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12일 오후 2시 청계광장 일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김종인 전 대표 등 전현직 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대권주자, 다수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이들을 포함해 3만여 명의 당원이 규탄대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표면적으로는 퇴로를 열어줘 마지막 책임을 다할 기회를 주려는 충정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명분 쌓기'다. 현 상황의 지속되면 누가 곤란해지는 잘 봐야 한다. 박 대통령? 최순실? 친박계?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뻔한 답이다. 게이트 정국으로 어차피 그들은 너덜너덜해졌다. 답은 <조선>이 수구인 친박계를 보수에서 갈라치기 한 뒤 여집합으로 남겨두려던 '비박계'다. 비박계는 처음에는 '거국 중립 내각' '이정현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이제는 '탄핵' '새누리당 해체'까지 꺼낼 정도로 초조하다. 반면에 청와대와 친박계를 보라. 되레 '탄핵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배짱을 부린다. 지지율은 언제든 오를 수 있다는 둥, 거리에 안 나온 시민들은 국정 안정을 원한다는 둥 민심을 조롱까지 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은 이미 <조선>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2선으로 물러나는 성의는 보여야 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친박계가 상상 이상으로 비합리적이고 패권적인 집단이라 이조차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렇게 흘러가면, 내년 대선에서 '보수 정권 재창출'도 불투명하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친박계를 찌그러뜨려야 이미지 세탁을 할 수 있는 비박계는 압박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과 더민주 지도부는 탄핵을 말할 상황인가. 그럴 수 있지만 제약이 있다. 역풍? 노무현 때 민심과 박근혜 때의 민심은 같은 정서가 아니다. 역풍은 본질이 아니다.
노무현 때 역풍을 불러온 감수성이 '동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자격 없는 자들이 국정을 농단했고 부와 권력을 전횡했고 지도자에게 속은 것에 대한 '격분'이다. 더민주의 진짜 난관은 탄핵 소추안 통과,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확보, 황교안 총리말고도 <조선>을 필두로 한 보수 언론의 낙인찍기와 불신 조장(더민주, 거리의 시민, 사회단체를 편 가르는) 전략에 있다.
더민주가 '조선일보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탄핵 이야기를 비박계보다 먼저 천명했다고 해보자. 또한 100만 시민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것보다 빨리 장외로 나온 후 시민과 사회단체와 결합했다고 해보자.
어찌 됐을까. 당장 더민주에게 '운동권 정당' '정치 공세' '혼란 조장', 거리의 시민들에게 '불법 집회' '폭력 시회', 사회단체에게 '기득권 세력' '종북 좌파' '선동' 등의 낙인이 돌아온다. 애초에 '조선일보 가이드라인'의 목표는 비박계가 정국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 상에서 촛불의 임무조차 대통령을 압박해 2선 후퇴를 받아내는 것까지였다. 이 큰 그림에서 야권이 정국을 주도하는 일은 계획과 어긋난다. 필자는 일각에서 답답해하는 것처럼 문재인과 더민주가 여권에 끌려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미애 대표가 최후통첩 적기와 절차를 오판한 약간의 잡음을 제외하면 그들은 여권과 조중동만큼이나 노련하다.
<조선>을 필두로 한 보수 언론들에게 책잡힐 '명분'을 내어주지 않고자 던진 미끼를 물어주되, 현 정국의 이면에 깔려 있는 '친박계 대 비박계' 자중지란이 알려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이것은 <조선>이 두려워한 '청와대 대 조선일보' 프레임과 유사하다). 결과를 보라. 국민이 나아간 만큼 문재인도 어쨌든 조금씩 전진했다.
무엇을 해야 나라가 나라다워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