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소연
오충일 목사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한 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3차담화를 했다. 대통령은 3일 전 토요일의 190만 촛불시민에게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국회에 공을 넘겼다. 여야가 질서있는 퇴진 일정을 합의하면 물러나겠다고.
그러자 주말에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놓은 '즉각 퇴진'의 주도권은 희석됐다. 탄핵에 나서겠다고 했던 야당의 일부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흔들렸다. 박근혜와 '공범'격인 새누리당의 일파인 비박계가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12월 3일 토요일, 촛불은 더욱 거세졌다. 서울에서만 170만 명, 전국에서 232만 명의 촛불시민이 여야 정치권에 명령했다.
"범죄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은 없다.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받아 즉각 탄핵하라." 청와대 뿐 아니라 여의도까지 삼킬 법한 이 거대한 촛불에 화들짝 놀란 새누라당 비박계는 하루만에 "12월 9일 탄핵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축구 90분 경기에 비유하자면 이제야 전반 30분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려면 200표가 필요한데 야당과 무소속 172표에 새누리당에서 28표가 더 나와줘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 탄핵표결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그들이 무기명 투표에서 반드시 찬성표를 던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9일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교란행위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의 명령은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충일 목사의 호소처럼 정치권에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 촛불시민의 집단지성은 대단하다. 3일 광주 금남로에서 모인 15만 명의 촛불은 이미 결의했다. 탄핵표결 전야인 8일 밤부터 9일 완료 때까지 1박 2일간 국회를 촛불로 포위하기 위해 광주에서 여의도로 가는 '탄핵버스'를 수십 대 운행하겠다고. 광주시민 100여 명이 참여한 단체카톡방에서 처음 제안된 이 국회행 탄핵버스는 이날 금남로 집회에서 사회자에 의해 천명돼 '광주의 선택'이 되었다. 그리고 광주의 결의는 부산, 대구, 대전, 전주, 강원으로 퍼질 기세다.
이렇듯 온·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 이번 주, 특히 5일부터 9일까지의 단계적 촛불시민 행동 방향에 대한 각종 제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독자 이일영씨는 댓글에서 이렇게 썼다.
"9일은 국민이 정한 임시공휴일입니다, 여의도에 모입시다!"하지만 9일 탄핵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아직 전반 35분이 경과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최종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 그때에야 전반 45분이 끝난 셈이다. 후반 45분에 얼마든지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 30여 년 전 6월항쟁 때의 뼈아픈 후반 역전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춧불민심의 주도권은 계속되어야 한다.
명심하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 탄핵에 찬성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퇴진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후반전 '최후의 승리'다. 주장 선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주 탄핵에 임하는 자세를 분명히 확인했다. '우리의 목표는 보수의 재집권이다.' (<중앙일보> 11월28일 인터뷰)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격인 새누리당 세력이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집단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마땅하지만, 그들은 지금 재집권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질서있는 후퇴에 의한 재집권. 틈만나면 개헌을 꺼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앞으로 그들은 당명도 그럴싸하게 바꿀 것이다. 친일세력이 반공세력으로 옷을 갈아입었듯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