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집회 허용에 음료 무료제공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서울행정법원이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 대규모집회를 앞두고 청와대 앞 200m 위치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집회 행진에 대해 오후 5시 반까지 허용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 통인동 커피공방에서 시민들을 응원하며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성호
성하훈 시민기자님. 지난 26일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서 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요일(27일) 아침, 집회가 끝난 거리를 출근해 가게 문을 열곤 카페 손님들에게 다소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사장님, 공방이 네이버에 났네요! 호호, 축하해요. 메인에 있던데요?!"
오픈을 마치고 스마트폰으로 들어가 본 네이버엔 성하훈 시민기자님이 쓴 기사 <
'9년 만에 처음', 확 달라진 청와대 앞 분위기>라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기사는 "통인동 커피공방이 '9년 만에 처음,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글자를 유리창에 붙여 놓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보리차 음료를 제공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신기한 마음에 댓글까지 보게 되더군요.
11월 26일, 많은 기자들이 "왜 이런 준비를 했는지 알고 싶다" "저 9년이 무슨 뜻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 이런 호의적인 질문에도 "동네 상인일 뿐이고 드릴 말씀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매몰차게 돌아섰지요. 그런데 밤사이 이런 기사가 올라갔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나름 열심히 한다는 커피전문점이 커피로 유명해진 것도 아니고, '보리차'로 유명해진 이 사건(더군다나 이런 때에!)을 두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쏟아지는 관심과 다양한 해석들 때문에 난감하기도 했는데, <오마이뉴스>에는 이렇게 기사의 형태로 뒷이야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청와대 앞 장사 9년째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때 많은 이들이 현장과 SNS에서 궁금해하던 '9년만에 처음'이라는 문구엔 대단한 뜻이 담겨있는 게 아닙니다. 통인동이라는 위치상, 저희 가게는 경찰 차벽 뒤에 있어 몇 주일째 주말 오후와 저녁 장사는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공방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이번 주말엔 우리 가게 앞까지 사람들이 올까'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 햇수로 9년째. 광화문이 지척인 통인동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수없이 많은 집회에 대한 경험이 있고, 당장 지난 촛불집회 때만 해도 편의점 등에 생수가 떨어져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멀리서 우리 마을에 오시는 손님(?)들이 있다면 대접하는 게 도리요, 물이라도 정수기로 준비해 무료로 담아갈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왕 하는 거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뜨거운 물이라도 준비해 시민들이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계획이 계획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11월 26일 당일이 되니 심상치 않은 날씨에, 점심부터 차량이 뜸해진 자하문로를 보면서 '과연 정말 우리 마을에 손님들이 오실 것인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100만 명은 말도 안 될 것이고, 외롭고 힘 없이 어깨를 움츠린 시민들만이 걸음해 오진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장사 9년만에 처음... 청와대 앞 거리가 '광장'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