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심의'를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를 다투는 일이다."20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원전)를 찾아 원전 안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원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한 치의 실수가 있을 수가 없는 시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경주 지진으로 인해 커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 원전 안전을 총괄하는 정부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50일가량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이후 안건을 의결하는 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원안위 위원 9명 중 5명의 임기가 지난 8월 4일 끝났지만, 박 대통령이 후임 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안전을 두고 "초를 다투는 일"이라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과는 정면 배치되는 일이다. 국정 최우선이라는 국민 안전이 실제로는 뒷전에 놓인 셈이다.
특히 야당 몫 위원 2명에 대한 추천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임명을 미루고 있다. 원안위는 "결격 사유가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왜 임명장을 안 주는지 모르겠다"원안위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만들어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9명의 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은 정부 몫이고 4명은 국회 몫이다.
국회 몫은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한다. 원안위는 그 구성상 정부·여당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2명의 야당 추천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8월 정부 몫 위원 2명과 국회 몫 위원 3명의 임기가 끝났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의 임기도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회 연임이 가능하다는 법 조항에 따라, 임기가 끝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출신의 김혜정 위원을 다시 추천했다. 국민의당은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두 사람에 대한 추천안을 가결했다.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원안위 위원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위원으로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9월 들어 경주에서 세 차례의 큰 지진이 일어나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두 사람은 원안위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정 위원은 20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 지진으로 인해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엄중한 시국이다. 하루빨리 원안위 공백 사태를 해소해야 하는데, 왜 임명장을 주지 않는지 알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을 국정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뒀다면, 위원 임명이 이렇게 늦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원안위 "검증 절차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