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7개월 된 영아가 젖병을 물고 자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4주 후에 발표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인을 가릴 수 있겠지만 숨진 영아의 부모는 "보육교사가 딸에게 젖병을 물리고 방치해 아이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CCTV 확인 결과 보육교사가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각각 30분·40분 동안 두 차례나 자리를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잠을 잔다고 해서 12개월 이하의 영아를 오랜 시간 혼자 둔 것은 문제 있는 행동으로 지적된다.
대덕대 영유아보육연수원 장혜자 교수는 "아이는 생후 10∼11개월 정도가 돼야 목을 가누므로 그때나 돼야 베개나 쿠션을 받치고 젖병을 물릴 수 있다"며 "7개월 밖에 안 됐다면 목뼈가 완전하지 않아 목을 가누기 힘든데 젖병을 물리고 30∼40분을 홀로 뒀다는 건 완전 방치 수준"이라고 밝혔다.
목을 가누기 힘든 영아의 경우 젖병을 문 상태에서 분유나 모유가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면 뇌에 큰 손상을 입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만 2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영아를 돌보는 교사는 아이의 낮잠 시간에도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며 "제대로 수면을 취하고 있는지,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유아보육법(제23조·제23조의2)엔 어린이집의 원장과 보육교사에 대한 보수교육(재교육)이 의무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만 1세 이하의 영아는 영아돌연사 발생 위험이 있어 절대 혼자 두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보조교사의 잘못으로만 몰아붙이기 힘든 측면도 있다.
장 교수는 "보조교사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 문제"이며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출근 후 퇴근 때까지 쉴 틈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인건비 문제로 보조교사나 대체교사를 두지 않고 있다. 한 명의 교사가 혼자서 모든 것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육 자료 조사 등 따로 시간을 내어 해야 할 일도 많다. 법으로 보장된 1시간의 점심시간도 제대로 쓰지 못할 만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도 한다. 보육교사의 식사시간은 평균 11.1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장 교수는 "정원의 80% 이상을 채운 어린이집엔 보조교사를 연령별로 한 명 이상씩 투입하는 등 인력이 보충돼야 아이를 온전히 돌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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