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동아리→축구 플랫폼 동아리 둔갑, 대학들의 속내

[대학 창업교육 문제점 ①] 대학은 왜 창업교육을 하나

등록 2016.12.23 10:16수정 2016.12.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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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왜 창업교육을 하는가. 청년들의 '먹고사니즘', 즉 취업 또는 창업지원정책의 중심에는 대학이 있다. 대학의 창업교육은 미국 영국 스웨덴 등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독 우리 대학에선 창업교육이 취업난의 돌파구처럼 여겨지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대학 창업교육 현장의 당사자들, 즉 대학 내 창업보육기관 운영실무자 3명, 대학 창업보육기관 입주기업 대표 2명, 창업교육 강사 2명, 해외대학 창업교육 경험자 2명 등 10여 명과 만나 문제점과 해법을 찾아봤다. 첫 번째로 대학은 왜 창업교육을 하나, 두 번째 대학생 창업가들이 말하는 창업교육프로그램의 문제점, 마지막으로 미국, 영국 등 해외 대학창업교육 사례를 통한 대안 모색의 순서로 짚어본다. [편집자말]
386세대는 모른다. 학점이 높지 않아도 입사지원서를 골라 원하는 회사를 선택해서 무난히 취업했던 그들로선 지금의 대학생들이 왜 취업교육에 창업교육까지 받아야 하는지 의아해 한다. 그들이 대학생이던 1980년대 중후반, 1990년대 초반엔 대학진학률이 40%를 밑돌았다. 당시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를 따로 하지 않아도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이 모셔갔다. 

2010년 이후 대학진학률은 무려 70%에 달한다. 자녀가 더 많은 기회를 얻길 바라며 허리띠 졸라 맨 부모세대 덕분에 지금 20대 또래 10명 중 7명은 대학졸업자인 셈이다. 대졸자 수가 늘어난 만큼 대학의 숫자 역시 전국적으로 무섭게 늘었다. 2016년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에 따른 전국의 대학 수는 407개교, 아예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폴리텍대학 등 그밖의 다른 법률에 따른 대학은 17개교로 총 424개에 달한다.

대학평가로 줄 세우기 심화... 창업지수 높이려 안간힘

 2016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
2016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중앙일보

대학 입학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400개가 넘는 많은 대학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1994년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비롯, <조선> <동아> 등 발빠른 언론이 먼저 대학 줄 세우기를 시작했다. 재정을 손에 쥔 교육부 역시 대학을 통제할 근거가 필요했다. 2000년대 들어 정부재정지원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등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학벌주의가 팽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 줄 세우기는 갈수록 심해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 대학평가는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3년을 주기로 실시하게 됐다. 이전 정책이 간접적인 방식이었다면 새 정책은 대학을 5등급으로 평가하여 운영이 미흡한 대학에는 강제적인 정원 감축과 재정 지원 제한 등을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정부가 강제적으로 대학의 구조개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평가에 따라 대학 존립이 좌우되면서 대학은 학문 탐구라는 본연의 기능보다 '취업교육' '창업교육'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때 기업이 요구하는 쓸 만한 인재양성이 대학의 역할이었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기업의 고용상황이 한계에 이르자 취업률을 뚝뚝 떨어졌다. 정부는 취업 대신 창업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등떠밀었다. 대학 평가항목 중 창업관련 지표가 생긴 것만 봐도 청년실업 문제를 창업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정책이 집중됨을 알 수 있다.

대학은 다음해 정부지원금의 기준이 되는 각종 평가에 신경쓸 수 밖에 없고, 재정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부분의 대학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숫자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창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동아리 이름에 '창업'을 넣거나 창업 의지가 없는 학생들로 하여금 사업자등록증만 내도록 함으로써 지표 올리는 데만 급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축구동아리의 명칭을 '축구 플랫폼 창업동아리'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꿔 창업동아리로 변신시키는 경우다.

정부지원금 체리피커·중개업자 돈벌이 악용사례 심각



전문가들은 대학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실시하는 '창업지원사업'과 창업가로서 기초적인 태도와 자질을 교육하는 '창업교육'은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청,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등으로부터 수조 원이 투입되는 일부 창업지원사업의 잘못된 운영방식 때문에 21세기 인재에게 꼭 필요한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urship, 기업가정신)을 배양하는 대학 창업교육이 도매급으로 매도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창업지원사업 대부분이 대학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중기청이 지원하는 '대학 창업교육 패키지 지원사업'의 경우 대학 내 창업강좌 개설, 창업동아리 아이템 개발 지원 및 창업전담인력 인건비를 패키지로 일괄 지원해 대학 내 청년창업 분위기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창업동아리의 사업계획 및 컨설팅, 시제품 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대학이 실시하는 재학생 대상 창업강좌는 물론 대학내 창업보육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프로그램 전체를 포함, 통칭해 대학의 창업교육으로 간주하고 관련 당사자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한 10여 명의 응답자 대부분이 대학의 창업교육 필요성을 묻는 말에 "꼭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가능하다면 중고교시절부터 창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각 대학에서 진행 중인 창업교육프로그램에는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응답자 중 한 교육업체 대표는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의 문제점은 창업을 해선 안 되는 사람들이 창업을 하고 가르칠 능력이 안 되는 기관이나 회사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창업지원프로그램 역시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지원금만 빼먹는 체리피커나 창업교육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중개업자들에게 예산이 새나가고 있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효율적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누가' 교육하느냐와 '어떻게' 교육하느냐의 문제

흔히 대학이 창업생태계를 잘 모르고 무턱대고 돈을 쓰기 위한 사업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창업교육은 창업 경험자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 경영학부 교수는 "대학은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 기업가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의미하므로 앙트러프러너십 교육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의 생각이나 태도, 스킬셋을 포함한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에선 스킬셋, 즉 창업의 방법적인 노하우를 가르치는 것을 창업교육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이같은 창업교육을 담당해야 할 교수자 역시 반드시 창업 경험자여야만 한다는 생각도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창업강의를 진행하는 최효석 서울 비즈니스스쿨 대표는 "실리콘밸리만 해도 창업자들이 대학 창업교육의 혜택을 많이 봤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창업자들조차 창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라고 말한다.

물론 창업에 대한 이해나 경험, 전문성이 없는 보직교수가 대학 창업보육센터장이나 산학협력단장을 맡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창업보육 실무를 담당하는 매니저들 대부분이 1~2년 계약직이라는 점도 지속성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소다. 일부 대학의 매니저 근로계약서에는 야근수당이나 주말근무수당이 없다는 내용을 명시해 대놓고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다.

김도현 국민대 교수는 "우리나라 창업교육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는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 점과 교육의 질(quality)을 측정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양적인 성장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생기는 문제로 해외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라며 "창업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양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은 좋지만 교육 자체가 만족스러운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직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 꼭 해야할 일은 앙트러프러너십을 제대로 가르칠 교수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 교육을 할 만한 사람이 극소수다. 창업자들과 학자들이 함께 해야 한다"라면서 "학자들은 적어도 최근 6개월 사이 일어난 스타트업 현상들을 파악하고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창업경험자들은 이론적 교육과 교수법 훈련을 받아야 된다. 해외의 경우 15~20년 정도 걸려서 제대로 된 전문가 양성과정이 만들어졌다.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도 이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도윤 고려대 경영대학 스타트업연구원 연구교수는 "창업교육은 학교와 산업이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것과 경영을 직접 해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창업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벤처 현장을 떠난 지 10년이 지나서 최신 정보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라면서 "교수들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창업관련 수업을 개설할 때 토대를 만들어주고 내용에 해당되는 각 꼭지들은 현장 전문가들로 채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최효석 대표도 "대학이 창업교육 및 지원사업을 잘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창업팀이나 운영기관을 선별하는 문제는 관리감독을 맡은 대학에 달려있다. 대학내 창업보육센터(BI) 입주업체 선정시 우수한 팀을 선발하고 착실하고 좋은 멘토를 붙여줘 잘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라며 "역량이 안된다면 학교는 직원 잘 뽑고 시설만 운영하고 콘텐츠는 민간(액셀러레이터 등)에 위탁하는 방법도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창업교육의 90%가 '사업계획' 'IR 피칭' '비즈니스모델링' 세 가지로 끝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시흥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기술혁신파크를 방문해 창업기업과 동아리를 둘러보면서 입주기업과 학생들이 만든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시흥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기술혁신파크를 방문해 창업기업과 동아리를 둘러보면서 입주기업과 학생들이 만든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창업교육 커리큘럼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모든 창업교육의 90%가 사업계획, IR 피칭, 비즈니스모델링 이 세 가지로 끝난다. 창업 경험이 있는 창업강사가 좀 더 창의적으로 교육하려 해도 원청업체인 대학이 요구하는 것은 이 세 가지뿐이다.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한지 학교도 교육기관도 학생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창업강의나 멘토링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 중 특정 투자회사 출신의 강사들이 많다. 이들은 주로 투자유치를 잘 받기 위한 사업보고서 작성법을 강의한다. 기업가정신 등 기초적인 태도보다 요령에만 집착해 창업교육의 다양성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김도윤 고려대 경영대학 스타트업연구원 연구교수는 "스타트업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교수나 대학은 그 흐름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의사결정 구조가 스타트업보다 느린 학교에서 스타트업을 어떻게 가르치나 사실 말이 안 된다"라면서 "스타트업은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고 학교나 교수 등 보육담당자들은 옆에서 조금 도와주는 역할에 국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학생들을 창업동아리로 등 떠밀고 사업자등록증 수로 창업자수를 채워 넣는 근시안적인 지표에 목매선 안 된다. 대학생 창업교육과 지원을 위해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살펴보고 진정 그들에게 필요한 지표를 제대로 트레킹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창업교육은 누가 일방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강의가 아닌 멘토링 위주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IR을 한답시고 5분 발표 후 5분 피드백을 주는 식의 멘토링이 남발돼선 안 된다.

서울지역 모 대학 입주기업 대표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멘토링의 의미는 퇴색됐다"라면서 "개인 대 개인간 실제 경험을 통한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 정부지원사업을 받기 위한 끼워넣기 전시행정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에 응한 10여 명은 대학의 취업교육이 창업교육으로 옮겨가는 추세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비쳐봐도, 대학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학마다 창업보육기관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과연 대학이 스타트업을 보육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무척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엔 유난히 사업실패로 패가망신의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다. 대학이 창업교육 즉 앙트러프러너십 교육을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본인이 직접 업을 세우고 조직을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대학이 창업교육을 통해 알려주고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대학생 절반 이상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우리 사회가 과연 희망이 있는가. 창업교육의 주체가 되기에 앞서 대학은 먼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대학은 과연 스타트업을 육성할 준비가 돼 있는가.'
#창업교육 #대학평가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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