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기
3권 3색, 저자 출신과 관심에 따라 다른 '덴마크 입문서'세 권을 읽다 보면, 중복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덴마크 사회의 신뢰, 세금 같은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룬다. 읽다보면 구체적인 에피소드들 중에서 '이건 저 책에서 읽은 건데'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각 저자가 덴마크를 바라보는 각도,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현장, 성찰의 깊이는 다 다르다.
가장 다양한 주제에 접근한 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다. 나머지 두 권은 잘 다루지 않는 정치·경제 분야도 다루고 있고, 덴마크의 역사도 개략적으로 나온다. 아마도 세 권 저자들 중에서 가장 덴마크에 머무른 시간이 적은 이 책의 저자는 기자다. 짧은 시간 내 다양하게 취재해 가장 다양한 분야를 가장 함축적으로 썼다.
책 제목처럼 '덴마크처럼 행복한 나라 만들기'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취재·집필했기 때문에 읽어 내려가는 동안 다소 숨이 가쁘다. 하지만 한국의 덴마크 배우기가 언제 시작됐고 왜 실패했느냐를 다룬 부분은 다른 책엔 없는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하지만 휘게와 같은 덴마크 특유의 생활양식이나 음식·디자인 같은 생활문화 분야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덴마크 사람들처럼>은 책 두께도 가장 얇고 다루고 있는 주제도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저자가 덴마크 사람인 덕분인지, 제도와 역사,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이 가장 정확해 보인다. 프랑스 사회와 비교하는 대목도 자주 나와 덴마크가 유럽에서도 얼마나 별종인지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 책 저자는 단순히 덴마크엔 이런 저런 제도가 있다에 그치지 않았다. 그런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 원인을 덴마크 사람들 특유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서 찾았다. 덴마크 입문서 세 권 중 덴마크 사람들에 대한 통찰이 가장 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 덴마크 여성이 쓴 대로 덴마크 사람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3권의 덴마크 입문서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이다. 저자가 잡지 취재·편집을 하던 사람이다 보니,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 주제 구성과 각 이야기의 전개가 잡지 연재물을 읽는 느낌이고, 주제들도 잡지에서 많이 다루듯 생활에 밀착돼 있다. 이런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들을 통해 덴마크 사회·경제 제도에 대한 고찰까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게 이 책 저자가 가진 재주다.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해, 그저 좋기만 한 게 아닌 덴마크 생활을 묘사한 건 다른 두 권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한 달 한 달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갈수록 독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사람인 이 책의 저자는 어느새 덴마크식으로 사고하기 시작했고 행복에 대한 관점도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덴마크 입문서' 세 권을 다 읽은 결론은, 세 권 다 남들에게 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경우에 따라서 추천한다면, 아래의 키워드에 따라 정리할 수 있겠다.
- 교육, 노동, 사회복지, 정치, 협동조합, 기업문화, 종교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신뢰, 덴마크식 사고방식, 공동체, 남녀평등 : <덴마크 사람들처럼>- 휘게, 레저, 휴가, 페스트리, 디자인, 만찬, 분리수거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