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웹페이지 모습
대구인권시민기자단
왜 청소년들이 직접이 아닌 대신 전하고 싶었을까?"고등 3년 동안 실장을 해왔는데 한 번도 학급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나온 의견이 학교 교장이나 쌤들한테 전달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급회의 시간이 잡혀 있지만 대부분 자율학습을 한다. 이런 것이 당연시되어 학생들도 적응되었다." - 최근 진행한 청소년인권토론회에 참가한 청소년의 의견'학교에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하며 다수의 참가 청소년은 학교에 자신의 의견이 전달된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실제 반영까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뜻 참가하기 꺼려하는 학생들은 이것이 익명으로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참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가를 주저했습니다. 실제 접수된 의견 중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1박 2일 수학여행을 위해 서명운동을 하였으나 학교에 묵살당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혹여나 피해를 받거나 문제 학생으로 찍힐지 모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접수된 112개 학교의 의견 중 청소년기획단과의 회의를 통해 직접 전달할 16개 학교를 선정하였고 나머지 96개 학교는 우편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그 중 직접 전달한 한 학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을 받았습니다.
"학교에 담임도 있고, 교장도 있고 아니면 교육청에 바로 말할 수도 있다. 요즘 강제로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학교에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하다. 학교나 교육청이라는 제도 안에서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익명이라는 것에 숨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나중에 커서도 사이버공간이나 익명이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 학생의 의견을 듣기 위해 충분히 보장된 방법이란 게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학교를 위한 것은 아닐까요? 학교마다 학생들 의견을 듣기 위한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 방식들은 학생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데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이 익명이라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학교가 아닌 학생의 기준에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접수된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며 학교 측의 구체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편으로 전달된 몇몇 학교에서는 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학교 스쿨버스를 폐지하게 된 이유, 2학기 일정조율이 늦어져 최근에 졸업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 체육복 등하교가 되지 않는 이유와 학교 축제를 엄청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 접수된 의견에 대해 학교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사실 해당학교 학생에게 충분히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학교가 학생들에게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면 접수된 의견의 절반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설명의 판단 기준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있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맞춰져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가 아닌 대화와 소통이 지금보다 훨씬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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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생들은 담임과 교장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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