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벨로 주교, 추석 연휴에 광주 방문한 까닭

학살의 상처 보듬어온 광주와 동티모르의 20년 인연

등록 2016.09.14 11:43수정 2016.09.1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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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저녁, 광주를 방문한 동티모르의 까를로스 벨로 주교에게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새겨진 족자를 선물하고 있다. 벨로 주교는 동티모르 분쟁을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3일 저녁, 광주를 방문한 동티모르의 까를로스 벨로 주교에게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새겨진 족자를 선물하고 있다. 벨로 주교는 동티모르 분쟁을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 광주광역시 제공


동티모르 분쟁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까를로스 벨로 주교가 13일 광주를 찾았다. 동티모르 추수감사절에 맞춰 온 벨로 주교는 추석 연휴 동안 광주에 머물며 자국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동티모르 교육 재건을 위한 각계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벨로 주교의 광주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광주를 찾았었기 때문이다. 16년 만에 다시 광주를 방문한 벨로 주교는 5.18민주화운동과 광주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광주와 동티모르는 여느 관계와는 다른 각별함을 유지하고 있다. 동티모르에서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1996년, 광주시민들은 '국제청년캠프'를 진행하고 5만 달러를 마련해 동티모르에 전달했다. 동티모르 독립운동 군자금을 광주시민들이 보낸 것이다.

2002년 동티모르가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론 구스마오 대통령에게 광주인권상을 수여했다. 그리고 신생독립국가 동티모르가 대한민국과 특별한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방면에 걸친 노력을 도맡았다. 특히 농기계를 지원하고, 커피 공정무역을 확대하는 등 동티모르 경제자립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9월에는 광주보훈병원과 동티모르 노동부가 보건진료사업과 의료진 수련·교육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그리고 올해 6월부터는 K2H(Korea to Heart) 프로그램을 통해 동티모르에서 온 프레데리코 데 마토스씨가 광주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광주와 동티모르를 특별한 관계를 잇는 데 있어서 중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이가 윤장현 시장이다. 그는 광주국제교류센터 이사장 시절 국제청년캠프를 열어 동티모르의 실상을 한국에 알리며 지원을 호소했다. 또 한국YMCA 이사장으로 재임할 땐 동티모르 커피의 공정무역을 지원했다. 또 광주시장으로 취임하고 나선 동티모르와의 인적 교류와 의료기반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와 동티모르의 특별한 인연... "5.18 특별미사 집전하고 싶다"


벨로 주교가 방한 주요일정으로 광주를 선택한 것도 광주와 동티모르의 이런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특히 벨로 주교는 13일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의 만찬간담회에서 "2017년 5월 광주를 방문해, 5.18기념 특별미사를 집전하고 싶다"라며 5.18과 광주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밝혔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광주를 찾은 벨로 주교는 특히 동티모르의 교육 재건 사업을 위한 광주 각계의 협력과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벨로 주교는 윤 시장과의 간담회에서도 "동티모르 미래세대를 교육시키기 위한 연대와 지원 방안을 광주와 논의하고 싶다"라며 "동티모르의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광주의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시장은 "교육 시설과 기자재 등 지원방안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모색하겠다"라고 답했다.

벨로 주교는 동티모르 교육재건을 위한 광주 각계와의 지원 협력을 논의한 뒤 15일 동티모르 노동자들과의 미사를 집전한 뒤 16일 출국할 예정이다.

민주를 외치다 군부독재에 학살당한 아픔을 겪은 광주, 독립을 요구하다 인구의 1/3이 인도네시아로부터 학살당한 동티모르.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다독이며 20년 동안 이어온 광주와 동티모르의 각별한 관계가 한가위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윤장현 #벨로 주교 #동티모르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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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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