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박 대통령, 너무 고집 부린다는 걱정 많다"

[관훈토론] 우병우·대북 강경책에 쓴 소리, '충청대망론'에는 '지역주의' 비판

등록 2016.09.22 13:29수정 2016.09.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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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세대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이뤄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큰 원동력이자 해법"이라고 밝혔다. 내년 대선 출마 기조를 '시대교체'로 제시한 것이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10년 충남지사에 출마했을 때 제 포부는 '안녕 박정희'였지만 20세기 낡은 정치와 민주주의, 국가 리더십을 바꾸자는 '안녕 20세기'를 해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안 지사는 내년 대선과 관련해 '충남 대망론', '제3지대론' 등에 부정적 인식을 밝혔다. 또 역대 정권이나 경쟁상대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평가하는 지점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반면 현 정권의 대북 기조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는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과 비교했을 때? 내 머릿속에 전혀 없다"

안 지사는 내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어떤 시대나 모든 지도자들은 세 가지를 반드시 안고 가야 한다"라며 "첫째, 배고픔과 가난을 막아야 한다. 둘째, 민주공화국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자연재해와 안보, 환경 등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자신을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로 언급한다는 지적에 "누군가를 비난하고 공격하고 '당신은 안 되고 내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대신 제 포부와 소신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는 오랫동안 한 집안에서 지낸 선배다, 제가 갖고 있는 예법에 따라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문 전 대표를 포함해 당의 여러 선배들이 젊은 후배와 경쟁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추켜 세워줘서 용기를 더 낼 것"이라며 "(대선에) 임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확고한 지지층을 가졌지만 확장성에서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도자는 선거구조나 선거공학에 따른 유불리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구와 비교해서 공학적 계산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문 전 대표와) 비교 문제는 제 머릿속에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위시에 거론되고 있는 '충청 대망론'과 관련해 "새로운 통합과 미래를 향한 지도자를 너무 지역에 가둬놓는 어법"이라며 "충청 지역주의를 하면 안된다. 그런 어법에 동의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반 총장이 출마해 '충청 대망론'을 펼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국민 여러분이 여러 후보를 비교해서 판단할 것"이라며 "저는 도지사 선거 당시 영·호남, 충청 지역 구분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 되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제3지대론'와 관련해서도 "그럴 계획이 없다"라며 "지역에선 여야를 뛰어넘어 젊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힘을 합치면 얼마나 좋겠냐는 말씀을 하신다. 뭔가를 뛰어넘어 국가 의제를 갖고 힘 모을 수 있는 정치적 관행과 토론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을 '종북좌빨'로 몰아서는 안된다"

a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안 지사는 토론 내내 역대 정권이나 현 정권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에 조심스런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의혹에서는 어느 정도 날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민심 앞에 서야 한다. 우병우 수석 문제를 포함해 대통령이 모든 문제에 너무 고집을 가져간다고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라며 "이 점에 박 대통령이 좀 더 마음을 따뜻하게 열고 대화하라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북핵 실험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안 지사는 "가능하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역대 정부가 이끌어 왔던 기조가 지켜져야 한다"라며 "7.4남북공동성명, 제네바합의, 6.15선언, 10.4선언의 기조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핵심은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자는 것"이라며 "이것이 10.4 선언에 이르면 교류와 번영, 평화체제로 가자는 게 흐름이다. 이 전략 콘셉트를 흔들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여전히 현실정치에서는 대북 평화노선을 폈던 김대중, 노무현을 '종북좌빨'이라고 비난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주장은 좀 거둬달라"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안전을 위해 고민한 결과다. 존중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류와 억제라는 두 개 측면을 대북정책 기조에서 어떻게 조정할지 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핵무장론'과 관련해 "핵무기가 없는 국가가 핵을 가진 나라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NPT조약을 이끄는 국제 리더들은 핵을 가진 것에 준하는 방어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동맹"이라며 "전세계 평화질서 내에서 현재의 북핵은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생각해 우리가 공격당하는데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어떡하나, 그래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자"라며 "핵무장을 고민하자는 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5천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자위력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 문제에는 "사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의 필요에 의해 제기된 것도 있고,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에 의해 요구된 측면도 있다"라며 "미국의 필요가 있다면 그만큼 중국의 압박도 있는 것. 이것을 잘 조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문재인 #박근혜 #우병우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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