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진실을 40년만에 대한민국에 알리다

한반도에서의 경계인인 노작가의 <화산도>가 70여년 전 해방정국 살육의 진실을 밝혀....

등록 2016.10.09 13:25수정 2016.10.0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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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한반도의 해방 정국에서, 승전국들의 냉전구도와 분단의 비극적 결단을 추구했던 세력들을 거부하고 통일된 조국을 꿈꾸었던 제주민중들의 저항에 대한 살육 현장의 처철한 모습을 담은 이야기로, 아직도 진실을 다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역사가 4·3이야기다.

<화산도>는 외세에 의한 해방과 점령군, 친일파 재등용, 남북 분단과 이승만 단독정부 수립, 여수순천 군인 집단저항사건, 재일동포와 일본 공산당 등 제주만이 아니라 서울과 일본 등의 공간적 배경까지 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제주 내에서의 무장대(일명 빨치산)과 서북청년단, 경찰, 국방경비대, 미군, 무장대 등에 의해 죽어간 도민들의 피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화산도>는 4·3의 '전야'인 1948년 2월 말부터 무장 세력이 세력을 잃고 군과 경찰, 서북청년단 등 토벌대에게 진압된 이듬해인 49년 6월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글로 완역된 화산도 12권. 출판사 제공 2만 2천 장의 원고지로 완성된 <화산도>와 20여만에 한글로 완역된 <화산도> ⓒ 박진우


재일조선인 노작가 김석범씨는 <화산도>에서 제주도민들의 봉기에 대한 정당성을 네 가지로 정리 하고 있다.

첫 번째로 미국과 소련 등의 지배로 또 다시 식민지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반제국주의의 투쟁의 성격이고, 두 번째로는 한반도가 분단이 돼서는 안된다는 통일 투쟁이다. 세 번째는 사농공상과 남녀노소 등 계급과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시 일본에게 협력했던 매국노(친일파)의 재등용에 대한 거부를 통해 친일청산을 요구하였음을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독 제주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해방 전후로 만주와 한반도 전체가 정도의 차이일 뿐 전반적인 분위기로 설명되고 있다.

제주 4·3의 인명 피해는 실로 엄청난데 적게는 2만4천 명, 많게는 9만여 명까지 죽게된  원인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4·3이 인명과 재산 등의 피해가 이승만과 토벌대인 군인과 경찰들의 무자비한 진압 중심이었다면, <화산도>에서는 미국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4·3의 과정에서 미국의 책임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간 외면했던 무장대 지도부도 지적하고 있다. 무장도 제대로 하지 않고 봉기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감성적으로 일으켰으며, 봉기를 일으키고 나서 교전이 한참 진행중인 과정에서 무장대 지도부가 무책임하게 섬을 빠져 나감으로써 지도력의 부재로 이어져 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방 불명 희생자 위령비 제주43당시 희생되어 행방을 알수 없는 사람들의 영령을 모신 묘역으로 제주43평화공원내 설치되어 있음 ⓒ 박진우


마지막으로 <화산도>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휴머니즘에 입각에 사람을 살리고자 노력하였음을 강조하였다. 작품의 후반부에 4·3항쟁 과정에서 토벌대의 진압에도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을 칠흙같은 한밤중에 몇 십명밖에 탈 수 없는 작은 배로 목숨을 걸고 대한해협을 넘어 일본으로 밀항한 재일 조선인들의 구술에서 작품이 나왔음을 암시하며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전개하였다.

제1회 제주43문확상 수상 2015년 4월 1일 제주43평화상 시상식서 수상을 한 <화산조> 저자 재일조선인 김석범씨와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 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 박진우


작가는 <화산도>에서 한반도의 해방공간에서 혼돈의 섬 제주라는 지역적 공간에 민초들의 봉기의 진행 과정에서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하여 당시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냉전구도의 구축을 추구하는 강대국들의 국제질서 재편의 외적 상황과, 조선을 팔아먹고 민중들을 탄압했던 매국노(친일파), 남쪽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통한 분단 고착 세력들의 내적 상황 등 4·3의 공간적 범위인 제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치와 갈등들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방근은 <화산도>의 중심인물로 제주 성내 부잣집 아들이자 친일파 집안의 아들로 일본제국주의의 강점기시절 일본 동경(도쿄) 유학 중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전향을 약속하고 병보석으로 출감함에 깊은 자괴감에 빠져 해방 뒤에도 사회적 활동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과 술을 마시며 세상을 방관자적 자세로 관망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방근은 양심적인 지식인으로서 부도덕함을 경계하고, 돌아가는 정세를 파악하고 인본주의에 입각해 행동하려고 한다. 그리고 관념주의적인 무장대의 무계획적인 봉기에 대해 비판적이며, 남쪽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추구하는 이승만세력과 서북청년단 등 극단주의 세력에도 비판적이다. 그러나 인본주의에 입각해 선량한 양민이나 젊은이들을 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반성없는 친일협력자들을 증오와 죽임으로서 역사적 청산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강몽구는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독립투쟁가이자 통일정부 수립과 친일청산을 외치는 강직한 인물로 이 시대의 마지막 양심가들을 상징한다. 민중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거친 바다를 뚫고 목숨을 건 일본행을 통해 4·3봉기를 준비하고, 봉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민중들을 지키고자 부단히 실천하는 책임성이 강하고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로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실천하는 인본주의자로 진정한 시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유달현은 일본제국주의의 강점기 시대에 전형적인 친일협력자였다가 해방공간에서는 공산주의자로 전향해 투철한 남로당원으로서 활동한다. 제주에서의 봉기가 점차 패배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성내(남로당 당원들의 집결지 및 활동지)의 남로당 조직 정보를 토벌대인 경찰에게 팔아넘긴 후 엄청난 돈을 챙겨 일본으로 밀항하다가 작은 배 위에서 이방근과 탈출하는 제주도민들의 긴장감에서 충격으로 죽는다.

작가는 다양한 친일협력자들이 해방을 통해 전향하였으나 철저한 자기비판을 통해서 진정으로 자신의 과거에 부끄럽고 치욕스러움을 공개하고 반성해 나가야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결국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오늘에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작품 속에서 청산을 추진하였다.

정세용은 이방근의 사촌으로 기회주의자로 등장한다. 유달현이 일본에서의 친일협력자였다면 정세용은 제주섬 내에서의 전형적 친일협력자로서, 일본의 보고서를 수용한 미군정이 친일협력자들을 재등용할 때 정세용도 경찰로 재등용되었고, 이를 계기로 권력욕망에 집착하여 무장대와 군경간 어렵게 성사된 4․28평화회담을 고의로 왜곡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로 민중 봉기의 본질을 왜곡하는 반역사적 기회주의자로서 친족인 방근에게 사살당한다. 작가는 이렇게나마 반역사적, 반민중적 기회주의자들의 청산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마완도는 제주에 거주하는 서북청년단의 대표로 민간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권총을 허리에 차고 경건한 제사상에 절을 하는 모습 속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태극기와 이승만의 사진을 강매하고, 거부자들에 대한 폭력과 고문 등 불법의 유사권력으로 제주섬을 아비규환의 장으로 내몰았고, 봉기한 제주도민들을 무자비한 탄압과 주검의 지옥으로 만든 주체들임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미군정은 45년 9월 7일 미육군총사령부가 남한에 군정을 발표하고 9일 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사령관 하지중장)을 서울에 설치한다. 48년 5월 1일 제주에서 발생한 오라리방화조작사건(일명 메이데이 사건)이후 미군정청 최고수뇌회의를 제주에서 연다.

군정청장관 딘 소장, 중앙군정청 경무부장 조병옥, 민정장관 안재홍, 국방경비대 사령관 송호성 준장 등이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여 제주 현지관계자인 제주도 군정장관과 최천 제주경찰감찰청장, 국방경비대 김익렬 제9연대장 등에게 보고를 받았으며, 이후 남쪽만의 단독정부 수립 선거와 함께 제주도민에 대한 잔혹한 토벌정책을 승인하고 추진하는 세력임을 지적하고 있다.

즉 제주 4·3이 일어난 47년 3월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재건된 48년 8월 15일까지의 군사와 치안의 잭임은 미군정청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4·3의 책임이 미군에게도 있음을 밝혔다.

<화산도>는 제주4·3이 단독정부를 세우는 것을 반대하고 막고자 하는 민족 내부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냉전체계 구축을 위해 미군정과 미국의 뜻이 반영되었고, 많은 피해에 대해서도 미국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김석범씨의 화산도 배경이 된 당시 관덕정 주변 지도 "제주포럼C"가 제작한 조선 및 해방 전후 제주 관덕정 주변 위치도 및 김석범씨가 일본 잡지에 제공한 제주 관덕정 주변(김동현 박사 제공) 성내 중심 지도 ⓒ 박진우


작가는 당시 제주에 거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산도>의 배경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주성내의 모습을 아주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주요 활동이 제주성내에서 이루어지는 데 소설 속의 성내 모습이 당시 모습을 현실적으로 아주 잘 묘사하였다는 것이다.

제주성내 모습은 목관아지(경찰서 및 제주도청 등)를 제외하고는 도로체계와 건축물 위치들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있어서 <화산도>의 배경이 되는 당시 성내 모습을 확인 가능한 데 4·3 당시 목숨을 걸고 대한해협을 밀항한 재일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작가가 얼마나 세밀하게 취재 및 조사를 하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제1회 제주43 화상 시상식에 참석자 제주 방문한 김석범씨. 사진 허상수씨 제공 <화산도>의 작가인 김석범씨가 제1회 제주43평화상 수상을 위해 제주를 방문하여 <화산도>의 배경중 하나인 삼양마을의 용천수가 나오는 물통을 방문하여 주민과 대화. 왼족부터 허상수씨, 김석범씨, 김명식씨. ⓒ 박진우


작가 김석범씨(1925년생)는 쪼개져 두 나라가 되어 버린 두 나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반정부분자로, 다른 한쪽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반혁명분자로 찍혀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는 망국의 유량민이자 재일조선인으로 한국과 북한의 경계인으로 일본에 살고 있는데, <화산도>는 그런 가혹한 역사에서 나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화산도를 망명문학, 디아스포라(Diaspora)의 문학이라고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산도>, 2만 2천장의 원고지가 완성되는데 20년이 걸렸다, 그리고 한국어로 완역하여 나오는 데 또 20년이 소요되었다. 작가 김석범씨가 외치는 4·3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또 20여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제주4·3발발의 원인중 하나인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진실이 규명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주 4·3은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43평화공원내 위패봉안소에 음식을 차려 추념하는 유가족들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내 위패봉안소에서 43당시 희생된 가족의 위패 앞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마련하여 추념하는 유가족들 ⓒ 박진우


그동안 제주4·3 소설은 1970년대 후반부터 쓰여지기 시작하였는데 현기영의 <순이삼춘>(1978), <도령마루의 까마귀>(1979), <잃어버린 시절>(1983), 현길언의 <우리들의 조부님>(1982), 고시홍의 <도마칼>(1985), 오성찬의 <한 공산주의자를 위하여>(1989), 한림화의 장편 <한라산의 노을>(1991) 등의 작품들이 4·3의 진실을 알리고자 시민들을 만났다.

해외 작품으로는 <화산도>에서도 제주우체국 삐라 현장에 나오는 소년 김시종이 91세에 쓴 <조선과 일본에 살다>(2015)가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출간되었다.

<화산도>는 대한민국 내에서 제주4·3의 진실규명이 불온시 되던 시절 해외에서 불씨를 살려 주었으며, 제주지역사회에서 4·3의 진실규명을 위한 불씨가 되어 주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제주4·3특별법을 제정하게 하고, 참여정부의 4·3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민과 4·3유족에 대한 국가원수의 공식 사과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4·3국가추념일 지정 등 4·3의 진실규명을 위한 역사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도 제주4·3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2006년 제58주기 43희생자위령제에 묵념하는 노무현대통령, 노무현재단 제동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써 제주43희생자위령제(2006. 4. 3) 참석하여 헌화 및 분향을 한 후 묵년하는 노무현대통령 ⓒ 박진우


당시에 잡혀가고, 죽어간 이들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 후유장애인들의 치료, 그리고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무고하게 옥살이를 하였던 수형인들, 재판 한 번 없이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에 대한 진실 등 70여년이 흘러가고 있음에도 진실규명이 이루어지기전까지 제주4·3은 진행형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한 고통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김석범씨가 이야기하는 제주4·3이 편향된 이념을 넘고 갈등과 살육의 역사를 넘어 화해와 상생을 통한 평화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김석범 #제주43 #화산도 #미군정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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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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