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장애인 안내견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는 SBS의 보도
SBS 뉴스 캡처
저는 10년째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란 질환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2년전 전철역에서 다리를 헛디뎌 선로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갈비뼈와 다리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전철이 역으로 진입할 때 다른 승객이 비상벨을 울려 막아주어 목숨은 겨우 건졌습니다. 그 후 아내와 저는 상의 끝에 안내견을 신청하기로 했고 2015년 10월 1일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의 '화이토'라는 잘 생긴 안내견을 분양받았습니다.
안내견과 1년 생활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활동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아이들과 야생 돌고래도 보러 가고 온천으로 유명한 뱃부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천 여행도 할 수 있었죠. 안내견과 생활한 지 1년 동안 일본에서 한 번도 안내견으로 인해 출입거부를 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다다미방으로 되어있는 온천에서 잘때는 오히려 제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의 털이 많이 빠지는 특성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온천, 호텔도, 식당... 그 어디서도 안내견을 데리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싫은 소리 한 마디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출입거부를 당한 곳이 교회, 특히 한인교회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습니다.
일제시대 탄압과 설움을 받으면서도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준 한인교회. 그런데 그곳에서 장애인이란 이유로 안내견을 데리고 왔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한 것입니다. 외국에 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인이라는 점이 창피할 정도입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위해 자기의 목숨까지 바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의 공간에서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면 그곳에 하느님이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1
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개 들어오면 안 돼" 안내견 출입 막은 교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