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대광 파인밸리(현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이민선
집 없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지은 '임대 아파트'가 오히려 서민 주거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대광 파인밸리(현 대광로제비앙)'는 5년간 임차인으로 거주한 뒤 분양 받을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이다. 그러나 5년을 훌쩍 넘기고 13년 만인 올 초에야 분양이 이루어졌다. 임차인(주민)과 임대인(건설사) 간 분양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한 갈등으로 소송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늦게라도 분양을 받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분양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임차권을 회사 동의 없이 전대(轉貸)할 수 없다는 규정 등을 어겼고, 이를 이유로 건설사가 분양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임차인 대표자 회의와 건설사에 따르면, 이런 이유 등으로 분양을 거부당한 세대는 전체 1108세대 중 400여 세대 정도다. 그중 약 225세대는 분양을 포기했지만, 약 175세대는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지난 8월께 회사는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175세대를 부동산 분양 대행을 하는 L사에 넘겼다.
L사는 주민들에게 1년 재계약을 요구했다. 이는 곧, 재계약을 하지 않으려면 집을 비우고 나가라는 뜻이다. L사 관계자는 지난 7일 오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임대차 계약 기간이 7월 말께 끝났고, 집주인도 바뀌었으니 계약을 하자는 것"이라며 "거부하면 명도소송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임차인 10여 명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L사와 건설사에 맞섰다. 이들의 요구는 '분양'이다.
대책위 임원 배아무개씨와 윤아무개씨는 지난 6, 7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아 임대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전대(轉貸)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하다가, 이를 빌미로 분양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 사실(분양을 거부하는 이유)조차도 당사자한테는 직접 통보하지 않아 대표자 회의를 통해서 알게 돼, 더 불쾌했다. L사에 넘기면서도 우리(임차인)하고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임대회사인 대광건영 관계자는 11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각 세대 등을 방문하면서 조사할 권한이 없어, 본인(임차인)들이 전대를 한 사실을 통보하지 않으면 (회사는)알 수가 없다"라며 '묵인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지난 1월, 분양을 시작해서 분양을 마감한 7월까지 안내문 등을 통해 전대 등의 불법을 저지르면 분양 자격이 안 된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라며 '직접 통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전대(轉貸)는 사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이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