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여행
김동범
4시간 만에 몬테비데오에 도착했다. 빼곡한 건물이 역시 한 나라의 수도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터미널에서부터 호스텔까지 걸었다. 실제로 호스텔이 멀기는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 거의 1시간 정도 걸어야 했다.
다음날 거리에서는 마떼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였나 보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는 마떼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우루과이에서는 너도나도 마떼를 손에 들고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되었다.
일부러 작은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는데 너무 비싸 깜짝 놀랐다. 우루과이 물가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우루과이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깨닫고 난 후 다시는 식당에 가지 않았다.
바다가 있는 쪽을 향해 계속 걷다 보면 플라사 인디펜덴시아(Plaza Independencia), 즉 독립광장이 나온다. 이 부근부터 몬테비데오의 구도심인 셈이다. 광장의 중앙에는 우루과이의 독립영웅 호세 아르티가스가 있다. 우루과이는 과거 브라질의 한 주였으나 아르헨티나의 도움으로 독립을 쟁취한 역사가 있다. 그 때문에 아르헨티나 국기에 있는 '5월의 태양'이 우루과이 국기 왼쪽 가장자리에 들어가 있다.
독립광장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좌판을 깔아놓고 여러 물건을 파는 노점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공원 근처에 눈에 띄는 커다란 교회가 있어 들어가봤다.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강아지 여러 마리가 공터에서 뛰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나는 그걸 좋아라 했다.
원래 우루과이 여행은 딱 이틀로 생각하고 왔다. 내가 우루과이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우루과이 라운드' 뿐일 정도로 무지했다. 그래서 가방에 담아 온 것도 고작해야 비누 하나와 수건 정도였는데 신기하게도 몬테비데오에 있는 동안 조금만 더 여행해볼까 라는 생각이 갑작스럽게 들었다. 이럴 때는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호스텔에 있던 푼타 델 에스테(Punta Del Este) 지도를 집어 들고는 곧장 버스터미널로 갔다. 주도인 말도나도(Maldonado)에 먼저 가야 될 줄 알았는데 푼타 델 에스테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다만 버스는 5분 뒤에 출발한다는 말에 얼마인지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아 곧장 표를 받아 들고는 뛰었다. 버스에 올라탔을 때 내 옆에는 우루과이인 대학생이 타고 있었는데 영어를 할 줄 알아 몇 마디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여행을 2년 가까이 하고 있다는 내 말에도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것인지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남겨주고 말도나도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