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섬의 '삼치전골'육수에 얇게 저민 파 채와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이다가 삼치를 넣고 먹는다.
김진영
고대, 일본에서 한반도를 가거나 중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하나의 갈림길이란 의미를 지닌 섬, 이키(壱岐島, いきのしま). 부산에서 후쿠오카 가는 쾌속선 타고 대마도를 지나면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유명 관광지다.
일본의 100대 해수욕장의 하나인 쓰쓰키하마 해수욕장, 원숭이가 먼바다를 바라보는 형상을 한 사루이와(원숭이 바위), 옛날 우리네 고분과 형태가 같은 가케기 고분 등 섬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한적한 해안가 도로를 달리면 부드러운 에메랄드 빛 바다가 마치 먼 이국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섬의 면적은 우리나라 안면도와 비슷한 크기로, 하루에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놀라운 것은 작은 섬 곳곳이 품고 있는 맛이 일본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고,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보리소주의 발상지이며, 가장 맛있는 성게를 생산하는 곳에, 일본에서 유명한 소고기 생산지에 송아지를 공급한다. 시쳇말로 육·해·공에서 공만 빠지고는 다양한 식재료를 작은 섬이 품고 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다.
성게는 6~9월 여름이 제철. 해수욕과 제철 성게를 맛보려는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현 사람들로 한여름에는 문전성시다. 그중 군계일학 식당이 하라오케 식당이다. 대표 메뉴는 성게 알을 잔뜩 올린 성게덮밥이다. 일일 한정 판매로 안타깝게도 맛을 못 봤다. 차선으로 성게 알을 넣고 지은 성게 밥을 먹었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에 성게 맛이 더해져 찬이 없어도 슬슬 넘어간다. 차선이 이 정도라면 성게 덮밥은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비워져 가는 밥과 비례해 커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