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미르 강제모금, 박 대통령 깨알당부 탓"

미르 첫 논의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정황 제시...박 대통령 '강제모금' 주체 지목 처음

등록 2016.10.14 10:44수정 2016.10.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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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남소연

"대통령의 깨알당부 때문에 대기업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800억 원대 출연금을 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저녁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한 말이다. 즉,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대기업 계열사들이 미르재단(486억 원)과 K스포츠 재단(288억 원)에 총 774억 원을 출연한 까닭이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인 '종용' 때문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청와대의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과 박 대통령의 '말벗'으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거론된 적은 있지만 박 대통령이 그 모금을 권유한 '주체'일 수 있다는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오 의원은 "미르재단 설립 관련해서 (2015년) 당시 보도를 보면 '재단 설립 논의는 지난 7월 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모인 행사 자리에서 처음 나왔다'고 돼 있다. 알아보니 김형수 (초대) 미르재단 이사장이 얘기한 것이었다"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도 최근 국감에서 '같은 해 여름에 미르재단 설립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찾아봐도 그해 7월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모인 행사를 찾기 어려웠는데 공교롭게도 청와대에서 공식 행사가 있었다. 2015년 7월 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가 있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고 지적했다.

즉, 미르재단 설립 첫 논의가 청와대 '안'에서 진행된 정황이 포착된 셈이다.

오 의원은 더 나아가 "간담회는 1시간 20분 정도로 끝났는데 그 이후에 비공개 회의를 한다. (경제)수석도 안 들아가고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기업관계자만 들어간다"면서 "비공개 간담회가 최 부총리 및 대기업 총수 17명 참석한 가운데 3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언론보도를 자료로 제시하며 "박 대통령이 기업 하나 하나를 호명해 깨알 당부를 했고 '기업들로서는 상당히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기업의 한 인사가 전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참석한 17개 기업 중 13개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짚었다.

조윤선 "제 업무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이와 관련,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관할 업무가 아니라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그는 "(조 장관은) 정무수석을 역임하셨으니,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만날 때 관련 수석이나 비서관이 배석하지 않는 경우가 있나", "정무수석이든 경제수석이든 전경련에 800억 원 정도 모아서 좋은 일 해보자 하면 기업이 돈을 내고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는 오 의원의 잇단 질의에 "정무수석 업무만 알고 있다", "제 업무가 아니어서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본인이 얘기해도 (기업들이) 돈을 다 내더라고 하던데 (이 부회장의 주장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전경련이나 기업들의 의사결정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오 의원이 당시 비공개 간담회를 지적하며 '사실상 대통령이 미르재단 설립을 직접 지시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 장관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아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경련 산하 대기업의 자발적인 모금 과정에 대한 의혹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역시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승철 부회장을 향해 "제가 병역문화개선특위 위원장을 하면서도 벽지 부대를 위한 독서카페 캠페인을 하게 전경련 사회공헌위원회에서 안건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안건조차 올리지 않았다"면서 "그랬던 전경련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미르재단을 만들고 체육진흥을 위해 K스포츠 재단을 만들었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미르재단 #오영훈 #박근혜 #강제모금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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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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