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보도, 8%의 시청률이 참담한 이유
jtbc
종편과 신문이 이 사건에 대한 특종을 연달아 터뜨리고 난 후에야 KBS는 허겁지겁 최순실 전담 TF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지나치게 늦은 감이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순기능이 필요한 시점에서, 언론이 입을 다물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로 뉴스를 채운다는 것은 적지않은 실망감을 안겨준 동시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JTBC의 손석희 역시, 이 사건을 보도 한 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방송사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자중하고 겸손하자"며 "보는 눈 많고 듣는 귀 넘쳐나니 시비 거리가 있다면 엄청나게 큰 반발로 우리를 언제든 덥쳐올 것"이라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정당한 보도 내용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 더군다나 누군가의 압력이나 압박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8%라는 시청률은 그래서 부끄럽다. 흔히 조중동이라 일컬어지는 우파 계열 신문사들은 보수 정당에 호의적인 편이다. 그런 언론이 만든 방송사가 바로 JTBC다. 처음 방송사들이 만들어졌을 때 편파 보도로 점철될 것이라는 우려는 컸고, 언론인들이나 국민들의 반발은 컸다. 그러나 <뉴스룸>은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손석희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는 강력하다. 이런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 보도 내용의 전권을 위임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곳이 종편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개혁과 혁신은 한 신문사가 만든 방송국이 아닌, 영향력 있는 공영방송사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자본을 사용해 양질의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장점을 활용하기를 포기했다. 공중파에서 볼 수 없었던 당당하고 올곧은 보도를 JTBC라는 방송국을 통해 목도해야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방송국에 소속된 언론인들조차 공정성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하게 만드는 방송국은 스스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소신을 지키고 해야 할 이야기를 해야 할 때 해 낸 손석희 앵커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도는 커지지만, 그가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한 문제점은 더욱 도드라지고 만다. 다른 방송사가 침묵하는 가운데 올린 8%라는 시청률은 대단한 시청률인 동시에 초라한 시청률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익숙한 채널이 아니라 JTBC라는 채널에 고정해야 하는 미디어의 침묵이 아프게 와닿기 때문이다.
언론장악이라는 말이 이번만큼 절실하게 느껴졌을 때가 있었을까.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누구도 불리한 입장에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권에 불리한 이야기를 했을 때 겪게될 사안들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총대를 매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JTBC의 보도 역시 방송사의 방향이 반영된 보도내용이라기 보다는 전권을 위임받은 손석희의 영향력이 컸다. 한 개인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언론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살고 있다. 지금은 2016년인데도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9
공유하기
JTBC '손석희 뉴스룸' 8% 시청률이 참담한 이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