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단식 중이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뒤에 새누리당 로고가 또렷하다.
이희훈
국민은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에게 새누리당은 이미 있어서는 안 되는 당이다. 국회 논의에서 새누리당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큰 야당들은 아직 민심을 제대로 못 읽고 있다.
'국회추천총리'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그마저도 청와대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박근혜씨가 한때 정세균 의장을 만나 '국회추천총리'를 거론했었다. 그때 야당은 한 목소리로 국회추천총리가 아니라 야당추천총리를 세우겠다고 했어야 했다.
20일, 야당 유력 대선주자 8인이 비상시국회의를 통해 '국회주도의 총리 선출' 등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야3당에 요청했다. 마찬가지다. 이때 '국회주도의 총리'는 야당이 정하는 총리여야 한다.
그러니까 야당이 총리를 정하고, 새누리당에 통보하라. 그렇게 결정한 '국회추천총리'를 대통령에게 다시 통보하라.
특검도 그랬다. '상설특검'이네 '별도특검'이네 싸우더니 여야 3당은 수사대상에 '박근혜 대통령'을 넣지도 않은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정의당의 확실한 특검법안이 이미 제출되어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상황에서 그 정도면 괜찮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문제다. 새누리당을 계속해서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국회 절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인데, 핑계다. 야3당이 추천한 총리를 새누리당이 수용하지 않고, 야3당이 함께 발의한 특검법안을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수만 명의 촛불이 새누리당을 직접 에워쌀 것이다.
비박도 마찬가지다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 당론을 결정한 다음 비박계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탄핵 논의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 점이다.
비박계는 공범이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 정권의 공동 창출자들이다. 김무성은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대통령이 이상한 결정을 하던 때 이들은 뭘 했나. 유승민은 사드에 찬성했고, 나경원은 한일위안부굴욕협상을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한 협상"이라고 했다. 오세훈은 어떻고 또 하태경은 어떤가.
이번 사태가 안 터졌으면 비박계는 계속 박근혜씨 밑에서 국정농단을 최소한 묵인하고 갔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야당은 왜 주인공으로 키워주는가. 탄핵소추안 가결의 열쇠가 비박계에게 있는 것처럼 흘러가는 분위기는 매우 우려스럽다.
현실적으로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비박계를 배려해야 한다거나 국회 내에서 유연한 전술 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우습다. 국민의당은 나중에 비박계와 '신3당합당' 같은 걸 고민하고 있는 모양인데, 촛불을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태도라면 곤란하다.
탄핵을 하더라도 야3당이 탄핵안을 발의하고, 비박계에게 반대할 거면 반대하라고 하면 그만이다. 광화문의 100만은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하자박근혜씨가 퇴진하든 탄핵을 당하든 새누리당 의원들은 2020년까지 의원자격을 유지한다. 그래선 안 된다. 박근혜 한 사람 쫓아내는 건 이제 목표가 아니다. 박근혜 게이트로 드러난 '박근혜 체제'를 도려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87년 항쟁 이후 3당 합당으로 생겨나 지금까지 이어온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세력이다. 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먼저 특검에 반대한 새누리당 의원 10명, 기권한 의원 14명을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 야당은 우선 이정현 제명안을 올리자. 헌법 64조에는 국회가 국회재적의원 2/3로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제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특검법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은 의원의 자격이 없다. 야당이 얼마든지 제명안을 올릴 수 있다. 비박이 제명안에 찬성할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다. 찬성하지 않으면 비박도 친박과 한 몸이요, 찬성하면 자중지란이다.
야당은 이러한 적극적인 정치 행위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자꾸 제공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줄여 나가야 한다.
탄핵국면에서 생기는 걱정은 촛불로 다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