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닝겐과 꿀맛 같은 쉼표

[열혈가족 23박24일 유럽여행기 8]

등록 2016.12.08 11:30수정 2016.12.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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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sper Camping Amsterdam 아침 산책 자전거 타기
Gaasper Camping Amsterdam아침 산책 자전거 타기최혜정

유럽 캠핑카 여행 일곱째 날 아침을 맞았다. 'Gaasper Camping Amsterdam'의 백미는 자전거다. 전날 자전거 사고로 자전거에 진저리가 난 나를 제외하곤 온 가족이 자전거에 푹 빠져버렸다. 아침부터 아이들과 아빠는 캠핑장 안내소에 가서 자전거를 빌렸다. 그리고 넓디넓은 캠핑장을 원없이 달리며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았다.

우리의 중간 기착지는 스웨덴의 룬드였다. 룬드를 향해 달리는 여정 중 처음으로 장거리를 달려야하는 코스가 일곱째 날이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점심은 네덜란드 북부 독일과 가까운 곳인 그로닝겐에 들러 먹기로 했다. 다음날 목표지가 브레멘이었기 때문에 그로닝겐은 암스테르담과 브레멘의 중간쯤 되는 곳이었다. 물론 브레멘 가까운 곳에 다시 캠핑장을 찾아야하는 것도 숙제였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이 가장 고생이지만 아이들에겐 전날 피로를 풀기에 딱 좋은 스케줄이었다. 달리는 내내 쿨쿨 잠을 잘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여행에 있어서 휴식은 필수다. 원기충전을 하고 다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구글지도 이동 경로
구글지도이동 경로최혜정

그로닝겐  한적한 시내 풍경
그로닝겐 한적한 시내 풍경최혜정

그로닝겐은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다. 13세기부터 네덜란드 북부의 경제적 요충지 역할을 했고, 1614년 설립된 종합대학이 자리하고 있어 대학도시로도 유명하단다. 유학 오는 사람도 많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유학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 도시의 평균 연령은 33세! 젊은 도시라 불릴 만하다.

이 정도 되면 크고 시끌벅적할 법도 한데 조용해서 까불면서 사진 찍기도 민망한 도시였다. 나지막한 건물들, 복잡하지 않은 차도. 암스테르담과 함께 자전거 정책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암스테르담은 관광객으로 넘쳐 번잡스럽지만 이 곳은 한갓진 시골마을 같다.

달리는 동안 실컷 잠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일어나고 그로닝겐에 내려 점심은 현지식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정했다. 날마다 캠핑카에서 한식을 먹으니 뭐 한 끼쯤은 패스트푸드도 감사하다. 시내에서 만난 'SUBWAY'가 반가웠다.

그로닝겐 시내 subway가 보인다
그로닝겐 시내subway가 보인다최혜정

점심식사 후에 그로닝겐 대학을 가볼까 했지만 가족들 모두 유명한 곳을 관광하는 날이 아니라 그저 유럽을 즐기는 날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저 걸었다. 슈퍼마켓을 두 군데나 들러 필요한 생필품과 먹거리들을 사고 하루의 피로를 풀 맥주도 사서 캠핑카에 올랐다. 세계 어디서나 카드를 북북 긋고 쇼핑을 할 수 있는 현대 문명에 감사하며!


복잡한 여정을 만들지 않은 덕분에 브레멘을 가까운 곳으로 찾은 캠핑장에는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독일 메르헨 캠핑장 (Märchencamping)은 소똥 냄새나는 농장과 같은 캠핑장이다. 넓은 초원위에 군데군데 화장실이니 샤워장이니 매점과 같은 곳이 드문드문 세워져 있고 독일의 어느 시골 민가처럼 사람들이 군데군데 앉아서 인사를 건넨다.

캠핑장 한편엔 놀이터와 야외수영장도 있어 가족단위로 놀러와 고기도 구워먹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캠핑카가 아니라 펜션 같은 숙소도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넓음을 즐길 수 있는 시간들이 한없이 여유로웠다.


메르헨 캠핑장 (Marchencamping) 독일의 시골민가 같다
메르헨 캠핑장 (Marchencamping)독일의 시골민가 같다최혜정

메르헨 캠핑장 (Marchencamping) 편의시설
메르헨 캠핑장 (Marchencamping)편의시설최혜정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수영도 즐겼다. 유럽 캠핑장에서 수영장 놀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메르헨 캠핑장 (Märchencamping)은 빡빡한 여정 중에 쉼표 같은 곳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여행의 여정은 숨 가쁘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삶의 여정도 숨 가쁘다. 숨 가쁜 여정 중에 꿀맛 같은 휴식은 달고 맛나다. 그래서 영양도 만점이다.

메르헨 캠핑장 (Marchencamping) 수영장
메르헨 캠핑장 (Marchencamping)수영장최혜정

#유럽여행 #캠핑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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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말하고. 책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독서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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