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탄핵안 상정이 목적이 아니라, 가결이 목적"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국민의당은 야권공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꼭 가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거듭 말씀드리지만 탄핵안은 상정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결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호
저 역시 탄핵이 가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비박계에게 구차하게 '포괄적 면죄부'까지 주면서 가결되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럴 바에는 면죄부를 주지 않고 부결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박 대통령 한 명으로 꼬리만 자르고 몸통은 남겨두는 것이지만, 후자는 꼬리와 몸통이 함께 자연 도태되도록 시민의 평가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연 도태되기 전에 빨리 쫓아내면야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자연 도태시키는 게 맞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대표님 마음대로 결과를 통제하려고 들지 마시고 해야 할 의무에 충실하십시오. 야권이 탄핵을 주도해 비박계 중 양심이란 게 남아있는 인사들이 있어서 대의를 쫓아오려면 오도록 놔두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적 의미와 가치는 시민이 판단하도록 존중하십시오. 대표님 마음대로 미리부터 "만약 부결되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탄핵을 추진할 수 없고,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답을 정해두지 마십시오.
어떤 의원들이 탄핵을 훼방 놓으려는지는 더민주 표창원 의원이 공개했습니다. 거기에 대표님의 이름 한 줄 더 추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표님은 '국민의당' 대표이십니다. 그러니 제발 이름값을 하십시오. 야권 주도의 탄핵이 부결돼도 어차피 시민들은 이미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마음으로 탄핵했고 범죄 혐의 역시 특검이 밝혀낼 문제입니다.
지면을 빌려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게 저도 참 곤혹스럽긴 합니다만, 이참에 대표님의 나쁜 말버릇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은 1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많은 국민들이 흥분해 '왜 국민의당이 (탄핵 발의에) 동참하지 않느냐. 왜 박 대통령을 보호하느냐'고 여러 의원님들 사무실에 전화가 많이 올 것이다. (중략) 하지만 이것은 곡해를 했거나, 특정 세력이 공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표님. "특정 세력"이요?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야당의 대표라는 분이 어떻게 생각이 다르다고 시민들에게 '낙인 찍기'부터 하실 수 있습니까. 이게 정부·여당에 반대한다고 종북이니, 친노(친문) 패권세력이니 낙인부터 찍는 행태들과 뭐가 다릅니까. 아참, 대표님은 평소에 친노(친문) 패권세력이란 말도 즐겨 쓰시지요. 물론 쓰실 수도 있습니다. 가치판단을 내리는데 야권이라고 성역을 둘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전에 해당 시민들이 곡해했다고 생각하시는 바가 있다면 명확하게 근거부터 들어 설명하셨어야죠. 정치인은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설명하지도 않고, 근거도 없이, 해당 시민들의 경향성을 명확하게 진단 내릴 수도 없으면서, 임의로 정체성을 묶어 단가를 후려치는 버릇, 그것은 권모술수에 불과합니다. 감히 시민들을 상대로 권모술수를 부리지 마십시오.
그것은 협치가 아니라 그냥 어중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