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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학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실시하는 '창업지원사업'과 창업가로서 기초적인 태도와 자질을 교육하는 '창업교육'은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청,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등으로부터 수조 원이 투입되는 일부 창업지원사업의 잘못된 운영방식 때문에 21세기 인재에게 꼭 필요한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urship, 기업가정신)을 배양하는 대학 창업교육이 도매급으로 매도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창업지원사업 대부분이 대학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중기청이 지원하는 '대학 창업교육 패키지 지원사업'의 경우 대학 내 창업강좌 개설, 창업동아리 아이템 개발 지원 및 창업전담인력 인건비를 패키지로 일괄 지원해 대학 내 청년창업 분위기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창업동아리의 사업계획 및 컨설팅, 시제품 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대학이 실시하는 재학생 대상 창업강좌는 물론 대학내 창업보육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프로그램 전체를 포함, 통칭해 대학의 창업교육으로 간주하고 관련 당사자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한 10여 명의 응답자 대부분이 대학의 창업교육 필요성을 묻는 말에 "꼭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가능하다면 중고교시절부터 창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각 대학에서 진행 중인 창업교육프로그램에는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응답자 중 한 교육업체 대표는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의 문제점은 창업을 해선 안 되는 사람들이 창업을 하고 가르칠 능력이 안 되는 기관이나 회사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창업지원프로그램 역시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지원금만 빼먹는 체리피커나 창업교육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중개업자들에게 예산이 새나가고 있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효율적 개선이 필요하다."결국 '누가' 교육하느냐와 '어떻게' 교육하느냐의 문제 흔히 대학이 창업생태계를 잘 모르고 무턱대고 돈을 쓰기 위한 사업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창업교육은 창업 경험자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 경영학부 교수는 "대학은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 기업가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의미하므로 앙트러프러너십 교육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의 생각이나 태도, 스킬셋을 포함한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에선 스킬셋, 즉 창업의 방법적인 노하우를 가르치는 것을 창업교육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이같은 창업교육을 담당해야 할 교수자 역시 반드시 창업 경험자여야만 한다는 생각도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창업강의를 진행하는 최효석 서울 비즈니스스쿨 대표는 "실리콘밸리만 해도 창업자들이 대학 창업교육의 혜택을 많이 봤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창업자들조차 창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라고 말한다.
물론 창업에 대한 이해나 경험, 전문성이 없는 보직교수가 대학 창업보육센터장이나 산학협력단장을 맡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창업보육 실무를 담당하는 매니저들 대부분이 1~2년 계약직이라는 점도 지속성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소다. 일부 대학의 매니저 근로계약서에는 야근수당이나 주말근무수당이 없다는 내용을 명시해 대놓고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다.
김도현 국민대 교수는 "우리나라 창업교육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는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 점과 교육의 질(quality)을 측정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양적인 성장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생기는 문제로 해외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라며 "창업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양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은 좋지만 교육 자체가 만족스러운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직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 꼭 해야할 일은 앙트러프러너십을 제대로 가르칠 교수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 교육을 할 만한 사람이 극소수다. 창업자들과 학자들이 함께 해야 한다"라면서 "학자들은 적어도 최근 6개월 사이 일어난 스타트업 현상들을 파악하고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창업경험자들은 이론적 교육과 교수법 훈련을 받아야 된다. 해외의 경우 15~20년 정도 걸려서 제대로 된 전문가 양성과정이 만들어졌다.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도 이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도윤 고려대 경영대학 스타트업연구원 연구교수는 "창업교육은 학교와 산업이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것과 경영을 직접 해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창업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벤처 현장을 떠난 지 10년이 지나서 최신 정보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라면서 "교수들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창업관련 수업을 개설할 때 토대를 만들어주고 내용에 해당되는 각 꼭지들은 현장 전문가들로 채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최효석 대표도 "대학이 창업교육 및 지원사업을 잘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창업팀이나 운영기관을 선별하는 문제는 관리감독을 맡은 대학에 달려있다. 대학내 창업보육센터(BI) 입주업체 선정시 우수한 팀을 선발하고 착실하고 좋은 멘토를 붙여줘 잘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라며 "역량이 안된다면 학교는 직원 잘 뽑고 시설만 운영하고 콘텐츠는 민간(액셀러레이터 등)에 위탁하는 방법도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창업교육의 90%가 '사업계획' 'IR 피칭' '비즈니스모델링' 세 가지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