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순 희망터 상무가 장애(난치병)를 가진 청년이 커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민선
'설마,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겠지."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상상이다. 아빠나 엄마가 된다는 기쁨과 함께 은근슬쩍 따라오는 걱정이다. 아이가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에 나오면서 대부분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게 현실이 된다. 발달 장애(자폐증, 지적 장애) 같은 난치병이면 정말 심각하다.
이런 난치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둔 부모의 삶은 고통스럽다. 잠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마음 놓고 외출 한 번 할 수 없다. 학교에 갈 나이가 돼도 보낼만한 학교가 변변치 않다. 특수학교나, 일반 학교에 있는 특수반 정도다.
치료기관 찾기는 더 어렵다. 물어물어 마땅한 치료기관을 찾아도 2~3년은 기다려야 자리가 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다. 보낼 학교도 더는 없고, 치료 기관 찾기도 더 힘들다. 치료기관이 대부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취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가,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 같은 정책을 추진하긴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장애인 취업을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그럼, 성인 장애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부모가 평생 끼고 살아야 할까? 부모가 먼저 죽으면 또 어쩌고!
해법을 찾기 위해 부모들이 직접 팔을 걷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아이의 미래와 함께 부모 자식이라는 강렬한 인연으로 묶인 자신의 운명까지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희망터 사회적 협동조합(아래 희망터)'이, 바로 그런 곳이다.
희망터 주축은 난치성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아들의 부모 28명이다. 뜻있는 후원자 11명이 힘을 보태 39명으로 조합을 꾸려 지난 3월 창립총회를 열었다. 조합원 1인당 50~500만 원을 출자해서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될 작은 카페도 만들었다.
이곳 카페에서 아이들한테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법도 가르치고 빵 굽는 방법과 천연비누 만드는 방법도 교육한다. 교육으로, 장애아들이 홀로 설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난치병 청년 홀로서기, '슈퍼 맘'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