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7회 조선학회 대회 공개 강연에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왕한석 선생님께서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박현국
조선학회(학회장, 나가오,永尾教昭,天理大学学長)는 천리대학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80여 년 전 생긴 이후 67년 전부터 해 마다 학회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어학, 한국 문학, 한국 민속학과 역사학 따위 세 분야로 나누어 발표자 36명이 학술 발표를 하였고, 회원 200여 명이 참가하여 열띤 토론과 질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공개 강연에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왕한석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평생 수행하여온 언어인류학의 현장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언어문화가 지닌 특징에 대해서 소개하셨습니다. 왕한석 교수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근무하시면서 후진 양성과 한반도의 언어 민속지 조사에 매진해 오셨습니다.
사람은 말을 통하여 의사를 소통하고 문화를 만들어 온 존재입니다.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고유의 말씨를 지니고 풍부한 언어생활을 즐겨왔습니다. 한국말 속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친척 지칭과 친척 호칭이 발달했습니다. 중국의 친족 용어는 368개인데 비교해서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574 개나 되었습니다.
한반도에서 사용되는 친척 호칭은 위계나 관계에 따라서 다르고, 평칭과 존칭에도 부르는 말이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녀의 구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친척 호칭이 이렇게 다양한 데 비해서 일본은 친척 호칭이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조사해도 100개를 넘지 않습니다. 먼 친척은 아주머니, 아저씨로 부르고,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 어떤 언어나 중요한 것이나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서 부르는 말이 많습니다. 특히 오래전부터 농경정착 생활을 해온 우리 민족은 벼농사에 대해서 깊은 사랑을 지니고 있습니다. 쌀로 밥을 지으면 밥, 진지, 수라라고 부르고 먹을 수 있는 쌀 이전의 상태는 쓰임새나 상태에 따라서 나락, 벼, 볍씨, 뉘 따위로 부릅니다. 그리고 농사와 관련된 농기구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름도 다양합니다. 우리 인간 생활과 관련이 깊은 것들은 쓰임새가 여러 가지이고, 그것들을 활용해온 역사가 길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특히 우리말에서는 속담이나 농담 따위 말로 하는 놀이가 발달되어 있고, 많이 쓰입니다. 늘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즐깁니다. 그리고 퍼 나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농담은 없습니다. 특히 처음 만난 사람이나 사무적인 관계에서는 정해진 말만 합니다. 이런 모습은 편할 수도 있지만 사람관계나 사회가 각박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친족 호칭이나 말과 관련된 속담이나 농담 따위를 많이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확실한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특정 집단이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그들의 유대 관계가 분명하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형편에 맞는 여러 가지 말들을 구사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뛰어났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첫째 날 공개 강연을 시작으로 된 조선학회 제 67차 대회는 이튿날 분야별 학술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어학분야, 문학 분야, 민속 역사 사회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학술 발표는 오후 6시 반까지 이어졌습니다. 연구 발표자는 30분 동안 발표를 하고, 10분 정도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틀 동안 이어진 학술 발표가 마치고, 내년 10월 첫 주 주말에 열리는 68회 조선학회 대회는 도쿄에 있는 와세다대학에서 갖기로 하고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