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로 사망한 오카와 초등학생 유족들의 승소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가만 있으라"는 교사의 지시를 따랐다가 쓰나미에 수몰된 초등학교 학생들의 유족이 2년 넘게 벌어진 시 당국과 치른 소송에서 이겼다.
일본 NHK에 따르면 26일 일본 센다이 지방법원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74명의 학생이 숨진 오카와 초등학교 학생 중 23명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시노마키(石巻) 시가 유족에게 총 14억2600만 엔(약 15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해안에서 4km 정도 떨어진 오카와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치면서 전교생 108명 중 학생 74명과 교직원 1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하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교사들은 지진 발생 후 학생들을 운동장에서 "가만있으라", "기다려보자"라며 대기시켰다. 일부 학생이 뒷산으로 대피하자고 제안했지만, 교사들은 이를 듣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진 발생 후 50여 분이 지나서야 학생들을 이끌고 뒷산이 아닌 학교 앞 강변의 고지대로 걸어서 대피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강가로 걸어가던 중 쓰나미가 덮치면서 수몰되고 말았다.
쓰나미 오는데 뒷산 아닌 강가로 대피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로 사망한 오카와 초등학생 유족들의 승소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유족 측은 "당시 시 당국과 라디오가 쓰나미 경보를 울렸으며, 일부 학부모와 학생이 쓰나미를 피하려면 뒷산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도 학생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은 학교 측의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당국은 "오카와 초등학교가 쓰나미 침수 예상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쓰나미 발생 시 대피소로 지정된 곳이라 쓰나미가 덮칠 줄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진 발생 초기에는 하교길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뒷산은 토사 재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운동장에서 기다리게 한 판단은 어쩔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쓰나미가 최대 10m에 달했고, 강가에서 학교까지 어떠한 장애물도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다"라며 "얼마 후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촉구하는 경보가 울린 후에는 학생들을 대피시킬 의무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재판은 해안에서 약 4km 정도 떨어진 학교까지 쓰나미가 덮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었다"라며 "재판부는 학교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하늘에 있는 아이들이 듣고 있을 것"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로 사망한 오카와 초등학생 유족들의 승소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당시 쓰나미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을 잃은 한 부모는 "좋은 결과가 나와 마음이 놓인다"라며 "하늘에 있는 아이들이 지금 이 자리에 와서 재판 결과를 듣고 있을 것 같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판결 후 가메야마 히로시 이시노마키 시장은 성명을 통해 "당시 목숨을 잃은 어린 학생들을 다시 한 번 애도한다"라며 "시 당국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유족의 고통과 재판 결과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이시노마키 시는 "괴롭더라도 재해의 교훈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오카와 초등학교 건물 전체를 보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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