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훨씬 많아졌는데 '너무 행복하다'고?

[충남형 참학력-진로진학 교육을 찾아서⑤]허진영 공주여중 진로진학부 부장

등록 2016.10.29 10:44수정 2016.11.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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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의 올해 주요 핵심사업은? 참 학력 신장과 진로진학 교육이다. 참 학력 진로진학은 성적보다는 배움 중심 수업과 성장을 중시한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 미래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 힘쓴다. 도 교육청이 지향하는 참 학력 신장과 진로진학교육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 걸까? <오마이뉴스>가 학교 현장에서 수업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이들이 꿈과 끼를 어떻게 진로진학으로 연계하고 있는지를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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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영 공주여중 교사 (진로진학부 부장) ⓒ 심규상

허진영 교사(공주여중 진로진학부 부장)가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잠시 보조교사 자원봉사활동을 할 때의 일이다. 수업 시간인데 아이들의 빈자리가 하나둘 생겨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또래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심리검사 또는 상담을 위해 다른 교사를 만나러 갔단다.

미국의 모든 학생이 한 학기에 한 번씩 반드시 상담을 받게 돼 있었다. 2학기 때엔 학부모 상담이 법제화돼 있었다. '이런 제도가 한국에서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꿈만 같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한국에서도 중,고등학교에 학생의 진로 진학에 관한 상담과 지도를 전담하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됐다.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지난 2011년 3월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교과 교사다.

진로진학상담 교사의 역할은 끝이 없다. 학생들의 학업과 진로문제는 물론 '진로와 직업' 교과 수업과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 꿈을 설계하는 일도 돕는다. 허 교사 또한 가정 교과 교사로 일하다 진로진학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고 진로전담교사를 자임했다.

허 교사는 매년 공주여중 3학년 전체 학생을 매년 두 차례씩 개별 상담하고 있다. 아침, 점심, 방과 후, 저녁까지 진로와 진학에 대해 상담한다. '꿈 동아리' 지도에다 주말에도 직업체험학습 등을 위해 쉬는 날이 거의 없다. 가정 교과 교사를 할 때보다 몸이 열 배는 더 힘들다는 허 교사.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성장'을 접하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공주여중 진로진학상담 활동의 기획자이자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멘토이며 조력자다. 허 진로진학부 부장을 최근 만나 그의 진로진학교육의 철학과 비법을 들어 보았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


- 이 학교의 진로진학교육이 주목받는 가장 큰 요인은?
"우선 교장 선생님(임달순)과 교감 선생님(문금자) 등 관리자가 진학교육에 대한 철학과 의식이 확고하다. 확 열려 있다. 계획을 짜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격려해준다. 일하는 교사 입장에서 힘이 절로 난다."

-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관리자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삼박자가 잘 맞는다. 관리자까지 포함해 네박자가 맞는다고 해야 하나." (웃음)

- 학생 진로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3학년 학생들에 대한 진로진학 상담을 하고 있다. 270명인데 일 년에 두 번씩 만난다."

- 아이들이 주로 어떤 내용을 상담하나?
"직업 고민이 주다. 무슨 대학 무슨 학과를 가야 하나, 성적 유지는 어느 정도 해야 하나. 이런 고민 상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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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영 교사(공주여중 진로진학부 부장) ⓒ 심규상



- 뭐라고 답변하나?

"단순히 직업을 말하기보다는 꿈의 영역을 넓혀 주기 위해 애쓴다. 자기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 등 자신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도록 안내한다. 또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한다. '꿈'과 '비전'을 갖게 하는 게 목표다. 고등학교에 가면 체험을 하기가 싶지 않다."

-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알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자신을 스스로 파보라고 권한다. 남들보다 잘 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한다.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인사를 잘하는 아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에게는 미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해준다. 사소한 것이 쌓이면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 '꿈'을 갖게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꿈'이 뭔가?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등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막연한 꿈은 망상이다. 꿈이 비전으로 되려면 실현 가능해야 하고 시간적 제약이 있어야 하고, 단계가 있어야 한다. 살을 뺀다는 목표가 있다면 언제까지 몇 킬로그램을 빼겠다는 목표와 시점, 단계가 분명해야 한다."

- '꿈'을 찾는 아이들에게 도움말을 한 가지 준다면?
"꿈이 명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흔히 '교사', '변호사' 등 명사로 말한다. 동사형으로 꿈을 꾸면 영역이 크게 확장된다. '나는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거나 '가르치고 싶다'거나 '조사 연구를 하겠다'거나…. 가르치는 일이 교사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꿈은 동사형이다. 미래 세계는 깊고 넓다. 그래서 체험 활동, 봉사 활동도 많이 해야 한다. "

- 학부모들도 '체험형 교육'에 공감하고 있나?
"일부 학부모들은 충남지역 학력이 꼴찌인데 진로체험이나 할 때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꿈과 비전이 생기면 스스로 공부해 오히려 성적이 오른다. 또 그 어느 때보다 중학교 시기에 많은 경험과 체험이 필요하다. 뭘 하든 해보면서 성장하는 거다."

"관리자의 개방적 사고 가장 중요..이런 학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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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여중 ⓒ 심규상



- 진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적 사고와 열정, 동료 교사의 협조다. 다시 말하자면 관리자의 열린 자세와 아이들의 색깔을 제대로 찾아 주려는 교사의 열정, 학년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동료 교사의 협력이다."

- 충남 전체에서 진로진학교육을 위해 좀 더 채워나가야 할 것이 있다면?
"학교별 편차가 심하다. 일부 학교의 경우 학벌만이 살 길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전담교사의 학습지도안 개발 등 역량을 갖추는 일도 필요하다."

- 진로진학전담교사로 공주여중에서 보낸 5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너무 행복하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다. 동료 교사들도 전적으로 믿고 따라 주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역량이 확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공립이라 5년마다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는데 이런 학교에서 또 근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주여중 #허진영 #진로진학 #상담 #충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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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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