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센터를 운영하던 권OO씨는 2000년 8월 10일 새벽 약촌오거리에 있었다. 권씨는 당시 길 건너편에 정차된 택시를 보는 등 살인사건의 정황을 본 목격자다.
류정화
길 건너편에 정차된 택시 운전석에서 기사가 배를 움켜잡고 밖으로 나오려했다. 그러다 다시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석 문은 반쯤 연 상태였다. 택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응급차와 경찰차 등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때서야 살인사건이 발생한 걸 알았다.
권씨는 살인범의 얼굴, 흉기 등을 못 봤다. 그래도 권씨는 결정적 목격자다. 왜냐고? 가짜 살인범 최성필을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을 보자.
"피의자 최성필은 오토바이를 타고 약촌오거리 방면으로 가다가, 택시기사 유OO에게 '운전을 좋게 하라'는 등의 욕설을 듣게 되자, 택시를 추월해 택시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기사에게 다가갔다. 최성필은 '왜 욕설을 하느냐'고 대들면서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택시기사가 '너는 애미애비도 없느냐'라는 등의 욕설을 계속했다. 최성필은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택시기사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오토바이 공구통에서 식칼을 꺼내 택시 조수석 뒷문으로 들어가 택시기사의 옆구리, 가슴 등을 찔렀다."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최성필과 택시기사가 고성을 지르며 싸웠다는 내용이다. 이게 사실이면 4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던 권씨가 다투는 소리를 듣거나, 최성필과 오토바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권씨는 봤을까? 그는 법정에서 "사실만 말하겠다"고 선서한 뒤 이렇게 진술했다.
"비명을 듣고, 택시를 본 기억은 있습니다. 택시기사가 배를 움켜잡고 '욱!' 하는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 뒤 택시 안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정차된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사람 다투는 소리는커녕, 오토바이도 못 봤다는 진술. 판사가 권씨에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었다.
판사 : "16년 전 일이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범죄현장에서 서 있다가 출발한 걸 봤나요, 아니면 그냥 길을 지나는 오토바이를 봤나요?"권씨 : "기억납니다. 지나가는 오토바이였지, (현장에서) 새로 출발하는 오토바이는 아니었습니다."경찰, 검찰의 수사결과와 전혀 다른 증언이다. 최성필이 범인이 아니니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재심을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가 "왜 16년 만에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로 결심했느냐"고 권씨에게 물었다. 그가 답했다.
"억울한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권씨 다음으로 현직 경찰 두 명이 차례로 증인석에 섰다. 15살 최성필에게 살인누명을 씌우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찰들이다.
#2. 전북지방경찰청장상 받은 경찰 박OO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익산경찰서 경찰들은 모든 걸 조작했다. 살인누명을 쓴 최성필은 물론이고 공범으로 의심받은 그의 선배도 "경찰이 몽둥이로 허벅지, 엉덩이 등을 때리며 허위자백을 강요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