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대자보철도노동자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아버지의 편지
정두용
그럴수는 없어서, 철도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내팽개칠 수 없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 중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 향상이 불편한 사람들에 의해서 노동자의 단체 행동은 늘 불법으로, 늘 이기적인 행위로 매도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일자리는 더 위험하고 더 불안정한 곳으로 바뀌고 있다.
아들아
가뜩이나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너의 등굣길이 아빠의 파업으로 인해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겠다. 고장난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매번 되풀이되는 '귀족 노조의 철밥통 지키기'라는 정부와 일부 언론이 너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누군가 앞장서서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을 때만이, 너와 너희세대에게 물려질 일자리가 지금보다 '안전하고 안정된' 곳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정부는 여전히 동료들의 손을 뿌리치고 싸우고 경쟁해서 동료를 낙오시키라고 합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철길이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늘 퇴출위험에 쫓기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편안할리도 없습니다. 그래서 안녕하지 못한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안전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20살 아들의 답장] 안녕하지 못한 철도노동자 아빠에게 놀랐어. 아빠가 우리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다니.
어릴적 아빠가 파업을 하면 왜 파업을 하는지 보다는 아빠는 괜찮을지, 엄마 걱정시키는 파업은 언제 끝날지 만이 내 관심사였어. 아무래도 파업을 하면 월급은 안 나오고 또 잘못하면 아빠가 징계를 받게되니 아빠가 파업하는 게 싫었어. 무서웠어.
그러다가 고1 때인 3년 전, 철도노조가 파업을 할 때 처음으로 친구들과 철도 파업을 가지고 이야기 한 적이 있어. 심정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철도노동자들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경쟁 체제를 갖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말도 꼭 틀린 거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입시경쟁에 익숙했던 대한민국 고등학생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경쟁체제가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아들로서 아빠를 응원했지만 철도를 이용하는 학생으로서는 물음표를 남겨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