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근 목사
이영광
- 지난주 월요일(10월 24일)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에 개입한 사실 등이 알려진 뒤 연일 충격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민은 굉장히 긴 한 주를 보냈는데 목사님은 어떻게 보내셨어요?"망연자실이었습니다.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나라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나?'를 기도하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한편, 이 엄청난 일로 인해서 일어나는 국민의 분노가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는 희망도 보게 됐습니다."
- 새로운 시대라면 무슨 의미죠?"1987년 6월항쟁 이후 제도적 민주주의의 틀을 토대로 삼아 정의롭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에 오지 않았습니까. 지난 두 정권에 의해 이 가치들이 막히고 퇴행했단 말이죠. 그러나 다시 그런 시대를 지향할 수 있는 전기를 우리가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의와 평화와 자유가 실현되는 새로운 시대 말입니다."
- 현재를 보면 암울합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셨나요."국민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한 태도와 새누리당이 하는 짓은 옳지 않아요. 야당은 무기력합니다. 이 난국을 선도적으로 풀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암울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국민이 깨어있어요. 국민이 깨어있는 한 우리에겐 희망찬 내일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겁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드러내 보이고 있는 궁리들은 신뢰할 만한 궁리가 못 돼요. 새누리당도, 검찰도, 청와대의 대응도 마찬가지예요. 꼼수와 회피에요. 아직도 각성을 못한 겁니다. 그러나 국민이 각성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희망을 가지는 근거 아니겠습니까. 깨어 있는 국민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 목사님은 1970, 1980년대 서슬 퍼런 군부독재 아래서 민주화운동을 하셨잖아요. 그래서 요즘 상호아을 더 가슴 아프게 느끼실 것 같아요."그렇죠, 사실 지난 시기에 이뤄낸 민주화는 수많은 사람이 체포되고, 매 맞고, 감옥 가고, 불구가 되고, 혹은 죽임을 당하기까지해서 이뤄낸 민주화입니다. 그 민주화의 핵심은 국민 직선 대통령제죠. 하지만 이 직선 대통령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완전히 훼손당하고 만 것입니다. 국민 직선을 왜곡하고 훼손했습니다. 더구나 국민은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박근혜 대통령 아닌 다른 사람이 통치권을 행사한 겁니다. 국민 직선 대통령제라는 헌법의 근간을 농락하고 무너뜨린 겁니다.
박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게 훼손된 6월항쟁 정신을 복원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아요. 청와대 압수수색하는 데 막았잖아요. 그때 '검찰 압수수색을 수용하고 검찰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내주라'고 지시했어야죠. 그게 옳은 태도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 나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를 대선후보로 내놓은 새누리도 잘못... 스스로 해체해야"- 어디서 무엇이 잘못돼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까요? "우선 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것부터 화근입니다.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하고 그 준비는 상당한 인생의 경험이라는 게 있어서야 가능한 겁니다. 성공한 경험도 해왔고 실패한 경험도 가지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 경륜이라는 게 생기는 거죠.
그런데 박 대통령에겐 경험이라는 게 없습니다. 지도자로서의 경험은 고사하고 일반인으로서 누구나 가지는 경험도 가지지 못한 분 아닙니까. 따라서 경륜이라는 게 있을 수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을까를 생각하면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죠. 그가 믿은 그 힘에 밀려 대통령 후보라는 엄청난 자리로 나갔던 겁니다.
또 새누리당이 그분을 대통령 후보감이라고 거짓으로 포장해서 국민에게 내놨잖아요. 대통령 후보로 나선 당사자도 문제고 당사자가 가진 배경도 문제고 그를 대통령 후보로 거짓으로 싸서 국민 앞에 내놓은 정치 세력도 문제에요. 이 엄청난 일에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박 대통령도 대통령직을 감당할 수 없었음에도 그 자리를 탐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스스로 해체해야 합니다."
- 지난 10월 30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했어요. 그리고 검찰은 청와대 압수 수색을 하러 갔다가 청와대에서 주는 자료를 받아왔죠. 여기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박 대통령이 사과 이후 비서실장이 사표를 냈잖아요. 그런데 대통령이 비서실 전원에게 사표 내라고 했던 거예요. 박 대통령은 큰 사건이 터지면 그것을 자기 탓이라고 한 적이 없어요. 언제나 남 탓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았어요. 해경 탓, 유병언 탓으로 돌렸습니다.
이번에도 비서실장이 사표를 내면 그의 사표를 받고 이번 사건에 연루돼 수사받아야 할 수석을 해임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비서진에 전원 일괄 사표를 지시했잖아요. 그 심리는 '너희가 보좌 잘못한 거야, 너희 책임이야'라는 것으로 읽힙니다.
선별적으로 사표를 내게 한 것과 전원 사표를 내라는 건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다른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게 바로 박 대통령 심리예요. 박 대통령에게 '이건 내 탓이다'라는 자기 성찰이 있었다면 비서진에게 '요구하는 대로 다 수색하게 하라'고 했어야죠. 그걸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서 못하게 막고 필요한 자료라고 내놓았는데 검찰이 보니 아무 의미 없는 자료였다는 것 아닙니까. 옳지 않은 거죠."
"국무총리·비서실장 지명... 지긋지긋한 불통, 여전하다"- 2일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데에 이어 3일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난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내정했습니다. "총리, 비서실장, 장관 등을 임명한 것은 국민의 요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권력을 내려놓는 것인데 그렇게 할 뜻이 없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입니다. 그 지긋지긋한 불통과 오만이 여전합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겁니다. 지금은 국민과 맞설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순복해야 할 때입니다. 나라를 더 어지럽히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굳이 여기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국민은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야 이외의 요구를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국민의 하야 요구는 거세질 것이 분명합니다. 혹여 국민을 더 자극해 극단적 상황을 만들고 그로 인한 혼란을 빙자해 자기 아버지가 했던 대로 계엄령이라도 선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박 대통령은 불회귀선을 넘었습니다."
- 국민은 국회에서 탄핵하거나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해요."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비상시국 대책회의를 긴급히 조직했습니다. 그것은 NCC 실행위원회가 이 시국을 대단히 엄중한 시기라고 판단한 거예요. 그래서 은퇴한 저 같은 사람도 포함해서 비상시국 대책회의를 조직했습니다. 첫 번째 회의를 열었을 때는 이미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 쪽에서 하야를 요구한 이후예요. 정의구현사제단 쪽에서 하야를 요구했는데 NCC의 비상시국 대책회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하야를 요구를 검토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했어요. NCC는 대통령의 대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자고 했습니다. 대전환해야 할 여섯 가지 의제를 차례로 내놓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 같은 엄청난 일이 터졌잖아요. 지금 시점에서 국민은 하야를 요구할 수 있어요. 국민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고 대통령은 이를 아프게 받아들여야 해요.
비상시국 대책회의는 대통령의 이른바 대국민 사과가 있었던 다음날 '아픈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기자가 그게 하야까지 포함하는 것이냐고 물어요. 대통령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하야가 시국을 수습하는 가장 빠르고 바른 길이라고 저 개인은 생각합니다. 하야인 경우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선거를 하게 돼 있지 않습니까. 연말 전에 새 대통령이 취임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혼란' 시기를 최단화할 수 있습니다."
- 야당의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국민은 박 대통령의 하야나 국회의 탄핵 요구가 많은데 더 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데."야당 모습은 답답하고 실망스러워요. 지금은 주도권을 야당이 쥐어야 하고 쥘 수 있어요. 야권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 가야 합니다. 여당과 청와대의 움직임을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야당이 지혜를 모아 안을 내고 그 안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고 여당을 설득하고 그래야 해요. 국회는 여소야대잖아요. 야당이 안을 내밀고 갈 수 있어요.
새누리당이나 청와대의 눈치를 보거나 거기서 나오는 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난국을 해결해 갈 것을 야당에 요구하고 싶어요. 지금 같은 수동적 태도로 가면 국민이 다음 정권을 야당에 흔쾌히 맡길 수 있겠습니까. 국가를 추수를 능력이 없는 야당에 맡길 수 없지만, 우리에게 대안이 없잖아요. 야당은 이 시점에서 국민이 자기들을 신뢰할 수 있는 야당으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우리 국민,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국민이 방방곡곡에서 자기 자리에서 의견 내는 것, 옳아요. 훌륭합니다. 전해 들은 얘기인데 전주에서는 시내버스 회사가 버스운전석 뒤에 박근혜 하야 팻말을 붙이고 운행했다잖아요. 얼마나 훌륭한 의사 표현 인가요?
국민이 훌륭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두 눈 부릅떠 감시 감독을 멈추지 말아야죠. 조금 지나면 추워지고 1월로 넘어가면 대선 정국으로 가서 잠재울 수 있다고 여당이나 청와대가 오판하지 않도록 국민이 계속 소리를 내고 감시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박근혜 위해 기도한 기독교인들 함구... 회개하라"- 종교계로서도 생각해 볼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최태민씨라는 사이비 종교 교주로부터 이어져 지금 최순실씨가 무속인이란 말까지 나오잖아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지금까지 행태로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아주 무서운 일이에요. 한 국가운영이 무속인의 손아귀에 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죠. 그동안 언론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의 많은 표현이 사이비종교적 표현이고 심지어 청와대 안에서 결정된 것 이외에 갑작스러운 결정이 나온다든지 하는 걸 보면 그런 의심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사이비종교가 위험한 건 합리성·도덕성·윤리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을 갈취해 쌓고 평창 올림픽 이후까지도 돈을 끌어모을 계획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란 생각을 못 합니다. 그 영향권 안에 있는 대통령도 바른 판단을 못 하는 거죠.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그걸 용납할 수 있겠어요. 그것은 사이비종교적 신앙의 연결이 아니고서는 그런 엄청난 판단과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 안에서도 가장 무서운 게 보수적 근본주의입니다. 이런 신앙은 역시 합리성을 빼는 거죠. 윤리성이 빠져요. 박 대통령이 그런 혐의를 받는 건 나라를 위해 큰 불행입니다."
- 기독교에서는 잠잠해요."물론 NCC는 10월 26일 성명을 발표했어요, 그때는 마지막 결론은 '아픈 결단을 하라'는 것이에요, 기독교의 여러 단체에서도 의사 표현이 있죠. 불행한 것은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기도하고 선동하고 운동했던 교회 지도자들이 함구하는 겁니다. 이건 안 되죠. 잘못했다고 자기 고백과 회개를 하고 나와야죠. 그래야 대통령에게도 회개하고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그들은 회개 안 하잖아요. 바른 신앙을 버린 것입니다. 지도자일 수 없습니다. 기독교 내에서도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에 민주화와 정의를 위해서 나름 애썼다면 애쓰고 참여했다면 참여한 사람으로서 나라가 급속하게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는 건 가슴 아픈 일입니다.
특히 남북문제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이렇게 후퇴시킨 건 민족의 내일을 위해서 큰 문제입니다.이 기회에 민주, 자유, 평화, 정의 등 높은 가치를 함께 들고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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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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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하야' 외에 다른 선택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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