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문제아는 없다, 문제 국가·부모가 있을 뿐"

충남교육청 초청 강연서 사교육 문화에 일침... 김지철 교육감은 ‘하얀 헬맷’ 찬사

등록 2016.10.18 09:45수정 2016.10.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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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의 문제점을 고발한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의 조정래 작가가 17일 충남교육청 초청으로 천안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 지유석


초·중등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펴낸 조정래 작가가 충남 천안을 찾았다. 조 작가는 충남교육청의 초청으로 지난 17일 저녁 천안시 원성동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교사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조 작가를 시리아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는 '하얀 헬멧'에 비유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 작가는 "잘못된 교육제도와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교육열이 자라나는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라는 질타로 강연을 시작했다. 조 작가의 말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채 인생을 살지 못한 학생들 가운데 매년 5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루 평균 1.3명에서 1.5명 꼴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런 관심 없이 20~30년을 살아왔다. 언론의 무관심과 '내 자식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끊는 이유는 성적 비관이다. 부모가 공부를 못했다고 억압하고, 스트레스 주니 비관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이들이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목숨을 끊는다면, 무엇보다 잘못된 교육제도가 원인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우대하는 사회 통념 그리고 스트레스를 가하는 부모와 학교 이렇게 네 가지가 아이들을 자살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언론에서는 자살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는다. 이게 나라인가? 이래선 안된다."

조 작가는 특히 사교육의 병폐를 강조했다. 조 작가는 단호한 어조로 '사교육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단언했다. 조 작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사교육비 연간 40조원... 망국병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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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의 문제점을 고발한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의 조정래 작가가 17일 충남교육청 초청으로 천안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 지유석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연간 40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경제유발 효과는 전체 금액의 20%에 불과하다. 즉 8조 원가량만 제대로 흐른다는 말이다. 나머지는 어디로 갈까? 강남 부동산 등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러니 경제가 피폐해지는 거다. 지난 10년 간 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이렇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사교육비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알고서도 안하는지, 아니면 몰라서 그러는지 이런 말을 안 한다."


"역대 정권은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 그때마다 문제가 생겼다. 단편적이고, 표피적이며 현실성이 약했고, 보다 구체적인 제도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현명한 부모들이 (정부 정책보다) 한 발 앞서 나간데 있다. 이게 사교육이다. 예를 들어보자. 김영삼 정권 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그랬더니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 1학년부터 영어 공부를 시켰다. 세월이 지나 초등학교 1학년으로 낮추니 이제는 유치원부터 영어를 배운다. 지금 유명한 영어 유치원엔 미리 등록하려고 부모들이 줄을 선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좋은 교육제도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두고 영국 교육자들은 '문제아는 없다. 문제 국가와 문제 사회, 문제 부모와 문제 학교만 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일제고사 치러 경쟁 붙이는 건 일제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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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의 문제점을 고발한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의 조정래 작가가 17일 충남교육청 초청으로 천안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 지유석


조 작가는 대안으로 줄세우기 교육을 없애는 한편, '놀이'를 강조하는 핀란드 교육을 참고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목에서 조 작가는 줄세우기가 일본 식민시대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일제 고사를 치러 전교생을 (경쟁에) 붙이는 건 일본식이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 역시 일본식이다. 대한민국은 나라는 독립했지만, 영혼을 경작하는 일인 교육에서는 일본 식민시대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OECD 국가 중 교육성취도 1위다. 아이들은 학교 다니는 걸 행복해 한다.

핀란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과제부과를 못하게 한다. 교사가 5분 이상 과제를 내주면 문책을 당한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놀게 한다. 핀란드는 매주 30시간 일하지만 국민소득은 6만 달러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하는가? 교육이 썩어서다. 아이들을 줄 세워서 이렇단 말이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문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때 한 학부모는 "딸아이가 소설가를 꿈꾼다. 그런데 부모로서 아이에게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문했다. 조 작가의 답은 이랬다.

"가장 보편적이고 당연한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에게) 뭔가를 해주려 하지 마라. 그보다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탐지하고, 보조자 역할을 하라. 자녀들은 부모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독립된 생명체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억지로 시키려 하지 마라. 무엇보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강요하지 마라. 그냥 놔두면 다 알아서 찾아 간다. 그가 가는 길이 가장 좋은 길이다."
#조정래 작가 #풀꽃도 꽃이다 #김지철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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