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않고 쓴 한글서예, 한글날을 빛내다

인도네시아에서 맞은 한글날, 한글서예전으로 기념하다

등록 2016.10.08 15:39수정 2016.10.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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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품회원들과 그 하객들
출품회원들과 그 하객들손인식

2016,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한 <한글서예초대전>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다. 570주년 한글날을 이틀 앞둔 10월 7일 오후 5시, 자카르타 서쪽 약 32km 지점에 있는 도시 찌까랑(Cikarang)의 자바팔레스 호텔 문화관에서 개막을 했다. 11월 6일까지 무려 한 달간 계속될 이번 전시 작품들은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인도네시아 지회 회원들이 창작한 신작 한글서예작품 43점이다. 

이번이 세 번째인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은 자바팔레스 호텔 박재한 대표가 2013년 11월 호텔을 개관한 이후 매년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주최하는 전시다. 이날 개막식에는 출품한 작가들은 물론 자카르타 위성 도시 찌까랑과 인근 지역의 한인들까지 다수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2016, 한글서예초대전 팜플렛 표지
2016, 한글서예초대전 팜플렛 표지자바팔레스 호텔

 2016,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 팜플렛 내지
2016,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 팜플렛 내지자바팔레스 호텔

박재한 대표는 개막식 인사말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한글날이 돌아왔습니다. 한글을 쓰고 한국어로 말하는 한국인들에게 한글날은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특히 타국에 사는 교민들에게 한글은 또 다른 의미로 새겨집니다. 고국에 대한 향수도 타국살이 애환도 우리말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으니 한글은 우리에게 참 큰 보배입니다. 이것이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 한글서예초대전을 주최한 배경입니다"라고 밝혔다.

한글은 모양과 소리, 뜻 표현이 인류의 가장 훌륭한 문자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3천여 언어 중 창제한 주인공과 창제 시기가 가장 명확하게 알려진 유일한 언어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 한글을 선과 구성, 여백의 미로 멋지게 드러내는 것이 한글서예다. 한문서예와 같은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한글서예 나름의 담백한 맛과 아름다운 절제미가 특징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2016,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자바팔레스 호텔 문화관
2016,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자바팔레스 호텔 문화관손인식

 2016,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이 열린 자바팔레스 호텔 전시장
2016,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이 열린 자바팔레스 호텔 전시장손인식

 타국에서 열리는 한글서예전을 관람하는 하객들
타국에서 열리는 한글서예전을 관람하는 하객들손인식

이러한 한글서예의 매력이 이번 한글서예초대전을 통해 또다시 드러났다. 장소가 타국 인도네시아이니만큼 감동과 의미는 더욱 깊었다. 특히 개막식에 참여한 관람객들에게 흥미와 함께 큰 관심을 끈 것은 작품들의 개성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간결함이 자아내는 깊이였다. 아름다운 의미의 한글 고어, 사랑 지향의 감각적인 단어들, 자기 확신과 효에 관한 내용, 종교적 금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다양한 형상으로 창작되어 감상자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이다.

이는 반드시 한글서예 작품을 출품해야 하는 이벤트가 바로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출품 회원 29명중 24명이 한글서예를 공부해보지 않은 회원들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술적인 세련미는 다소 부족할지언정 순수하면서도 개성 강한 작품을 선보이는 계기였던 것이다. 출품회원들 또한 이구동성 "매우 흥미롭다. 특별히 한글서예를 배우지 않았지만 바른 필법을 공부한다면, 곧 하나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 소득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바팔레스 호텔에서 베푼 출품회원과 하객을 위한 만찬
자바팔레스 호텔에서 베푼 출품회원과 하객을 위한 만찬손인식

여기에는 이 전시를 주최한 자바팔레스 호텔 박재한 대표의 열정도 한몫을 했다. 그는 현재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각종 봉사활동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그는 2013년 11월 호텔을 개관할 때부터 전용 문화공간을 갖춰 각종 행사에 무료 개방하며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인들은 물론 호텔을 찾는 다국적 비즈니스맨들에게 한국 문화 가꾸고 알리기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자바팔레스 호텔 문화관에서는 서예, 한국화, 서양화를 비롯하여 판화, 공예, 사진, 꽃꽂이, 큘팅 등 17회에 걸쳐 초대전 및 기획전시를 열었다. 재인도네시아 한인 문화단체의 행사나 전시뿐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방문전시도 몇 차례 있었다. 전시가 없을 때는 자체 소장품을 전시함으로써 연중무휴 문화관을 개방하고 있다.

 함께 모여 한 컷
함께 모여 한 컷손인식

해외 교포들에게 모국어는 절대 가치다. 주재국 언어에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해도 그 언어의 쓰임새는 삶의 방편이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모국어는 다르다. 애환을 해소하는 절대 중심이며, 문화충돌로 인해 맺힐 수밖에 없는 것들을 풀어내는 창구다. 가족과 동포들 사이에 정을 나누는 따뜻하고 편리한 절대 도구인 것이다. 작품으로 출품된 문구 하나하나에서 그 이면을 곱씹게 되는 것은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의 작품이기 때문일까?


해외에서 맞은 한글날, 한글서예초대전을 보면서 한민족에 의한 한글, 한민족을 위한 한글, 한민족의 한글을 다시 새긴다.
#한글서예전 #인도네시아 #자바팔레스호텔 #박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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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2015년 5월 인사동에서 산을 주재로 개인전을 열고 17번째 책 <山情無限> 발간. 2016,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현재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산마을에 작은 서원을 일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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