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을 많이 받으라고 사과 잎을 따는 아주머니들.
김종성
질펀한 갯내음이 풍기는 장항선 기차를 타고 삽교역(충남 예산군 삽교읍)에 내렸다. 삽교천, 삽교역, 삽교읍 등에 나오는 '삽교'라는 다리가 있나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찾아보았다. 삽교천에 정말 '삽다리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있었다. 아담한 소읍도시 삽교읍과 사과나무가 많은 시골마을 삽교리를 잇는 다리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정겹고 소박한 이름과 달리 차량들이 바삐 지나는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식 교량이었다.
삽교천 지명에 나오는 삽교는 옛날 이 하천에 섶(땔나무)으로 다리를 놓았던 것에서 유래했단다. 큰 강처럼 삽교천도 사읍교천, 신교천, 범근내, 금마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삽'은 백제어에서 붉은 색이란 뜻으로 삽교천이 홍수가 자주 일어나 붉은 탁류가 흐르던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아쉬웠던 마음은 삽교읍 용동3리 마을회관 앞 삽교천변에 있는 작은 다리를 지나면서 풀렸다. 인터넷 지도를 크게 확대해서 봐야 보이는, 주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이름 없는 작은 다리지만, 발밑으로 지나가는 풋풋한 삽교천이 가깝게 보여 좋았다.
삽교읍 천변엔 사과나무를 심어놓은 과수원이 많았다. 아직 사과를 딸 때가 아닐 텐데 아주머니들이 과수원에서 수다를 떨며 일을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사과가 가을 햇볕을 더 쬐라고 가지에 달린 잎을 딴단다. 논에서 자라는 벼처럼 사과도 가을볕이 있어야 잘 익나보다.
피부에 좋지 않다며 햇볕을 가리고 피해 다니다 비타민D 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을 잃는 내가 사는 도시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아주머니가 상품성 없는 파과라며 건네준 사과 몇 개를 가방에 넣고 삽교천 둑방길을 달렸다. 물 마실 곳이 없는 강둑길, 아주머니가 준 제각각 모양의 사과들이 삽교천 둑길을 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줄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