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안 가결 선포하는 정세균 의장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소연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지난 11월 5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약 12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못 해도 수십만 명, 많게는 160만 명 이상의 시민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이상 주최 측 추산). 법원 또한 행진 영역을 점차 넓히더니 청와대 100m 앞까지 문을 열어줬다.
국민들은 – 심지어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조차 -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퇴와 검찰 수사 이행을 요구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콘크리트 층 또한 무너지다 못해 5% 미만으로 붕괴해 버렸다. 더 추락할 것도 없는 수준인 것이다.
그리고 특검과 국정조사에서는 연일 증인들이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 우병우 등 '비선실세'에 대해 증언들을 해줬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그들을 몰아세웠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이라는, 각각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국가가 국민을 죽인 사건들이 이 정치 스캔들과 함께 부메랑처럼 돌아와 버렸다.
결국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는 299명 투표 234명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고, 박근혜 정부가 지난 임기 동안 많은 법률과 헌법들을 위반해왔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밝혀졌다. 정부의 빠른 퇴진이라는 원래 구호에서 후퇴했기 때문인지 찜찜한 감이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 정치사에는 적어도 성공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성과가 남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고,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향키를 잡게 됐다. 하지만 이미 국가와 정부의 시스템은 대다수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아무런 정당성 또한 찾을 수 없는 정부로 낙인이 찍혔다.
극우파들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더 이상 이 국가와 정부를 믿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 팬클럽인 '박사모' 등을 비롯한 극우 세력에서는 "좌파 세력의 준동" 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가져다 붙이곤 하지만, 사실 그들의 핑계는 근본적으로 빗나갔다.
왜냐하면 광화문부터 청와대 앞까지 가득 메운 그리고 전국을 가득 메운 촛불 중에는 여전히 자신을 보수라고 정체화하는 사람도 많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실망했기 때문에 촛불을 들고 나왔다는 사람들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극우 세력은 자신들의 집회 구역을 넘어 세월호 광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는데, 이러한 면면들이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이미 붕괴될 대로 붕괴됐고, 그러한 백색 테러리스트들만이 그의 주변에 남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TK(대구·경북) 지방에서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고, 탄핵 소추 당시에도 야당과 새누리당 내 비박계는 물론, 주류나 친박 중 일부도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곤 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비박계와 친박계가 갈라져 새 당을 세우네 마네 하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당성을 잃어버린 권력은 빠르게 붕괴하고 있고, 또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적으로 사용된 국가의 공적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