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가보고 싶어요"

100일 철야농성 돌입한 남북경협 비대위 기업인들

등록 2016.11.30 11:56수정 2016.11.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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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아우 수고 많어! 지금도 광화문이여?"

"네, 형님. 기사 보셨어요?"

"아침에 기사 봤어. 정부종합청사 앞에 가면 우리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가 100일 철야농성을 하고 있어. 거기 유동호하고 정익현이를 한 번 만나봐."

2007년 초 평양에 닭요리 전문점을 개설하노라며 만나게 된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의 전화를 26일 오전에 받았다. (관련 기사 : "평양에 있는 치킨집, 한시도 잊은 적 없어요") '곡성 농민 30여 명, 새벽 2시 광화문 도착'이란 제목의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나갔을 때다. (관련 기사 : 곡성 농민 30여명, 새벽 2시 광화문 도착)

"얼마 전 형님이 '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가보고 싶어요'란 팻말을 들고 촬영한 사진 보았는데 그 내용인가요?"

"그려. 아우가 우리랑 함께 했으면 좋겠어. 가서 유동호 위원장이랑 정익현 이사장을 만나봐."

그렇게 26일 통화를 끝내고 27일 저녁에야 철야농성을 하는 정부종합청사에 들렀다.


방문 목적을 말하자 "오늘은 제가 할 일이 있어 죄송하지만 내일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란 답변을 들었다. 다시 광화문 캠프촌에 돌아왔다. 다음날(28일) 차를 한 잔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전화가 왔다. 내가 머무는 텐트는 좁은 탓에 남북경협기업비상책위가 농성 중인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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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유동호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남북경협기업들이 사업의 재개와 생존을 위해 통일부를 비록한 정부를 상대로 100일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정덕수


"오늘 이 순간부터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평화의 씨앗인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과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실질적 실천행동에 돌입하고자 합니다."

남북경협기업비상책위원회(위원장 유동호)와 금강산기업인협의회는 위와 같은 발표를 하고, 10․4선언 9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4일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 큰행진'을 진행했다. '100일 철야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상당히 오래전에 들었기에 물었다.

"지금 며칠 되었죠?"

"56일째입니다."

평양 개선문 앞에 닭요리집을 낸 맛대로촌닭은 최근 '수양딸 찾아 북한으로'를 연재하는 신은미 선생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과거, 신은미 선생의 글을 읽다 사진 한 장을 보고 "제가 개인적으로 친한 분도 평양에 닭집을 냈지만 지금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란 댓글을 달면서 자연스럽게 몇 번 더 필담을 주고받았다. 신은미 선생은 "그곳 사진도 아마 있을겁니다.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란 댓글을 남겼다. 이후 <주인 잃은 남한 치킨집, 평양서 잘 나갑니다>란 제목의 기사로 해당 가게가 오마이뉴스에 소개됐다. (관련 기사 : 주인 잃은 남한 치킨집, 평양서 잘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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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식당 평양의 중심가 개선문 앞에 있는 닭고기전문식당은 김포공항 근처에서 맛대로촌닭이란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원호 대표가 2007년에 의욕적으로 투자를 해 문을 연 곳이다. 지금도 이 식당은 그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신은미 선생의 방문으로 확인했으나 투자자인 최원호 대표는 경협중단으로 10원 한 장 건지지 못했다. ⓒ 신은미


맛대로촌닭 최원호 대표가 평양에 낸 닭요리전문점은 2007년 6월 오픈했다. 말 그대로 평양의 1호점(락원 닭고기 전문식당)인데 신은미 선생을 통해 현재까지 운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최원호 대표는 총 5억 원의 자본이 투자했다. 그리고 10년이 된 지금까지 10원 한 푼 건지지 못했다.

'남북경협'이란 이름으로 추진되었던 다양한 사업들과 사업주들은 이명박 정권 아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손을 거둬야 했다.

금강산을 비롯해 북한의 내륙지역에 투자한 1146개의 남북경협기업들은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이자를 내기 위해 필요한 대출만 3차례 받았을 뿐이다.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017년도 통일부 예산에 남북경협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9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신규 편성했다.

57일째 밤을 맞은 농성장에서 피곤한 이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 빠져나왔다.

개성공단만을 남기고 모두 철수하기 직전인 2008년, 통일부는 남북경협의 교역규모는 18억 2037만달러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남북경협 #낙원닭요리전문식당 #신은미 #맛대로촌닭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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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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