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치매환자 치유법, 옷 잃어버렸다 할 땐?

편안한 마음 만들어 드리면 행복해 하셨던 어머니를 추억하며

등록 2016.11.22 11:18수정 2016.12.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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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바나나우유와 빵을 먹으며 어머니를 추억했다. 어머니가 식사를 잘 못하실 때면 바나나 우유와 두유를 드리곤 했다. 어머니 머릿속 지우개가 커져가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입맛의 변화였다. 싱겁다고 하셔서 소금으로 간을 맞춰드리면 이번에는 짜다고 하셨다. 잘 드시던 밥도 남기고 못 드시겠다고 하셨다.


"너무 짜서 밥 먹기 싫어."
"그래도 드셔야 해요."
"입 속이 헐어서 아파."

 평안한 마음을 가지신 어머니
평안한 마음을 가지신 어머니나관호

가만히 지켜보면 어린아이들이 하는 밥투정과 비슷했다.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빵과 바나나우유를 드리면 맛있다며 금방 잘 드셨다. 딸아이 키울 때 본 모습 같았다. 빵과 우유로 식사를 마치시면 어머니에게 매일 일과인 퍼즐 맞추기를 하시도록 권하곤 했다.

그러면 반응이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이 확연히 달랐다. 퍼즐 결과는 어머니를 진단하는 바로미터였다. 잘 못맞추시는 날은 어머니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곤 했다.

 빵과 두유로 식사하시는 어머니
빵과 두유로 식사하시는 어머니 나관호

"어머니, 마음이 불안하세요?"
"아니, 괜찮아."
"괜찮으니까 뭐 마음에 불편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주저하시는 듯 잠시 생각하신 후.


"옷이 없어져서."
"옷이 없어져요?"
"아들이 사준 것인데, 없어. 어떤 사람이 왔었는데 가져갔어."

어머니같이 치매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시공간이 혼동되곤 한다. 잔상이 남아 있게 된다. 아마도 당시 배달원 아저씨를 보았던 잔상이 아닐까 싶다.


"어떤 옷요?"
"보라색 옷."

당시 어머니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어머니 침대 속에 옷을 숨겨 놓으셨었다. 보자기에 쌓아 놓으셨다. 그러면 나는 옷을 찾아서 "여기 잘 두셨네요"라고 말하고 어머니의 불안증을 풀어드리곤 했다.

"어디 봐. 아유, 내 옷이네."
"어머니가 잘 두셨어요."
"난, 이 옷이 좋아."

어머니는 옷을 끌어안고 좋아하셨다. 노인들에게 있어 '마음의 안정'은 최고의 약이다. 이런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나에게 제법 의사 같은 진단법도 생기고,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나름대로 터득하게 되었다. 내가 생활 속에서 관찰한 어머니의 행동과 그에 따른 대처 방법을 치매환자 가족들과 나누고 싶다.

이 방법들이 절대화될 수는 없지만 머릿속 지우개의 활동을 더디게 만든 것만은 확실했다.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적용 방법은 달라야 하겠지만 응용해서 적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셨던 어머니
음악을 좋아하셨던 어머니 나관호

머릿속 지우개 증세가 자주 나타났던 경우

1.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릴 때.
2. 실내가 어두컴컴하거나 공기 순환이 잘 안 될 때.
3. 시간이 뒤엉켜 (스트레스 받았던) 옛 생각으로 불안해 할 때.
4.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5. 문단속이 잘 안 되어 있고,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때.
6. 누군가 집에 온다는 말(옛 기억의 혼선)을 자주 할 때.
7. 자신의 물건(옷, 지갑, 가방 등)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보일 때.
8. 꿈을 많이 꾸고 자기 한탄이 많아질 때.

내가 효과를 본 치유요법

1. 칭찬과 격려, 발 씻겨드리기 등의 스킨십으로 무조건 편안하게 해드린다.
2. 염려하는 부분을 해결해 실제로 보여드린다. 예를 들어 지갑, 옷 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실 때 찾아서 보여드린다.
3. 퍼즐 요법-60피스 정도의 퍼즐을 맞추게 한다. 주의할 점은 못 맞춘다고 스트레스 주지 말아야 한다.
4. 성경책, 동화책 등을 소리 내서 읽게 한다. 쓰기도 좋다.
5. 쇠고기와 같은 단백질의 섭취를 권한다.
6. 초콜릿을 드린다. 노인들은 단 것을 좋아하신다.
7. 좋은 음악을 헤드폰을 꽂고 듣게 한다.
8. 수건, 본인 속옷 등 손빨래를 직접 하게 한다. 손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9. 강아지나 화초에 관심을 갖게 한다.
10. 본인과 가족의 옛 사진을 보게 하고 옛 이야기를 하게 한다.
11. 저녁 산책을 하고 지나가는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게 유도한다.
12. 가족의 이름과 본인의 이름, 나이 등 단순한 기억을 매일 반복, 확인시킨다.
13. 많이 웃게 만든다. 좋은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같이 웃는다.
14. "이 꽃 색깔이 뭐예요?"와 같은 사소한 것을 질문해 답하도록 유도한다.

일종의 임상 실험(?)을 거친 것이라서 부작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편안한 마음'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큰 소리 치지 말고 힘들어도 차근차근 반복시키면 어른들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내신다.

예를 들어 혼자서 화장실을 못 찾는 노인이 계시다면 계속 모시고 다니면서 "여기가 화장실입니다"라고 말씀해 드리고, 혼자서 찾으시는지 점검하면 된다.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

 퍼즐을 통해, 머릿속 지우개 활동을 늦추셨던 어머니
퍼즐을 통해, 머릿속 지우개 활동을 늦추셨던 어머니나관호

우리 어머니처럼 퍼즐 맞추기를 잘 못하실 때는 옆에서 위치를 정해 주고, 본인이 직접 넣도록 한 다음 칭찬을 많이 하면 좋아하신다. 오랜 시간 동안 못 맞추고 계실 때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격려와 칭찬요법'을 함께 사용하면 좋다. 칭찬요법은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갖게 하고 스트레스를 풀게 한다.

또한 집을 나가시려고 자주 옷을 찾아 입는 분들에게는 자식들이 옷을 입혀주고 함께 외출을 한 다음 "혼자서 옷을 입지 마시고 이렇게 옷을 입혀드릴 때만 나가시는 겁니다"라고 반복해서 주입시키면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신경질을 잘 내고 헛소리를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쇠고기나 초콜릿 같은 먹을 것을 드리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신다. 그래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는 불안증이 많으셨다. 작은 일에도 항상 염려부터 하셨다. 머릿속 지우개가 평안보다 불안을 좇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기는 방법은 평안을 크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중 제일은 칭찬요법이었다. 실수를 해도 그 환경보다 더 나은 격려로 칭찬을 하면 좋다.

 어머니의 식사놀이 행복 모습
어머니의 식사놀이 행복 모습나관호

스미스 홀런드는 "칭찬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식사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칭찬은 어머니에게 드리는 마음의 만찬이었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아픔과 어려움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환자분들을 칭찬해보세요. 칭찬은 치매환자를 행복하개 만들어 줍니다. 파이팅!!!!!!
덧붙이는 글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대중문화연구을 강의하고 있으며,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로 기업문화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 회원)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치매 어머니 #치매 가족 #치매 환자 #나관호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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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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