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무늬 칼집' 오징어회로 관광객 사로잡았다

[여행기] 일본 규슈 가라쓰(唐津)의 명물 '오징어회'와 규슈올레 가라쓰 코스

등록 2016.11.22 20:20수정 2016.11.24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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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원석의 세계 최대 산지는 버마다. 그 루비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은 태국. 그런데 그 루비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곳은 프랑스라는 얘기가 있다. 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보석 '세공'의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음식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신선한 재료라고 해도 어떻게 손님 상에 내놓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달라진다. 같은 식재료도 '세공' 기술력에 따라 가격 차이가 몇 배 이상 벌어진다.


일본 규슈의 작은 어촌 마을인 가라쓰(唐津). 요부코 항 부근에 있는 '카와타로(河太郎)'라는 음식점은 오징어 부가가치를 높이기로 소문나 있다. 이 집 시그니처 메뉴인 '활오징어 정식(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이 대표적이다. 가라쓰에는 '카와타로' 말고도 오징어회로 유명한 음식점이 몇 곳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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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 작은 어촌 마을 가라쓰(唐津) 요부코 항. 이곳에는 '카와타로'라는 음식점이 있다. 이곳의 활오징어 정식(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이다. 오징어의 부가가치를 확 끌어올린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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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 작은 어촌 마을 가라쓰(唐津) 요부코 항. 이곳에는 '카와타로'라는 음식점이 있다. 이곳의 활오징어 정식(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이다. 오징어의 부가가치를 확 끌어올린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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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타로'의 활오징어 정식(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 활오징어의 결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크기와 무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한 사람에 오징어 한 마리를 내준다. 회와 튀김이 주 메뉴인데, 1인분의 가격은 2700엔(한화 약 2만9000원). 오징어회가 나오기 전에 메뉴판만 볼 때는 '오징어 한 마리 값이 왜 이리 비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작 오징어회가 나오면,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간다. 거기에다 마무리로 나온, 갓 튀긴 오징어다리 튀김까지 먹고나면 '가격이 그럴만하다'며 수긍하게 된다. 오징어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해초다. 한국 사람들은 이 곳 오징어회나 해초를 보면, 절로 초고추장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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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타로'의 활오징어 정식(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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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타로'에서 활오징어 정식(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오징어튀김.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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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타로'에서 활오징어 정식(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과 밥.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가라쓰의 오징어회는 격자 체크무늬로 촘촘히 썰되, 한 쪽은 끊어지고 다른 한 쪽은 끊어지지 않게 칼자국만 남기는 게 특징이다. 저 수작업의 오징어 '세공' 기술이 평범한 시골 어촌마을에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였다. 그 힘의 원천은 아주 단순하게도, 차별성 있는 '오징어회'에 있었다.


가라쓰의 요부코 항에는 집어등이 달린 작은 규모의 배들이 수십 척 정박해 있다. 그리고 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이 일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오징어를 건조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파라솔 지지대로 중심을 잡고, 우산살을 원형으로 층층히 붙여놓은 듯한 기계에 오징어를 잔뜩 매달고 자동으로 회전시키며 오징어를 말린다. 파리나 곤충이 앉는 걸 방지하고, 빨리 말리 수 있는 장점이 있단다.


[여행 팁] 일본 규슈 북서쪽에 위치한 사가(佐賀) 현의 가라쓰(唐津)는 항구 도시다.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의 무역도 활발했던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군사를 모아 침략 전쟁을 준비한 곳이라서, 우리나라로서는 쓰라린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가라쓰를 여행한다면, 규슈올레 가라쓰 코스를 꼭 걸어보길 권한다. 가라쓰 코스의 전체 길이는 11.2km, 성인 기준, 예상 소요시간은 4~5시간. 난이도는 '하'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종착지 '하도미사키(波戸岬)' 해변에는 소라구이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다. 소라구이와 오징어구이를 먹으며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라쓰 코스는 산과 해안가가 어우러져 있어 제주올레와 가장 가까운 느낌을 준다. 종착지인 '하도미사키' 해변 초입에는 큰 키의 돌 하르방 2개가 우뚝 서 있다. 자매결연을 맺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지난 2014년에 기증한 것이다. 돌 하르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이곳이 제주도인지, 가라쓰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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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쓰 코스의 종착지 '하도미사키(波?岬)' 해변 초입에는 큰 키의 돌 하르방 2개가 우둑 서 있다.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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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쪽에 백사장처럼 긴 녹색지대가 규슈 가라쓰의 '니지노 마쓰바라(虹の松原)'다. '무지개 소나무숲'이라는 뜻을 지닌 국립공원. 4km에 걸쳐 해안가에 심어진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방풍림 역할을 한다. ⓒ '여행자의 식탁' 김진영


#가라쓰 #오징어회 #규슈 #이카츠쿠리 #카와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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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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