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회동 결과 설명하는 정진석정진석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9일 탄핵절차는 헌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으며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6일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박 대통령이 면담 자리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당에서 이런 입장을 생각해서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탄핵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이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뜻만 밝힌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4월 말 퇴진-6월 대선'이라는 새누리당의 당론을 수용할 테니 탄핵 표결 참여에 앞서 고려해달라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그동안 영수회담을 수용하고 야당과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근본적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국회 추천 총리 제안 거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양자 영수회담 무산 등을 먼저 설명했다. 이어, "이도 저도 안 돼서 국정위기를 풀어 볼 마음이 간절했고 그 이후에 담화 형식으로 (그 마음을) 발표했다. 그 담화에서 국회 결정대로 평화롭게 법과 절차에 따라서 정권을 이양하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적 있다"고도 강조했다.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 수용 의사는 그 이후에 나왔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그러던 중에 당에서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를 위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당론을 정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 때부터 (당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쭉 해 왔다'고 하셨다"고 이를 전했다.
"대통령의 생각은 탄핵보다는 사임 쪽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것"즉,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 안팎에서 세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인식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 수용 입장도 밋밋하기 그지없다. 이미 친박 주류인 홍문종 의원조차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파격적인 말씀", 즉 퇴진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조치를 기대하기도 한 상황에서 별다른 '사정변경'을 만들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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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박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통해 여당 내 '동정표'를 얻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정현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 15분께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고 박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의총을 연기하면서까지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 예산안을 법정기일 내 처리해준 의원들께 감사하다"면서 "여러 어려운 상황을 맞아 나라를 위해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 뵙고자 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초래된 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하셨고, 국민 여러분과 의원들께 두루두루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하셨다"면서 "많이 수척해지신 모습이었는데 의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두세 번 하셨다"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당론이 유지되기 어려운 국면이다.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9일 탄핵 표결에 따를 수밖에 없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른 자유의사에 따라서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 원내대표의 설명에도 박 대통령은 별다른 반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제 입장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셨다"고 이 과정을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와 함께 면담에 임했던 이정현 대표의 설명도 '박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게 마지막 인정을 호소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