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제공
서울시가 뉴타운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 강제철거를 퇴출하기로 하고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는 지난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서울시가 세입자 이주대책을 정비하고 사전협의 절차를 마련하는 등 나름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으나 최근에도 인덕마을(월계2구역), 무악2구역(옥바라지골목) 등에서 보듯 강제철거 및 철거 시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제철거가 이뤄지고 있던 무악2구역 재개발현장을 깜짝 방문해 공사를 중지시킨 바 있다. 이후 서울시는 전문가 자문회의와 국회의원, 변호사회와 공동토론회를 여는 등 숙의절차를 거쳐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전 기자설명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강제퇴거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모든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은 '인내'를 강조했다. 즉 "도시는 부자도 살지만 가난한 사람도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는 식의 재개발이었다"며 "이해 당사자들이 인내를 가지고 온갖 협상을 벌여 강제철거가 없는 서울을 만들자"고 말했다.
사전협의체 구성시기 앞당기고, 구청장이 분쟁조정위 직권상정 서울시는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강제퇴거와 강제퇴거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정비사업구역을 지정하는 '사업계획단계' ▲건축물 처분 등을 결정하는 '협의조정단계'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단계' 등 3단계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사업계획단계에서는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사람·인권 중심으로 더욱 강화해 갈등요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즉, 지금까지는 노후도나 세대밀도 같은 물리적·정량적 평가만으로 정비구역을 지정했다면, 앞으로는 거주자의 의향, 주거약자 문제,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 등 대상지 특성을 종합적·정성적으로 판단해 더욱 신중히 구역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것.
둘째, 협의조정단계에서는 지난 2013년 마련한 '사전협의체' 제도를 개선해 당초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전인 '분양신청 완료' 시점으로 사전협의체 구성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보상금액이 결정돼 조합과 세입자 등 사업 당사자간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사전협의가 진행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졌다는게 시의 판단이다.
사전협의체는 분쟁이 있을 경우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 5명 이상으로 구성돼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소 5회 이상 대화를 거치도록 한 제도이다.
시는 이 제도가 그간 법령이나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만 운영돼오던 것에서 연내 조례제정을 통해 구성 주체를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변경하고 민간 전문가를 새로 포함시켜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 사전협의체에서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최하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도 현재는 분쟁 당사자가 신청할 때만 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운영이 저조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향후에는 구청장에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해 더욱 적극적인 분쟁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