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에서 만날 수 있는 매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매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흑산도이다.
이경호
실제로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흑산도 멸종위기야생생물 I, II급 조류 29종, 천연기념물 조류 23종 등 총 43종의 법정보호조류가 서식하는 지역으로 확인되었다. 이동시기 숲이나 대지 밭에서 만난 새 종수만 90여종에 이르렀다. 3일간 본새가 90종이나 되는 것이다. 이 중에 난생 처음 보는 새들만 50여종이 넘었다. 새들을 보고 또 보고 눈에 익히고 또 익혔던 곳이다. 때문에 나는 매년 가을 흑산도를 찾아가 새들을 만났다.
이렇게 자주 찾다보니, 예리의 저수지 위에서 만난 물장군도 만날 수 있었다. 왜가리가 먹다 삼키지 못하고 뱉은 물장군이었다. 보자마자 우선 크기에 놀랐다. 일반 개아제비 등과 비교해서 훨씬 컸기 때문이다. 물장군을 실물로 본 적은 흑산도가 마지막이었다.
흑산도는 배에서 비행하는 슴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먼바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새가 바로 슴새이다. 까치가 손님을 반기듯이 먼바다에 있는 탐조인에게는 등대같은 새가 바로 슴새이고, 이런 슴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흑산도인 것이다.
흑산도에 찾아오는 철새들은 봄과 가을철 흑산도에서 영양을 보충하고 먼길을 떠나는 나그네 새들이 대부분이다. 수천km 비행을 통해 먼길을 여행온 새들은 흑산도에 도착하면 힘이 없다. 먹이를 바로 먹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흑산도는 새들에게 이동과정에서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 같은 곳이다. 새들은 흑산도에서 쉬고 먹이를 보충하여 다시 수천km를 이동하여야 한다. 휴게소가 사라지면 연료가 고갈되거나 졸음운전 등으로 바다에 추락하여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나그네새들의 운명이다. 때문에 공항 건설은 새들에게 죽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