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내려가! 안 듣는거여, 못 듣는거여?"

[현장] 들불처럼 번지는 하야 시국선언... 공주시민들 "대통령 퇴진까지 목요일마다 촛불"

등록 2016.11.04 09:27수정 2016.11.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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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공주시 신관초 사거리에서 1km 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에 나섰다.
충남 공주시 신관초 사거리에서 1km 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에 나섰다. 김종술

"민심이 요구한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가 터진 뒤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새누리당 석고대죄'를 요구하는 외침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시국선언과 촛불집회, 거리행진이 충남 공주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3일 오후 7시, 충남 공주시 신관초 사거리 앞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시민들과 학생들이 모였다. 인형극의 한 장면처럼 최순실이 꼭두각시로 전락한 박근혜 대통령을 조정하는 그림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각종 피켓이 등장했다. 

"다들 당신은 아니라고 하는데 안 듣는거여, 못 듣는거여? 설마 소문대로, 혼자서는 주체적인 사고가 안 되시는지! 아. 주인님이 잡혀가서 아무것도 못 하시는구나. 그럼 거기서 잘 들어봐요. 당신이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 대한민국은 지금 우리는..."

3일 오후 6시부터 초등학생부터 시민들까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7시께엔 500여 명(대책위 추산, 경찰 추산 200명)으로 늘어났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공주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쉽사리 모이기 어려운 규모다.

"야~ 이 빨갱이들아!"

건널목까지 늘어선 사람들 앞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섰다. 탑승자는 창문을 내리고 참석자들을 향해 "빨갱이"라는 욕설이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집회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김종술

신경미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와 김기찬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 날 집회는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부르면서 시작됐다. 신 대표는 "공주지역 시국선언에 23개 시민·사회단체와 245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시민 발언에 나선 공주대학교 학생은 "인문학을 배우는 학생으로 생명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총 두 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공주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태안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사고고, 두 번째는 안산에 사는 사촌 동생이 세월호에 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0명 가까운 국회의원은 비싼 월급 받아가면서 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빈 공약에 안보, 외교, 방산비리까지 사회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민주주의 세대에서 국민의 투표로 뽑힌 대통령 대신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하는 등 중세 봉건시대에도 없던 일이 21세기에 벌어졌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말한다. '국민은 미개하고 밥만 먹여주면 되는 우매하기 그지없는 존재'라고 한다. 사실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도 화를 내고 떳떳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의 무게가 무겁고 삶이 버거우니까 안 나오고 안 나설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계신 분들의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한동희 공주농민회장, 김정섭 공주민주당 위원장, 이상호 세광교회 목사 등이 공주지역 시국선언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서 '민심이 요구한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장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신월초 사거리까지 거리 행진에 나섰다. 공주민주단체협의회와 농민회, 공주참여연대, 공주희망꿈학부모연대, 우금티기념사업회 등 단체 현수막과 '사람이 하늘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 일당을 재산 완전 몰수!', '민생파탄! 민주파괴! 박근혜 완전퇴진!', '국민의 뜻이다! 대통령을 조사하라!', '최순실은 구속수사 새누리는 석고대죄', '헌법파괴 국가문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도착지인 신월초 사거리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기찬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 날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집회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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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민심이 요구한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연일 터져나오는 부정부패 스캔들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가 들끓고 있다. 취임 이후 연이은 인사 참사·세월호 참사·메르스 참사와 경제 파탄·민생 파탄·남북관계 파탄에도 민중들은 인내했으며 끝없는 실정으로 인해 결국 한계선을 넘기고 말았다. 최순실과 국정전반을 내통하면서 국가기밀을 유출하고 국가의 질서를 어지럽혀 왔음이 밝혀지면서 민심은 박근혜를 완전히 떠났다.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진짜 대통령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자격으로 수많은 연설을 했으나 자신의 말과 글이 아니었다. 국정을 명분으로 수많은 인사를 단행했으나 실질적인 인사권자가 아니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권력놀음에 국민의 혈세는 탕진되었고 위정자들과 재벌은 부정한 돈을 챙기기에 바빴다. 쌀값 폭락으로 농촌이 해체되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으로 민중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파괴된 삶에 분노한 민중에게 돌아온 것은 정권의 폭력뿐이었다. 백남기 농민을 죽여 놓고 아무런 사과도 책임도지지 않고 부검을 하겠다고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질렀다.

나락으로 떨어진 우리의 삶 앞에 박근혜 저우건은 거짓과 폭력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숨어서 자신들만의 잇속을 부정한 방법으로 채워왔다. 그리고 낯부끄러운 모습이 만천하게 들어난 현재에도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리기 바쁠 뿐이다. 민주파괴, 부패무능과 국정농단, 그리고 결정적으로 민생파탄이 낳은 사상최악의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겠는가.

지금 당장 박근혜와 최순실이 공모한 헌법파괴 범죄를 밝혀내고 거덜 난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여야 한다. 박근혜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있는 이 참혹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만일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하리라. 을미적을미적 하다가 병신되면 못가리'라는 갑오년 우금티 농민의 목소리는 역사의 준엄한 가르침이다. 망국의 절박한 현실에서 '창살을 도탄 가운데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 두고자' 떨쳐 일어선 우금티 농민 함성을 기억하며 60년 4월, 80년 5월, 87년 6월 민중의 투쟁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와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 공주의 민주 시민과 사회단체들을 박근혜 정권에게 당장 진실을 밝히고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

#박근혜 퇴진 #공주시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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