조형물 벤치7개, 핸드프린팅 3개, 시네마거리 안내판 1개 등이 설치돼 있다.

거리조성 이틀 뒤인 8월 25일, 청주시는 성안길 시네마거리조성을 기념해 '성안길 시네마거리 페스티벌'을 개막했다. 이승훈 청주시장,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 등 많은 내·외빈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시비 4000만 원을 들여 준비했다. 인기배우까지 초청해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청주시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 중 비판의 의견도 나왔다.

시네마거리 조성 이후 SNS에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비판 댓글들이 작성되기 시작했다. 시민B씨는 "모형 몇 개 설치했다고 영화의 거리인거냐? 왜 돈과 시간, 인력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차라리 직지 브랜딩에 몰두해라', '전형적인 세금 낭비다' 등 수많은 시민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같은 시민들의 반응에도 청주시는 "SNS 비판 글을 직접보지는 못했다. 시네마 거리는 지속가능 발전성을 가지고 준비한 사업이다. 일회성 전시행정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정작 시설물 유지·보수에 대한 예산은 미편성 돼 부실관리가 염려됐다.

또 현재까지 청주 성안길에서 촬영 예정인 영화도 없어 과연 시네마거리조성사업이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청주시 관광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촬영이 예정된 영화는 없다. 추가적으로 촬영이 진행되면 시네마거리를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네마거리를 조성하면서 성안길안내소를 만들었지만 정작 안내소를 운영할 인력이 없어 현재 비어있는 상태다. 담당부서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부실행정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충북참여연대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예산이라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하는데 단순히 조형물 몇 개를 설치하고 기념비적으로 예산을 사용했다면 명백한 전시행정이며 혈세낭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안길안내소와 시네마거리로 인해 그동안 성안길 일대에서 영업해온 노점상들이 당장 쫓겨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생계형 소규모 노점이고 이 또한 수년간 성안길을 지켜온 명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관해 담당부서 관계자는 "현재 노점상들이 도로 불법전용을 하고 있다. 시네마거리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된 만큼 노점상들이 거리를 떠나야 한다"고 답변했다.

2억6천 예산 들여 세운 루미나리에 6년 만에 철거

a  ▲ 2008년 2억 6000만원을 들여 설치한 '루미나리에', 지금은 철거됐다. 사진/육성준 기자

▲ 2008년 2억 6000만원을 들여 설치한 '루미나리에', 지금은 철거됐다. 사진/육성준 기자 ⓒ 충청리뷰


청주시는 지난 2008년 남상우시장 재임당시 육거리시장 입구에 경관조명인 '루미나리에'를 설치했다. 2억6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3개 노선에 모두 678m의 길이로 조성했다. 당시 청주시는 "루미나리에를 통해 육거리 시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청주시가 '육거리 전통시장 테마가 있는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루미나리에를 철거해 세금낭비 논란이 일었다. 결국 청주시는 4억 원을 들여 육거리 시장과 석교육거리 주변을 테마가 있는 거리로 조성했다.

문제는 2억 6000만 원을 들여 만든 루미나리에를 8년 만에 또다시 세금을 들여 철거했다는 점이다. 주출입구에 기와 지붕 형식 조형물을 새로 세우면서 2억 6000만 원의 세금을 사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금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 같은 지적에 청주시 관계자는 "육거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벤트성으로 조성했다"며 "막상 저녁 시간에 시장을 찾는 시민들도 적어 관리도 되지 않아 철거하게 됐다"고 답했다. 애초에 별다른 고민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암동에 거주하는 시민 C씨는 "세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시장이 바뀔 때 마다 이런 식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건 문제"라며 "애초에 왜 루미나리에를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세금낭비 #시네마거리 #청주 #충청리뷰 #박명원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같은정의, 강같은진실! 충북인뉴스는 충북지역 등록 제1호 인터넷언론입니다. 사회적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평등사회를 지향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