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질의에 KBS사장 "답변하지 마"

[국감-미방위] 보도본부장 지목 질문에 '언론자유 침해' 주장, 사실상 국감 방해

등록 2016.10.11 14:24수정 2016.10.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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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감받는 고대영 KBS 사장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감받는 고대영 KBS 사장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답변하지 마."

피감기관 증인이 국회의원 질의를 받은 다른 증인의 답변을 가로막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바로 고대영 KBS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고 사장은 11일 오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야당 위원이 KBS 보도본부장을 상대로 한 질문의 답변을 가로 막았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당대표)의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개입 녹취록 관련 질문을 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유 의원은 착석한 보도본부장을 향해 "27기 기자들이 (KBS가 녹취록 폭로에 대한) 단신 기사를 무시했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면서 "보도본부장이 답변해 달라, KBS 보도국장에 대한 이 전 수석의 외압 의혹에 대해 일선 기자가 뉴스를 작성했지만,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이유가 뭔가"라고 질문했다. 

"보도 사실 묻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 VS "피감기관 증인이 국감 방해"

유 의원의 질의는 KBS 27기(2000년 입사) 기자 18명이 지난 7월 5일 낸 성명서 내용을 근거로 던진 질문이었다. 당시 27기 기자들은 "법적대응은 고사하고 그나마 작성한 단신 기사도 무시됐다"면서 "지금도 혹 '통상적인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회사는 법적 대응으로, 보도국은 뉴스로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규탄한 바 있다.

그러나 보도본부장은 답하지 못했다. 고 사장이 그보다 먼저 "(유 의원의 질문은) 제가 볼 때는 적절치 않다"면서 "보도본부장은 보도 책임자로, 국회의원이 기사가 나갔느냐 안 나갔느냐를 책임자에 묻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한테 물으면 답변하겠다, 지금 보도 책임자에 (보도) 내용을 물어보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유 의원은 "지금 나를 훈계하는 거냐, 저야말로 표현의 자유가 있고, 지금 저는 보도본부장에게 물었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고 사장은 유 의원의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유 의원의 계속된 질의에 보도본부장을 향해 "답변하지 마"라고 '명령'했다. 국감장에서 피감 기관증인이 국회의원의 질문을 직접 저지한 것이다. 유 의원은 신상진 미방위원장에 고 사장의 태도를 지적하고 정회를 요청했고, 결국 오전 11시 45분께 감사는 중지됐다.

고 사장은 낮 12시 14분께 재개된 감사에서 "제가 다소 표현이 과했다"면서 "질의 흐름을 방해한 것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피감기관 증인인 고 사장이 '언론 자유'를 이유로 국감위원의 질의를 막아선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고 사장이나 보도본부장 모두 기관증인으로 증인 선서를 하신 분"이라며 "고 사장이 유 의원의 질문이 '국감'이라는 행위이고 KBS가 피감기관이라는 점을 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국회는 국감에서 불법·합법도 따질 수 있지만 효율성·타당성 여부도 따질 수 있는 권능이 있기 때문에 고 사장의 언론자유 침해 주장은 잘못됐다"면서 "재개될 국감에서 고 사장이 함께 온 기관증인들에게 일절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민주 간사인 박홍근 의원도 "지목된 증인이 밝힐 수 없다고 답변하면 될 문제였는데 고 사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방해한 것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또 "고 사장은 국감장에 오기 싫었는데 불편하다는 뉘앙스를 이전 답변에서도 계속 비쳤다. 이런 답변 태도가 반복될 경우 엄중히 경고하고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고 사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보도본부장에게 직접적인 답변을 요구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출신의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피감기관 증인을 범죄자처럼 전제하고 몰아붙이는 구태적인 국감이 반복되는 게 문제"라면서 "의원이 재판관도 아닌데 징역 몇년 운운하는 태도야말로 협박이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 징계' 지적에는 "구성원들 원하는 대로 하면 조직 운영 못해"

한편, 고대영 사장은 KBS의 청와대 보도 개입 침묵에 문제제기한 기자를 제주 발령한 것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청와대 보도개입 침묵' 비판한 KBS 기자, 제주도 발령).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기자가 낸 인사 명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을 강조하며 "취소가 아닌 무효다"라면서 "(법원 결정에 따르면)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한 것인데, 이 결정에 승복하느냐"고 묻자 고 사장은 "법원 판단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관련 부서에서 법원 결정에 대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신 의원이 고 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열거하며 "KBS를 계속 이렇게 시끄럽게 운영할 건가"라고 묻자 고 사장은 "저도 왜 그렇게 시끄러운지 사실 이해가 안 된다"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사규 위반 행위에 대해 회사가 절차대로 징계했는데 그게 왜 시끄러운지... KBS는 방송법상 조직이다. 구성원이 자기들 원하는 대로 하게 하면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영 #유승희 #KBS #이정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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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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