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오늘 하루만큼은 축배를 듭시다

[주장] 고생한 촛불들, 오늘 하루는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야 할 때

등록 2016.12.09 19:45수정 2016.12.0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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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역사적인 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밥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대낮부터 소주 한 잔 기울이며 국회의 표결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TV 좀 같이 얻어보러 왔다"며 식당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가결되는 순간 식당 안에 있던 직원과 손님 모두가 박수를 치더군요. 마시고 있던 소주가 어느새 '탄핵축하주'로 둔갑됐습니다.

나라 전체가 축제분위기입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지하철역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표정이 해맑습니다. 국회의사당을 지나는 9호선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국회를 포위한 시민들로 마비가 될 정도였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고생 많으셨습니다!"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살면서 언제 또 이런 진기한 풍경을 볼 수 있을까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벌써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고 점잖게 타이르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남았고, 무엇보다 대통령 한 사람 물러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부역한 잔당들을 뿌리째 뽑지 못한다면 국민의 촛불은 '잿불'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오랜 시간 광장에서 찬 바람 맞아가며 열심히 촛불을 들어왔습니다. 충분히 지칠 법도 합니다. 그러니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위로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결코 쉬어가자는 뜻이 아닙니다. 끝나지 않은 이 전쟁을 완전한 승리로 이끌기 위해 서로 더 격려하고 응원하는 차원에서 오늘의 축배를 들자는 겁니다.

그러니 국민 여러분, 오늘 이 순간만큼은 마음껏 즐깁시다! 그리고 내일 다시 광장으로 나갑시다.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고 우리의 민심을 청와대와 헌법재판소에 확실히 보여줍시다!

a  12월 10일 개최 예정인 '박근혜 정권 끝장나는 날' 행사 포스터

12월 10일 개최 예정인 '박근혜 정권 끝장나는 날' 행사 포스터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촛불 #광화문 #박근혜 #탄핵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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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생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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